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97]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이달의 책 97]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서영민 기자
  • 승인 2019.12.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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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 수만 있다면…. 동서고금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갈망했지만 뜻을 이룬 사람은 없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피니쉬라인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토너인지 모른다. 달리는 거리는 다를지언정 누구도 삶이 끝나는 피니쉬라인은 피할 수 없다. 그 피니쉬라인을 우리는 죽음이라고 한다. 화려한 장례식을 치르고 온갖 치장하는 묘지를 만들더라도 산자들을 위한 위안이 되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이 끝나는 죽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인생의 파란만장한 사건들 중에 죽음만큼 평등한 사건이 있을까 싶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매년 12월이면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또 1년이라는 세월은 내 삶의 과거 속으로 쏜살같이….           
                                                    서영민 홍보국장 yms@ko-ba.org


 

우리가 주먹을 쥐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세상은 내 것이야, 내가 다 물려받겠어”라는 뜻이다. 우리가 손을 편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p26
▶▶ 그래서 탄생은 부모 그 사회의 상속이라는 자산이 주어지기 때문에 평등하지 않다. 죽음은 남겨진 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물적 정신적 유산이 남겨지기에 평등하지 않지만 죽음의 당사자에게는 모두 평등하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내가 죽은 것이다.

우디 앨런은 이렇게 설명했다. ‘섹스와 죽음의 차이? 죽는 것은 혼자 할 수 있고 남들이 절대 그 문제로 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p45
▶▶ 어떠한 죽음도 이 세상에 왔다간 나름대로의 흔적을 새기기에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다. 섹스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고 죽음은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통계로 따진 인생의 전성기를 지나자마자 늙기 시작한다. 미국을 비롯한 대개의 선진국에서 통계적으로 본 실제 인생의 전성기는 7세이다. 7세가 넘은 뒤에는 사망률이 8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 p57
▶▶ 과거 영유아 사망률이 높은 시절에는 평균 수명이 40대이고 환갑을 맞으면 장수를 기념해 잔치를 열었다. 그 당시 60대 70대까지 산 사람들은 늘 주변에서 우리보다는 더 자주 죽음을 접하고 살았으리라. 7세가 전성기라면 우리 인간은 늙는다는 사실을 숙명처럼 옆구리에 끼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딸 스코티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했다.  ‘설익은 모험을 하려 들면 지독한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18세에서 19세에 술을 마신 남자애들은 지금 다들 안전하게 무덤 속에 누워 있지’ p84
▶▶ 문제는 설익은 모험을 할 때는 그것이 설익은 모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개는 지나고 보면 어리석고 부질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창조성은 30대에 절정에 달한 뒤 급격히 쇠퇴했다. 사람들이 창조적인 성취를 해내는 것은 대부분 30대 때이다. 드가는 말했다. ‘25세에는 누구나 재능이 있다. 50세에도 재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위안이 필요하다면 지식적인 면을 생각하자. 어휘력은 25세일 때보다 3배 풍성하다. 60세의 뇌는 20세 때보다 정보를 4배 더 많이 간직하고 있다. p137
▶▶ 우리 인생은 모든 것이 첫경험의 연속이다. 지난해 경험했던 똑같은 일도 한 살 어렸을 때 경험한 것이고 올해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 나이에 첫경험인 것이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가면서 장년이 되었음에도 왜 이렇게 미숙하고 첫경험한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50대인 내가 2~30대보다 유일하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경험이라는데 모두가 첫경험이니….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인생의 첫 30년은 삶을 사는데 쓰이고, 이후 40년은 삶을 이해하는데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는 숫자를 역전시켜서 말했다. ‘인생의 첫 40년이 텍스트라면 나머지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루소는 뭐라고 했을까. ‘사람의 인생은 모두 같다. 10세에는 사탕에 휘둘리고, 20세에는 이성에, 30세에는 쾌락에, 40세에는 야망에, 50세에는 탐욕에 휘둘린다. 그 후에는 달리 남은 것이 없으니 지혜를 추구한다. p143
▶▶ 30년을 살고 20여년을 훌쩍 더 살았는데 나는 솔직히 아직도 삶을 이해할 수가 없다. 40여년이 텍스트라면 10여년 이상 주석을 달고 있음에도 텍스트가 해석이 안되는 절망에 빠져들곤 한다. 50대 지금도 쾌락에 휘둘릴 때가 있으며 그것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허무한 감정으로 무너져 내린다. 주어진다고 가정하고 60대는 또, 70대는 또, 80대는 또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할까?

