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손수 제작의 즐거움Ⅰ
생활수필 - 손수 제작의 즐거움Ⅰ
  • 미용회보
  • 승인 2019.03.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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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들기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퀼트, 목공, 북 바인딩, 도예, 손뜨개 등 꼼지락 거리며 손으로 하는 작업들은 대부분 다 해 봤을 정도다. 때문에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는 것이 단점이지만 내손으로 직접 해보고 싶은 것이 많으니 그것은 손수 제작의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손작업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그리 가볍지 않다. 나 자신을 구체적으로 표출하는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삶이 차분하고 느긋해지는 것은 물론 만족감과 성취감까지 더해진다. 그 손작업의 결과물이 오래도록 남아 기록이고 역사이며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기념물이 되는 셈이다.

 

 

첫 번째 목공_ 신혼가구 만들기
2008년, 결혼을 앞두고 가구를 보러 다녔다. 드디어 내 생애 가장 큰 목돈을 쓸 차례다.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때는 이때다 싶어 갖고 싶었던 것 맘껏 구매 할 참이었다. 호기롭게 다녀봤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 돈이 있어도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워낙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에 한 가지 스타일로 결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클래식하게 꾸미고 싶다가도 자고나면 맘이 바뀌어 프로방스 스타일로 꾸미고 싶어 나도 모르게 자료를 모으고 있고, 또 어느 날 자고나면 맘이 바뀌어 내추럴 스타일로 꾸미고도 싶었다. 신혼집이 작으니 방방마다 스타일을 달리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나의 변덕을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인테리어 자료를 갈무리하며 드디어 신혼집의 규모에 맞는 나만의 스타일을 정하고는 오래전부터 도전 해 보고 싶었던 가구 공방을 찾았다. 신혼가구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다양해졌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천편일률적인 구조와 방식이 많았기에 신혼가구를 직접 만든다는 말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가능했던 것이 나의 가구 목록에는 10자니 12자니 하는 대형 가구는 없었다. 우선 가구 옮기기를 즐겨하며 수시로 변화를 즐기는 ‘나’이기에 小가구 위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첫 번째 가구로는 장롱이다.
작은 방을 옷 방으로 꾸미면 될 테니 침실에 둘 예쁜 한 칸짜리 장롱을 만들기로 했다. 잠옷이나 침구류 수납용으로 손님이 오셨을 때 지저분한 것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감춰둘 수 있는 그런 용도면 충분했다.
두 번째 가구로는 오디오 수납장이다.
중학교 입학했을 때 아빠가 사주셨던 일체형 컴포넌트를 20대 초반까지 갖고 있다가 직장생활을 하며 거금을 주고 구입 한 오디오와 LP 수납을 위함이다.
세 번째 가구로는 작은 서랍이 있는 선반장이다.
서랍엔 상비약과 잡동사니를 수납하고 선반엔 내가 좋아하는 장식 소품을 진열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총 3개의 가구를 신혼가구로 만들기로 했다.

먼저 자료조사를 한 후 필요한 사이즈에 맞게 디자인을 하고 도면을 그린 뒤 수종을 선택했다. 나무 재단은 공방장님이 해 주기에 위험한 것은 전혀 없었다. 원목으로 만드는 것이라 인체에 무해하기도 하고 내 맘대로 나만의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니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했다. 다양한 수작업을 해봤지만 이렇게 큰 작업은 또 처음이라 완성되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뿌듯하기만 했다. 일반적인 10자~12자짜리 장롱 값 보다 비싼 걸 모르시는 시어머님은 옷장도 안 사왔다고 한 말씀 하셨지만 계절에 따라 용도를 달리 할 수 있고 이리 저리 옮기기도 좋으니 내겐 안성맞춤인 가구다.

 

 

 

그릇장이 필요해요!
신혼집 주방에는 집의 크기와 비례 해 작은 싱크대가 있었다. 수납공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예쁜 그릇장이 갖고 싶어 스타일을 말하니 남편은 한번 만들고 싶어 했다. 내가 공방에 다니며 가구 만드는 것을 보고 남편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서점 근처에서 나무 팔레트 새것을 여러 개 구하게 되었다. 일단 그것으로 재료준비 완료! 난 원하는 스타일을 디자인하고 남편은 열심히 팔레트 분해 작업에 들어갔다. 꼼꼼 대마왕 남편 덕에 가끔 속 터지는 경험도 하지만 그 덕에 남편의 결과물엔 신뢰도 100%다. 아... 하지만 이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나무를 분리하고 못을 제거하고 거친 면을 다듬는 과정은 재미도 없고 힘들기만 했다. 옷도 그러하다. 수선이 더 어렵다. 새 원단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집도 그렇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튼 어렵게 준비된 재료로 기초 수공구만으로 살뜰히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제법 공구도 갖춰지고 연습이 대가를 낫는다고 기술도 많이 향상되어 다양한 가구가 만들어지기에 오래 전 폐자재로 완성한 그릇장을 용도폐기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남편의 물음이 있었다.
“좀 비뚤어지면 어때? 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어때? 혹시 모를 유해물질은 이미 다 날아갔을 거야~” 말하며 난 남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재활용 나무였지만 아이가 아기였을 때 숨바꼭질 놀이터가 되기도 했고,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디자인이며 색상이며 가구로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장소를 옮겨가며 놓여 지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애정이 듬뿍 담긴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아마도 그냥 가구점에서 구매했다면 폐기처분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남편이 만든 첫 번째 가구는 지금도 냉장고 옆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손을 쓰지 않으면서 의존하는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더디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발전하는 것이 눈으로 보이니 만족감은 커지고 애정은 더해진다. 
아직 도전 해 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이제부터라도 손작업으로 삶을 풍요롭고 느긋하게 즐겨보면 어떨까?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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