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헌책방하며 먹고 살기
생활수필 - 헌책방하며 먹고 살기
  • 미용회보
  • 승인 2019.12.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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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하며 먹고살기

 

헌책방 나들이가 취미였다. 내 나이 50이 되면 헌책방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헌책방 해서 먹고살 수 있겠냐며 ‘쯧쯧’ 혀를 차던 친구는 통장에 잔고를 많이 쌓아 둔 후에나 가질 꿈이라고, 네가 고생을 덜 해봐서 경제관념이 그 모양이라는 말까지 덧붙인 후에야 주제를 바꿨었다. 음악 들으며 책 읽고, 차 마시고, 바느질하다가 손님오시면 책을 팔면 되는 아주 낭만적인 직업인 줄 알았다. 적어도 그 정도는 책이 팔리는 줄 알았던 거다. 난 책을 사러 갔다가 헌책방 주인을 만나 결혼을 했고 남편 덕분에 나의 꿈을 생각보다 일찍 이루긴 했지만 헌책방 하며 먹고살기, 참 힘들다. 하지만 다행히도 헌책방 운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since1955
1955년, 책을 좋아하시던 시아버지께서 노점으로 시작하셨던 한미서점은 오래된 건물과 더불어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용자가 많아 서점 안은 물론이고 서점밖에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였다고 한다. 아버님 세대에는 장르 구분 없이 온갖 책을 다 다루셨는데 가장 으뜸은 신학기의 학습물 판매였다. 넉넉하진 않아도 신학기 학습물 판매로 거의 1년을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판매량을 가늠하고도 남는다. 얼마나 손님이 많았으면 작은 가게에 온 가족을 동원하고도 모자라 친척들의 손까지 빌렸다고 한다. “도대체 언제~?“ 라고 물었지만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한미서점은 배다리(인천 동구 금곡로)에 위치 해 있는데 이 지역에 무려 40여 곳이 넘는 헌책방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덕분에 ‘헌책방 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5개의 헌책방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그 시절을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오랜만에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찾는 분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증명해 줄 뿐이다. 다행히 10여 년간 주민들이 애쓰신 덕분에 개발 쪽 보다는 고쳐 쓰는 쪽으로 지역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어 다시 찾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그분들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는 레트로 열풍과 함께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 생기기도 하고 북 카페나 예술가들이 모이는 등의 변화로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하지만 책만 팔아서는 도저히 운영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보니 작은 규모의 서점 주인들은 외부 강의를 나간다던지 글을 쓴다던지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책 축제를 준비하던 중 어느 독립서점 주인장의 말이 생각난다. “여행갈 수 있게 직원 한명 둘 정도로만 벌었으면 좋겠다.” 겉으로 보기엔 멋져 보여 우리만 형편이 좋지 않구나....... 생각했는데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이었을까? 격하게 공감하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미서점은 중고책을 다루는 서점이다. 책만 판매하다가 책도 판매하는 서점으로 전환한지 4년차.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폐업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서점수가 현저히 줄다가 최근에는 작은 서점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서점 운영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책 축제를 통해 작은 토크쇼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받은 질문이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유지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책 판매 외에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서점을 운영해서 행복한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먼저 매출에 대한이야기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받은 연봉에도 못 미친다는 거다. 순수익으로 따져야 하니 책만 팔아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월세를 내지 않고 소비하는 것을 극도로 줄인다면 가능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래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더러 있고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니 너무 낙담하지는 말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엔 작은 서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좀 늦은 편이라 우리의 경우엔 올해 처음으로 지역의 도서관에 책을 납품한 일이 있었다. 한두 권 정도는 사서가 직접 구매하기도 했었지만 정기 수서로는 처음 있는 일이라 순이익은 많지 않아도 ‘이게 웬일이야? 이런 일도생기네~’ 하며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또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2016년 서점의 1/3 공간을 교육공간으로 고치고 다듬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의 문화재단 및 중앙부처(문체부 또는 한국문화예술 교육진흥원, 이나라도움)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테니 이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서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
그렇다면 서점을 유지하는 것만이 목적인가? 그렇지 않다. 서점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점을 운영하면서 행복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의 경우엔 중고 책을 다루는 서점이니 책을 읽고 싶은 대로 모두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책의 경우엔 구매해서 읽지 않는 한, 한번 읽으면 중고 책이 되고 마니 서점에 들여놓는 책을 읽고 싶다고 다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하지 않을까?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엔? 시간에 대한 자유로움도 무시 못 한다. 물론 국경일, 공휴일에 휴가까지 있고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월급쟁이가 편할 수도 있겠지만 적게 벌어도 저녁시간이 있는 것이 그 무엇보다 좋다. 나의 경우 디자인을 전공하여 대부분 인천에서 강남까지 출근을 했던 터라 아침시간에 지옥철을 타지 않는 것도 참 좋다. 경제적으로는 우월하여도 다시는 직장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다.
12년 전 친구의 말처럼 헌책방을 운영해서 먹고는 사는지 그것이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헌책방 주인이자 소설가 데쿠네 다쓰로가 <소세키를 팔다>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헌책방 주인은 장사에 서툴러요” 정말 그렇다. 실제로 손님이 골라놓은 책(컴퓨터 관련 서적)이 요즘의 버전과 많이 달라 오래된 책이라 손님께 적당한 버전의 책이 없다며 괜찮다는 손님에게 굳이 덧붙여 설명을 하고는 인터넷에서 적당한 버전의 책을 추천하니 “진짜 장사 못 하시네요~”라는 말씀을 듣기도 했다. 그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랴~ 요즘은 인터넷으로 인해 책 가격을 정하는 일이 수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책값을 정하는 일은 어렵다.
책 판매만 했던 2016년 이전보다 책 판매도 하는 2016년 이후부터는 점점 폐업의 생각과는 멀어지고 있다. 무척 바쁘지만 성취감도 생기고 다양한 일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재밌다.

2019년의 끝! 모두가 재밌는 일을 찾기를 바라며 올 한해도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감사하다.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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