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리뷰] 1917, 작은아씨들
[시네마리뷰] 1917, 작은아씨들
  • 미용회보
  • 승인 2020.03.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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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는 한산해졌다. 3월 개봉이 예정됐던 대부분의 영화들은 기약 없이 개봉일을 미뤘다. 현재(3월16일 기준) 극장가는 2월 9일(현지시간) 열린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다. 아카데미 후광이라기보다 개봉이 미뤄진 영화들을 대신해 상영일을 연장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상영되고 있는 아카데미 수상작만 <1917>, <작은 아씨들>, <조조 래빗>,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기생충>, <결혼 이야기> 등이다. <1917>과 <작은 아씨들>이 각각 아카데미 수상 이후인 2월 19일과 12일 개봉했을 뿐, 나머지는 그 이전에 개봉한 영화들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수상 이후 짧게 재개봉하고 흑백판 공식 개봉으로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흑백판 개봉을 뒤로 미루고 기존 컬러판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극장들은 3월 한달간 휴관에 들어갔지만, 대형 멀티플렉스는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극장 안에는 몇몇의 관객만 눈에 띌 뿐이다. 매진은 기대하기 힘들다. 전국적으로 평일 관객 수가 4~5만명에 그치고 있고, 최근 주말(3월 14~15일) 관객도 처음으로 2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그만큼 최근의 박스오피스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주말 이틀 동안 1위에 오른 영화가 채 5만명이 되지 않는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다. 감염병 공포라는 현실이 더 영화처럼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걸 지워버린 요즘, 두 편의 영화에서 위안을 얻고자 한다. <1917>과 <작은 아씨들>이다. 적군의 함정에 빠진 부대의 몰살을 막기 위해 질주하는 한 병사의 모습(영화 <1917>)에서,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내달리는 한 소녀의 표정(영화 <작은 아씨들>)에서다. 그렇게 희망이 쌓이고, 평온한 하루가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가 평범한 그를 응원하는 이유

영화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 한창인 1917년 4월 6일 서부전선.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영국군 병사 블레이크와 스코필드에게 하나의 미션이 주어진다. 독일군의 전략적 후퇴라는 상황을 모르고 공격을 감행하려는 전방의 아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는 임무다. 이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면 1600명의 아군은 몰살될 위기다. 이 부대에는 블레이크의 형도 있다. 두 병사는 블레이크의 형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사투를 이어간다.
이야기는 단조롭다. 임무를 부여받은 병사가 전쟁터 한복판을 내달려 명령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전부여서다. 여기서 영화는 새로운 방식을 택한다. 전쟁의 생생함과 병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서사를 단 하나의 숏으로 보이게 하는 촬영기법이다. 형식적으로 롱테이크처럼 보여도, 실제는 장면을 나누어 찍은 후 이어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을 택했다.
이같은 촬영 기법은 불가능할 것 같은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병사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만든다. 끊기지 않고 필사적으로 이어지는 카메라의 흐름은 총탄을 뚫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병사의 질주와 호흡을 같이 한다. 아마도 카메라가 정지하거나 끊어지면 이 병사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지속적인 움직임이다.
영화 <1917>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수상 내역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시도로 이뤄진 촬영과 전쟁 영화다운 음향, 시각 효과 같은 기술적인 성취가 뛰어난 영화다.
그렇다고 기술적인 성취에만 가려진 영화는 아니다. 서사를 이어가는 방식에서 기술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다. 인물이 움직일 때, 관객도 함께 따라가게 만드는 효과다. 그 생생함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을 이기고 끝내 생명을 구하는 평범한 인물을 응원하게 된다.

네 자매의 꿈, 희망의 완성

영화 <작은 아씨들>은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1868년과 1869년 두 권으로 출간한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마치 가’ 네 자매의 성장담이다. 작가 지망생인 둘째 조 마치와 배우가 되고자 하는 첫째 메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화가가 되고자 하는 막내 에이미의 에피소드를 쌓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이웃집 소년 로리가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자매들과 인연을 쌓아간다.
원작은 행복했던 네 자매의 유년 시절과 어른이 돼 현실과 부딪치는 두 시기를 시간 순으로 구성하고 있다. 원작의 구성과 달리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은 둘째 조를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뒤섞는다. 감정과 사건의 연결과 어긋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그 속에서 네 자매가 선택한 삶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무엇보다 여성에게 힘겨웠던 시대에 예술가로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네 자매의 꿈을 동일하게 바라보고 지지하고 있다. 첫째 메그는 배우가 되고자 했으나 결혼으로 꿈을 포기하게 된다. 셋째 베스는 피아노에 재능이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 막내 에이미는 화가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빠른 길을 택한다. 둘째 조는 남성이 주도하는 출판계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려 맞서면서도 작가를 지속하기 위해 고민한다.
이들 네 자매의 각기 다른 꿈과 고민은 관객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영화 <작은 아씨들>은 네 자매의 꿈과 고민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만든다.
영화는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쓴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서두이기도 한 이 문장은 꿈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압축하고 있다. 그런 고난이 있기 때문에 꿈은 이루어지고, 희망은 완성된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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