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큐레이션] 헤이 완경, 리스펙트 유!
[콘텐츠 큐레이션] 헤이 완경, 리스펙트 유!
  • 미용회보
  • 승인 2019.03.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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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애도⑯

 

그림  design by 김도경

 

리스펙트의 첫 단추는
다시, 잘, 깊게 보는 것


최근 일상의 대화, 광고, 방송 프로그램 타이틀, 유행하는 게임 브랜드, 기업의 조직문화 캠페인 등에서 ‘리스펙트’라는 단어가 제게 자주 들렸습니다. 필자의 사무실이 위치한 마포구 상암동은 공중파 방송, 디지털 단지라는 지역 특수성 영향인지 2030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근무하는 지역입니다. 점심시간, 옆 테이블의 이십 대 청년들의 대화에서 들리는 단어 중 '리스펙트'라는 단어를 리듬을 타며 큰 목소리로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힙합 공연에서의 추임새처럼 말이죠. 젊은 층 뿐만 아니라 언어 트랜드에 민감한 중장년의 대화에서도 ‘리스펙트’라는 표현은 유쾌한 분위기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잘게 쏟아내는 ‘리스펙트’라는 언어에 어느 정도의 진정성과 깊이가 담겼는지를 말하는 것은 요즘 말로 ‘꼰대’의 정서가 될 것이기에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몇 년째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 공통 키워드 중 하나인  '자존감'의 열풍이 깔린 걸까요? 리스펙트​RESPECT는 존중, 존경이라는 대표 의미를 지닌 명사입니다. RE는 다시, 뒤로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접두사죠. SPECT는 쳐다보다, 바라본다는 의미의 어근입니다. 유사한 단어는 ‘look’입니다. 리스펙트라는 단어를 탐구하며 결국, ‘존중한다’는 첫 단추는 다시 보며, 잘 바라보는 것 즉, 깊게 보는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라는데 생각이 닿았습니다. 여성의 월경 그리고 완경에 대해 그간 암묵적으로 학습된 관점에 대해서도 다시 질문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잘, 바라봄’이 나 스스로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게 나아가는 작은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생에 적어도 400번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이 세상에 태어나
나이를 먹어가고 의지와 상관없이
피 흘리는 존재로 자라난다.
한 달에 약 5일, 큰 숟가락 세 개 분량.
1년으로 치면 300밀리리터(㎖),
10년에 1.5리터(ℓ) 생수 두 병을 채우고
평생을 모두 합치면 10리터에 달하는 피“


여성의 월경은 보통 25-28일 주기로 한 달에 한 번씩, 평균적으로 12살에 시작해 50살 전후가 되면 멈추게 됩니다. 임신한 여성이 생리를 하지 않는 임신 기간과 수유 기간 등 몇 개월을 빼도 여성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평생 400번 정도 피를 흘린다고 하죠. 여성으로 태어나 초경에서 완경까지의 월경을 숫자로 만나며 여성의 몸과 월경의 수고로움에 대해 어쩌면 처음으로 깊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중세시대에 생리는 '이상하고' '불경하고'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처럼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낸 월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AI가 현실화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 네팔의 차우파디 제도로 움막에서 어이없게 목숨을 잃는 여성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말입니다.
여성들의 그 피는 시대를 거슬러 긴 시간 동안 드러내면 안 되는 ‘부끄러움. 혹은 더러움. 멀리해야 할 ’ 것으로 취급받아왔습니다. 즉, 혐오의 대상이었지요. 괴롭고 귀찮은 ‘그날’의 이름은 대자연, 멘스, 달거리, 매직, 마법, 반상회, 홍양 등 다양하게 불리는 그 모든 이름은 바로 생리입니다.

 

                                             그림2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 중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월경 탐구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는 여성의 몸과 생리에 관해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탐구 다큐멘터리입니다. 생리는 언제부터, 왜 부끄러운 일이 되었을까? 다르게 피 흘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라는 ‘의심과 질문’에서 출발한 <피의 연대기>는 해외 취재와 방대한 역사, 문화, 사회, 종교의 맥락을 가로지르며 생리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성 생리용품 외의 대안 생리용품을 탐험하며 ‘피(월경)’를 연대로 하는 1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생물학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피 흘림 안에서 주체적 선택권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매우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림 3 다큐 <피의 연대기>중


헤이 완경, 리스펙트 유!

두렵고 놀라고 막막하고 불안했던 초경의 희미한 기억은 다시 완경으로 향하며 막연한 불안감, 상실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완경주변기와 완경기에 있는 많은 여성들에게서 보게 됩니다. ‘폐경’이라는 단어는 여성에게 있어 ‘나이 듦 즉, 젊음의 상실’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의미로 동일시되어 왔지요. 연관 검색어로 ‘여성호르몬’, ‘갱년기’ ‘치료’라는 단어가 동반되는데,  완경(完經)을 여성호르몬제, 골다공증 예방의 중증치료 대상으로 과도하게 의료화하는 사회적 시선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 그 자체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치료라는 행위 이전에 ‘월경’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에 대한 자기 질문을 던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완경’이라는 단어에는 의식의 변화를 수용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나이듦’, ‘갱년기’라는 사실을 저마다의 삶에서 여성 본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까 하는 존중의 사회문화가 더 중요하겠지요.

완경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떤 여성호르몬제를 먹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좋을까하는 정보도 중요합니다. 허나, 저는 완경을 인생의 변곡점으로 삼아 삶을 재조명하며 몸과 마음의 메시지를 잘 인식하고 귀를 기울이는데 에너지를 더 쓰고 싶습니다. 여성의 인생에서 결국 만나고야 마는 ‘완경’. 내 삶에서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그 마주함과 흔적은 각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밀고 나갈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완경 주변기에 접어든 필자는 그 탐구의 과정을 최대한 유쾌하게, 담담하고 건강하게 겪어보자며 이 봄날, 다짐합니다. 결국 ‘완경’을 관찰하는 시간은 저 자신과 세상까지 아우르며 그 '모두를 향한 리스펙트'의 시간이 될 테니까요.

 

                                                                             그림  pixabay

 

“ 우리가 몸을 소중히 여기고 몸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귀담아들을 때 우리는 삶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게 된다.
몸의 지혜를 믿는다는 것은 정신과 육체의 관련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구조를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몸의 지혜는 다른 것이 아니다."


"몸의 징후는 영혼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겉으로 드러낸 표현"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한 징후를 외적인 '치료'만으로 덮어버릴 때
관심과 변화를 요구하는 삶의 치유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크리스티안 노스럽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중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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