[콘텐츠 큐레이션] 내 마음속 차우파디chhaupadi 허물기
[콘텐츠 큐레이션] 내 마음속 차우파디chhaupadi 허물기
  • 미용회보
  • 승인 2019.03.04 11: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실 그리고 애도⑮

 

동의하지 않습니다

‘또 해? 몇 개월간 멈추더니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연달아서 하다니. 이제 정말 내 몸의 리듬이 무너져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며 명치 끝이 아리해져 옵니다. 순간, 이 상황을 ‘내 몸의 리듬이 무너진다’라고 바라보는 저의 시선에 대해 스스로 따끔했습니다. 여성의 월경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해왔다고 여겼으나, 막상 월경이 끝나가는 나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말입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14세에 초경 初經을 시작해서 2019년, 49세가 되며 완경 完經을 향해 맹렬하게 내달리고 있는 것 같은 저의 월경月經 이야기입니다.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라는 표현을 쓰면 아직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완경이 뭐야?’라는 반응이 일반적입니다. ‘월경 멈춤’은 과연 여성성 또는 젊음의 상실일까요? 그러한 일방적 표현과 시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수고했다. 토닥토닥

언어는 그 낱말의 조합으로 말이든 글로 표현될 때, 그 자체로 의미화되거나 특정한 관념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까지 4~50대 중년기 여성의 월경 멈춤을 표현하는 언어는 ‘폐경'이라는 단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폐경’이라는 단어는 여성에게 있어 ‘나이 듦 즉, 젊음의 상실’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의미로 동일시되어 왔습니다. 연관 검색어로 ‘여성호르몬’, ‘갱년기’ ‘치료’라는 단어가 동반되며 상실과 치료의 중점 대상으로서 완경을 기울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 같습니다. ‘폐경’ 이라고 말하면 여성으로서 자연스러운 월경 활동을 오로지 출산이라는 재생산적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받습니다. ‘폐기처분’ ‘폐품’에 사용하는 ‘닫는다, 버린다’라는 의미의 ‘폐경’이라는 단어는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거세되는 들기까지 합니다. 심하게는 공공연하게 ‘쓸모’로서의 잣대로 들이닥치는 무례한 경우마저도 있습니다. 반면, ‘완전하다, 끝낸다’라는 ‘완경完經’이라는 말은 인생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장기간의 시간 동안, 일정한 수고로움을 감수한 여성에게 ‘애썼다. 수고했다. 이제 완결했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며 잘 살아낸 내 몸과 마음을 힘껏 안아주고 건강하게 몸을 돌보며 완경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축하해주는 것 같다고 하면 지나치게 예민한 걸까요?

 

                                                                     사진1 _ 완경을 축하해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여성의 월경 그리고 완경에 대한 우리의 시선과 통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 전에 먼저 올해 1월과 2월에 이 ‘월경’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받아 숨진 안타까운 네팔 여성들을 애도하고자 합니다.

필자는 지난 1월 14일부터 29일까지 15박 16일간 네팔 출장 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9월 초, 출간한 <골디~ 물 한잔 마시고 가>는 네팔 서남쪽 끝 껀쩐뿔에 사는 빈민촌 마을의 아이들, 여성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교육과 자립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마을 프로젝트 이야기입니다. 책의 출간과 연계하여 6개월 전부터 기획한 이번 네팔 여행은 이 책을 읽고 참가 신청한 10대부터 50대 여성 6명과 저자, 편집자인 필자까지 8명의 여성이 함께 떠났습니다. 전문 여행사가 아닌 책을 출간한 출판사와 저자가 함께 기획하고 참가자들과 빈민촌 마을에서 봉사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기증 물품을 준비하는 역할을 회의를 통해 준비하여 진행까지 완수했습니다. 마치 함께 손을 잡고 책 속으로 동시에 ‘하나, 둘, 셋!’ 하고 뛰어든 것만 같은 특별한 북스토리 체험 여행이었지요.

차우파디, 그 견고한 악습을 이제 멈춰야 할 때

이 네팔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인 지난 1월 9일 한 네팔 여성이 차우파디(chhaupadi) 도중 추위를 못 견뎌 불을 지펴 몸을 녹이다, 잠들어 헛간에서 두 아들과 함께 질식사했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또 네팔 서부 도티 지역에서 1월 31일 21세 여성 파르바티 보가티가 연기가 가득 찬 오두막 안에 숨져있는 것을 시어머니가 발견했다고 외신이 지난 2월 3일 보도했습니다. 월경 중이었던 보가티는 차우파디 관습에 따라 혼자 오두막에서 잠을 잤다고 전해집니다. 차우파디(chhaupadi)란 ‘불경스러운 존재’라는 뜻으로 힌두교의 오래된 악습인데 여성 인권에 대한 그 심각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입니다. 힌두교 인드라 신의 설화에 바탕을 둔 이 차우파디 제도는 여성의 월경혈을 부정하게 여기며 재앙을 몰고 온다고 여깁니다. 월경 중인 여성이 음식과 종교적 상징물, 소,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며 집 밖 외양간이나 창고 등에서 자게 하는 풍습입니다. 또한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보호해야 할 시기에 보호는커녕 위생적인 면도 지켜지지 않은 곳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와 같은 관습으로 인해 많은 네팔의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18세의 네팔 소녀가 차우파디를 하던 중 헛간에서 독사에게 물려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2_차우파디

 

월경에 대한 인식 변화와 사회문화 조성 필요

차우파디는 2005년도 네팔에서 공식적으로 불법화되었지만 여전히 네팔의 많은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공공연하게 시행 중입니다. 즉, 법률 도입만으로 오랫동안 행해온 관습을 끝내기에는 역부족이고 인식 변화와 사회문화 조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 차우파디는 여성의 월경에 대한 매우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여성의 월경을 대하는 우리 내면의 차별적 시선, 월경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월경을 의미하는 은어와 성적 표현이 5,000여 개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그 대부분은 여성의 월경을 폄훼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합니다. 여성의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를 이렇듯 왜곡된 관점으로 혐오하며 생명의 위협까지 가하는 상황이 동시대에 어느 한 편에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꼭 네팔이 아니라도 <모든 여성은 자신의 마음속 저마다의 차우파디를 짓고 숨어 산다>고 어느 여성학자는 말했습니다. 한 달 동안 세 번째 월경을 하는 저 자신을 관찰하는 저의 내면에도 일정한 형태의 차우파디가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네팔의 차우파디 풍습이 더 이상 그녀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 않기를 멀리서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쓰는 것으로 차우파디 움막에서 세상을 떠난 그녀들을 애도합니다.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3 미용회관 5층
  • 대표전화 : 02-585-3351~3
  • 팩스 : 02-588-5012, 525-1637
  • 명칭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 제호 : BeautyM (미용회보)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한미용사회중앙회.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