1907년, 36세이던 프랑스 작가 폴 레오토는 말했다. ‘어느 날 누가 물었다. “요즘 뭐 하고 지냅니까?” 나는 대답했다. “나이 먹느라 바쁩니다.” p147
▶▶ 그래 12월이다. 올 한해도 나이 먹느라 바쁘게 살았다. 까마득했던 50대 중반이라는 돌덩어리가 내게 와서 안겼다. 문득 돌아보면 60대 중반도, 70대 중반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기습공격으로 나를 공략할 것이다.

인간사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해답이 부족한 경우는 절대 없지만 원하는 해답은 없다. p176
▶▶ 힘들다. 고독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살아진다. 그것이 삶이다. 철벽이 가로막아도 해답은 있다. 원하는 해답이 아닐지라도 가보는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피니쉬라인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잠깐 지구 위를 걷는 동물일 뿐이고, 언젠가 사라질 껍질에 둘러싸인 벌거벗은 육신일 뿐이라는 것이다. p181
▶▶ 몇 만년 인류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티끌이고, 몇 만년 인류의 역사에서 내게 주어진 몇 십년은 찰라의 순간이다. 나를 둘러싼 인연, 평판, 내가 남겼던 활자들, 금융권에 남겨진 동그라미 몇 개들, 빼곡한 옷장의 모든 껍데기들을 남기고 죽을 것이다.

한때 나는 살아있다는 사실에 동물적인 기쁨을 느꼈고, 농구를 할 때는 주로 그 기분을 맛보았는데, 이제 나는 그러한 동물적 기쁨을 너무나 드물게만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은 곧 인생이다. 나는 51세인데도 벌써 이런 생각이 든다. p202
▶▶ 가파르게 산을 오를 때, 심하게 뜀박질을 했을 때, 수영장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물 밖으로 숨을 뱉었을 때 역설적이게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고른 숨을 내쉬는 평상시에는 상대적으로 살아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많은 동물들이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살고 있는지 아니면 오로지 살기 위해서 본능에 따라 움직이지는, 동물이 되어보지 않아서 정확히 모르겠다.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면 어떻고 그냥 살면 어떤가? 나의 삶이 이어지고 있으면 그만이다. 

50세 이후에는 뇌의 무게가 매 10년마다 2퍼센트씩 줄어든다. 노인이라도 건강하기만 하다면 기억 그 자체, 즉 암호화한 정보의 저장량 자체는 줄지 않지만, 기억을 불러내는 일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뎌지고 훨씬 여러 번 시도해야 가능해진다. p205
▶▶ 뇌의 무게도 몸무게도 나이가 들면 줄어든다. 다만 삶에서 가해지는 시련과 아픔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신께서는 우리 인간이 삶의 무게를 견디고 견디다 못 견디면 치매라는 선물을 내려서 기억을 거두어 가신다. 치매는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고통이 되기도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의 무게를 잊어버리게 하는 선물이기도 하다.

프랜시스 치체스터 경은 66세에 세계일주 항해를 마친 뒤 말했다. ‘시도가 실패한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모든 인생은 결국에는 실패한다. 우리가 할 일은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기는 것이다. p218
▶▶ 열 가지를 시도해서 한 가지를 성공한다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엄청난 성공이다. 우리 인생은 어차피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설 수 없는 실패를 안고 살아가는 길이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기쁨을 발견하고 더 단단해지면서 나이를 먹어가야 한다. 

이탈리아 시인이자 철학자 자코모 레오파르디는 이렇게 썼다. ‘죽음은 악하지 않다. 오히려 악한 것들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 좋은 것들을 빼앗아가는 건 사실이지만, 좋은 것들을 바라는 욕망까지 앗아간다. 제일로 악한 것은 늙는 것이다. 온갖 즐거움을 앗아가면서도 즐거움을 바라는 마음은 남겨두고, 대신 온갖 고통을 안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늙은 채로 있기를 바란다.’ p305
▶▶ 몸은 변했는데 마음에 남겨 둔 청춘으로 늙었음을 냉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몇 번을 어 왜 이러지? 당혹스러워하다가 병원에 들려 “나이 드시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래도 또래 분들보다는 건강하신 편입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씁쓸함이 밀려온다. 지금 같아서 갈 때는 미련없이 가야지 생각하지만 이 또한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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