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큐레이션] 바다가 제공하는 것을 믿고 새끼에게 먹였을 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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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용회보
  • 승인 2019.06.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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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애도 ⑲


‘재활용’이라는 언어의 유희로
현실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사진 1> 재활용 분리수거 박스

 

집에 플라스틱으로 된 4개의 재활용 박스가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담는 각각의 박스에는 이름이 쓰여있지요. ‘플라스틱 & 비닐, 알루미늄 캔 & 병, 종이, 일반 쓰레기’. 자못 성실한 분리수거 생활자의 증거물처럼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4개의 박스 중에서 단연 가장 크고 항상 가장 빨리 쌓이는 종류는 ‘플라스틱과 비닐’ 박스입니다. 다 찬 박스의 내용물을 버리기 위해서 다시 큰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는 행위를 최소 주 1회는 반복할수록 불편해집니다. 골목에는 이런 비닐봉지를 담은 커다란 비닐봉지들이 여기저기 줄을 섭니다. 아마도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생활 속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고 버리면서 느끼는 것이 ‘무슨 일회용 비닐과 플라스틱이 이렇게 매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을 끓여 마시던 생활 패턴에서 이제는 당연하게 마트에서 6병씩 패킹된 생수를 사 마시고, 음식 보관 등을 위해 쉽게 비닐 지퍼백을 사용하고, 혼밥족을 위한 다채로운 식생활용품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골목 슈퍼는 대부분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중장년 이상의 편의점 이용률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개인의 소비 형태에 일방적인 죄책감을 덧씌울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활용’이라는 언어의 유희에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을 희석시키며 어느새 재활용 박스는 매일 차오릅니다. 또한, 농촌이 그 문제가 덜하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도시 기반의 라이프 스타일에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현대의 경제구조 방식이 근본적인 원인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진은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

 

<사진 2> 플라스틱을 새끼에게 먹이는 알바트로스 어미 새

 

그런데 지난봄 충격적인 사진을 보며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전직 변호사였던 미국의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의 사진입니다. 그는 2009년 백만 마리 이상의 알바트로스가 서식한다는 북태평양의 작은 섬 미드웨이로 갔습니다. 인간이 내다 버리는 수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던 그에게 한 생물학자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새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숫자가 아닌 현실을 담고 싶었던 그는 이곳을 8년간 여덟 번 오가며 만든 1시간 37분짜리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Albatross)’(2018)를 제작했습니다. 미드웨이 섬에서 알바트로스의 주검들을 찍은 사진은 날것이었고 참혹했습니다. 뱃속에서 나온 형형색색의 쓰레기 앞에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든 그도 그의 다큐와 사진을 본 전 세계의 사람들도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는 “이 사진은 인공적으로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찍었다”라며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

뱃속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새가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자신이 너무 무기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새를 외면하지 않았고, 곁에 있어주며 그때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며 당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가 아닌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전 세계인의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시작은 바로 우리 내면에 있는 지구와 생명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것이라고요. 뭔가 빨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문제의 본질을 놓치거나 작은 변화와 아이디어로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경계해야 하며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고 말합니다.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위장으로 죽어가는 알바트로스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묵묵히 사진으로 기록하며 곁을 지킴으로써 현실 직시를 선택했던 그는 진짜 문제는 해결 방법에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는 아니 않으려는 태도임을 사진으로 세상에 외치고 있었습니다.

<사진 3>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알바트로스의 사체

 


가장 중요한 것은 슬픔을 느끼는 것입니다.
슬픈 만큼 그 새들을 사랑했던 것이죠.
슬픔의 느낌을 경험하면서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나의 존재가 얼마나 충만한지 발견했어요.
그 순간부터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죽은 새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과 하얀 새들의 비행을 보면서
아무리 끔찍한 일을 경험하더라도
그만큼의 아름다움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됐죠.
모든 슬픔을 느끼려 하는 것,
모든 아름다움을 알려고 하는 것,
이 세계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삶의 본질입니다.


최근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생수와 지하수에서도 잇달아 검출된 가운데 한 사람이 일주일간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 양이 5g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6월 12일 세계자연기금(WWF)이 호주의 뉴캐슬 대학과 함께 실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5g으로 신용카드 한 장 무게와 같고,
월간으로 환산하면 칫솔 한 개 무게인 21g이며 연간으로 보면 250g을 넘는 양이라고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주된 경로는 마시는 물로 조사됐습니다. 한 사람당 매주 물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 수는 평균 1769개이고 이어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등이 주요 경로로 파악됐습니다. 이것은 즉,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것은 알바트로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입니다. 천일염을 포함한 전 세계 소금의 90% 이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이제 그 불편한 진실을 더 이상 침묵할 수만은 없어 여기저기서 이제는 말할 때가 되어 조금씩 기사화하는 것뿐이라는 거겠지요.

 

<사진 4> 세계자연기금 제공

 

함께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상실된 감각을 회복할 때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생명 존중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며 결국 암울한 미래는 인간에게로 이미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알바트로스의 경고는 유효하게 점점 더 가속화될 것입니다. 자연과 모든 생명이 지속 가능하게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나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도 이 글을 쓰며 아주 작은 행동 하나부터 몸을 움직여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3가지 목록부터 작성해 실천해 나가기로 합니다.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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