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리뷰] 남산의 부장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시네마리뷰] 남산의 부장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미용회보
  • 승인 2020.02.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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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얼굴을 본다는 것, 믿고 보는 배우들의 앙상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은 앞서 미국배우조합상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느 한 배우가 아닌 출연 배우 전체가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무엇보다 미국배우조합에 소속된 헐리우드 배우들의 투표로 선정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화에서 배우들의 조합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물론 감독의 연출을 뛰어난 연기로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조합은 한 두 명의 주연급 배우들이 끌어가는 영화보다 <기생충>처럼 여러 인물들이 얽혀 앙상블을 이룰 때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난 영화로 평가받는다.
 

배우의 조합, 서사를 이끄는 힘

<남산의 부장들>은 10.26이라는 사건을 바탕으로 박통(이성민)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등 사건을 둘러싼 중심인물들의 호흡이 어우러진다. 여기에 로비스트 데보라 심(김소진), 전두혁 장군(서현우) 등 조연들의 앙상블도 중심 사건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배치되며 효과를 더한다.

고뇌하는 인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김규평을 연기한 이병현과 직진형의 맹목적인 충성을 보여주는 곽상천을 표현한 이희준은 물론 음흉한 속내를 감추는 전두혁을 연기한 서현우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이 보여주는 합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특히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의 싱크로율은 상당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 가방의 행방을 놓고 여러 인물들이 얽힌다. 태영(정우성)과 연희(전도연), 박사장(정만식), 중만(배성우), 미란(신현빈) 등이 얽히면서 일정한 에피소드를 나눠 분담하듯 극을 이끌어간다. 여기에 중만의 엄마 순자(윤여정)와 중만의 아내 영선(진경), 미란을 돕는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태영의 조력자 붕어(박지환), 박 사장의 부하 메기(배진웅) 등 조연들이 어우러지며 풍성한 에피소드를 엮어간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전도연부터 허당기에 호구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정우성은 물론 힘겹게 하루를 이어나가는 생활인을 보여준 배성우, 집요한 고리대금업자 박사장을 연기한 정만식, 기억을 잃은 중만 엄마 역할의 윤여정 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빠져서는 연주가 불가능한 오케스트라처럼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다.
 
역사가 느와르를 만났을 때
 
영화는 배우들의 앙상블과 함께 느와르 색채가 강한 것도 공통점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된 후 출판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60~70년대 중앙정보부 부장과 이들이 주도한 정치 이면사를 다뤘다. 우민호 감독은 이 방대한 원작에서 10.26 사건 부분에 집중했다. 대통령 암살 사건 이전 40일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을 중심으로 풀어가고자 했다.
10.26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감독은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실을 40일 동안의 서사로 재구성했다. 그 40일간 권력의 핵심기관인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본부에 몸담았던 핵심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흡사 갱스터 영화의 냉혹한 범죄조직 내 암투처럼 다뤘다. 끊임없이 부하를 의심하는 조직의 보스와 2인자들의 충성 경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조직의 보스는 권력의 정점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에서 2인자를 신뢰하지 않으며, 2인자는 한번 쓰이고 버림받은 앞선 2인자처럼 자신도 제거될지 모른다는 의심에 사로잡힌다. 2인자로 치고 올라오는 새로운 인물도 경계 대상이다. 내쳐진 2인자가 외부에서 저지른 사고도 처리해야 한다. 그만큼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느와르 장르의 색채가 강하게 스며 있다.
인물들의 이름도 실제와 다르게 표현했다. 김재규 대신 김규평, 차지철이 아닌 곽상천, 김형욱 대신 박용각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박통으로 표기했다. 감독은 누구나 아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한 것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세계다. 당대 국가를 경영했던 이들의 세계를 그렇게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결국 추락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처연함으로 이끄는 것은 어디까지나 배우들의 힘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서민 느와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동명의 일본 미스테리 느와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소네 케이스케의 작품이다. 원작의 서술 트릭을 영화적으로 풀어냈다.
이 영화는 벼랑 끝에 몰린 이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출발한다. 사채 빚을 남기고 사라인 애인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항만 공무원 태영과 찜질방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중만, 새 출발을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술집 사장 연희 등이 돈 가방과 얽히며, 사건과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방식을 취했다.
이 영화는 전체를 6개의 챕터로 나눠 각 챕터를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꾸미고 있다. 중만과 태영, 연희, 미란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배치됐고,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돈 가방을 중심으로 서로 관련 없는 인물들이 섞이는 구조다.
무엇보다 돈 가방은 여러 사람을 거치며 영화 마지막까지 관객들로 하여금 행방을 쫓게 만든다. 그러니까 돈 가방의 행방이 서스펜스이자 사건의 연쇄를 만드는 장치인 셈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평범한 서민부터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돈 가방 앞에서 감출 수 없는 헛된 욕망이다.

 
그 행방을 쫓는 과정이 촘촘하게 쌓이며 영화 내내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모든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고, 범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모되는 인물도 없다. 돈 가방 앞에서는 모두 주인공인 셈이다. 일종의 ‘서민 느와르’다.
이 영화는 뻔한 범죄극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중점을 뒀다. 서사의 구조를 비튼 것은 물론 캐릭터들의 충돌로 극의 긴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각자 맡은 인물을 사실적으로 소화해낸 배우들의 앙상블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시도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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