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레뷰] 주전장
[시네마 레뷰] 주전장
  • 미용회보
  • 승인 2019.09.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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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억하는 것은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일 갈등이 풀리지 않는 것은 일본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독일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끊임없는 사과와 배상을 해온 것과 달리 일본은 온갖 망언으로 피해국을 자극해왔다. 여기에는 전범을 확실하게 단죄하지 못한 역사와도 연결된다. 전범국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불거진 냉전 흐름을 절묘하게 이용해 회생했다. 이 과정에서 A급 전범이 국가 지도자로 부활했다. 가해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는 일본은 급기야 패전 이전의 ‘제국’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다큐멘터리 <주전장>은 이같은 일본 지도층의 역사인식에 주목한다. 야스쿠니 역사관이다. 그 핵심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놓여 있다. 일본은 ‘보통국가’로 돌아가고자 한다. 일본이 지향하는 ‘보통국가’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일본은 전후 이뤄진 평화헌법 체제를 바꾸고자 자국 여론은 물론 국제 여론까지 움직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보통국가’로 전환해 ‘온전한’ 강대국으로 올라서는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일본 지도층이 끊임없이 일본군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주전장>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울부짖는 목소리로 시작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이뤄진 위안부 협정 체결 직후 찾아온 한국 외교부장관에게 항의하는 장면이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서 ‘위안부’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으며 결국 2015년 12월 28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협상을 체결했다. 피해자의 목소리로 영화가 시작하는 것은 ‘위안부’ 문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해결된 적이 없음을 암시한다. 또 극우로 치우치는 일본사회와 연결되는 고리로 작용한다는 점도 알린다.

위안부 부인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실체

<주전장>은 일본 극우세력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가 하나 같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고, 집요하게 거짓정보를 내세우는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유튜버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가 <주전장>을 만든 계기도 일본의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후 일본 우익들의 공격을 받은 것에서다. 그리고 우에무라 타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를 알게 된다. 타카시 기자는 1991년 일본 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보도했고 이후 일본 우익들에게 협박을 받는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이런 일련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일본 우익들은 왜 이 문제에 그토록 격렬하게 반응하며 감추려 애 쓰는가 궁금해졌다. 이후 3년간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대립하고 있는 양쪽 진영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한다. 인터뷰에 응한 주요 인사는 정치인과 언론인, 퇴역 군인, 학자, 사회운동가 등 30여명에 이른다.
<주전장>은 인터뷰로 이뤄져 있다. 기존에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피해자 증언이 중심이 된 것과 다르다. ‘위안부’ 문제를 중심에 뒀지만, 이 문제가 현재 일본 지도층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보통국가’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영화는 양쪽 진영 인터뷰를 교차해 보여주며 ‘위안부’ 문제가 현재 일본 지도층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각을 맞춰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면서 중심세력인 극우단체 ‘일본회의’에 주목한다. 아베 총리를 둘러싼 세력이다. 현 내각 각료 20명중 총리를 포함한 15명이 일본회의 소속이다. 국회의원의 40% 가량도 일본회의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총리는 창립 멤버이자 고문이며, 또 한명의 고문은 현 아소 다로 부총리다. 뿐만 아니라 재계와 학계, 언론계를 망라하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본회의 인사들은 ‘위안부’를 매춘부에 불과할 뿐이라거나 소녀상 캠페인의 배후에 중국자본이 개입해 있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또 한국인은 거짓말을 일삼기 때문에 ‘위안부’는 완전히 날조됐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과 카세 히데야키 일본의원연맹 도쿄본부장이다.
스기타 미오 의원은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돈을 받은 만큼 매춘부라고 주장한다. 또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성노예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카세 히데야키 본부장은 구소련처럼 중국이 사멸하면 한국은 당장 친일국가가 될 것이라거나 한국은 못된 꼬마처럼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나라라는 해괴한 말을 늘어놓는다.

국제 여론 움직이려는 일본, 주전장터는 미국

<주전장>은 일본군 ‘위안부’의 주요 쟁점인 강제동원, 성노예, 20만, 일본 정부 책임 등을 키워드로 하나씩 팩트 체크하듯 양쪽 진영 인터뷰를 배치했다. 강제의 범위와 성노예에 대한 인식, 숫자의 허위, 증언의 일관성 등에 대한 주장과 반박을 교차로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 중후반부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의회에서 벌어진 청문회 공방이 대표적이다.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공방을 교차로 보여준 장면은 상징적이다. 영화 제목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다. 일본은 미국의 소녀상 설치를 집요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의회 결정으로 설치된 소녀상도 철거 소송을 낼 정도다. 영화 제목이 말하는 주전장은 미국을 말한다. 영어 제목은 ‘위안부 전쟁의 주전쟁터(The main Battleground Of the Comfort Women Issue)’다. 국제 여론전의 중심이 미국이며, 미국의 여론이 세계의 여론이란 점에서다.
일본 극우세력은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인정하고 사과한 93년(고노 담화) 이후 97년 위안부 사실을 교과서에 반영했으나, 2012년 삭제한다. 일본회의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압박해왔고,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가 이를 실행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언론 통제에도 성공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 여론까지 움직이려 하고 있다. 미국인 기자를 매수하거나 변호사나 유튜버 등을 활용해 여론을 유리하게 형성하려 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텍사스 대디라고 불리는 미국인 유튜버가 대표적이다. 이 사람은 일본회의의 후원을 받는 인물로 위안부 문제는 거짓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일본 극우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위안부 소녀상에 추악한 쓰레기라며 봉지를 씌우는 행동을 영상으로 촬영해 올리기도 했다.
<주전장>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원인 제공자로 미국을 지목하기도 한다. 미국은 냉전에 대응하는 전략상 필요에 의해 일본 전범들을 지도층으로 회생시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다. 그는 총리가 돼 자민당 일당체제의 토대를 놨고, 군국주의 부활의 근간이 됐다. 그의 외손주가 현 아베 총리다. 65년 한일협정이나 2015년 위안부 합의도 미국의 강요에 의해 이뤄져 제대로 된 청산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영화는 시종 냉정하게 양측 입장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우익들과 한국의 인권운동가 의견뿐만 아니라 ‘위안부’를 전혀 들어본 적 없다는 일본 청소년과 일본 정부는 사과하라고 외치는 한국 청소년의 목소리에도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지만 영화 마지막에 이르면 <주전장>이 도달하고자 한 지점이 인권에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후반부 등장한 제국 군인 출신 마츠모토 마사요시라는 노인은 “전쟁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 아니라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지 몰라도 여성의 인권이라는 것은 존중되지 못했고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얘기한다. 현재 일본 극우세력이 돌아가고자 하는 ‘제국’은 인권에서 더 멀어지는 파시즘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로 영화의 시작을 연 것처럼 마지막도 피해자의 목소리를 배치했다.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다. 그리고 감독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을 추모하는 것이며 그것은 언젠가 정의가 구현되는 희망을 뜻한다. 또한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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