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02] 사피엔스 1탄
[이달의 책 102] 사피엔스 1탄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0.04.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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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김영사 펴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인류의 일상을 멈추어 버렸다. 코로나 19가 이렇게 단시간 내에 우리의 삶을 지배해 버린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금 우리가 활발한 교류를 통해서 지구촌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어떻게 생태계의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는지, 또 인류가 500년 만에 폭발적 인구증가로 지구 행성을 접수해버렸는지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세계의 혁명과 인류의 통합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에서 시작된 인지혁명, 문명의 태동과 함께한 농업혁명, 제국주의가 몰고 온 과학혁명, 그리고 제국과 돈 등등을 통해서 통합된 인류를 문화인류학 역사학 과학 종교학 경제학 정치학을 넘나들며 분석한다. 우리 모두는 유발 하라리가 분석한 인류의 후손이기에 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서 읽을 수 있었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ko-ba.org

 

고인류는 뇌가 커지면서 두 가지 대가를 지불했다. 첫째, 식량을 찾아다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둘째, 근육이 퇴화했다. 국방예산을 교육 부문으로 전용하는 정부처럼 인류는 근육에 쓸 에너지를 뉴런에 투입했다. 이것이 아프리카의 대초원에서 살아남기 좋은 전략이었다고 성급히 결론을 내려버릴 수는 없다. 침팬지는 호모 사피엔스와 논쟁을 벌여 이길 수는 없지만 인간을 헝겊 인형처럼 찢어버릴 완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p27
▶▶보통 우리 뇌는 남성이 1,350~1,450g, 여성이 1,200~1,250g으로 몸무게의 2% 정도지만 혈액의 20%가 흐르면서 체내 20%의 산소를 소비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다른 동물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월등한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일대일 힘에서 이길 수 없는 동물들에 대해 집단과 머리라는 무기로 모두 이길 수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p41
▶▶집단의 힘을 만들어 내기 위한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언어가 있어야 한다. 말을 비롯해 활자인 글, 지금 세상에서 영상까지 모두 소통의 영역이다. 물론 동물들도 독특한 소리나 호르몬의 향, 다양한 몸짓으로 소통하지만, 인간의 소통만큼 섬세하고 치밀하고 광범위하지 못하며 본능에 의해 전수는 되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보존성 측면에서는 인간이 압도적이다.

뒷담화이론은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무수히 많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의사소통의 대다수가 남 얘기다. 이메일이든 전화든 신문 칼럼이든 마찬가지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다. 우리의 언어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p47
▶▶편안한 사람과의 술자리 대화의 상당 비중이 뒷담화이다. 뒷담화에 몰입하면 묘하게 집단의식을 형성하면서 연대감을 준다. 무엇보다 뒷담화는 스트레스가 풀린다고도 하고 재미있다.

인지혁명에 이어 뒷담화이론이 등장한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더 크고 안정된 무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뒷담화이론에도 한계가 있었다. 과학적 연구 결과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150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50명이 넘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알고 지내며 효과적으로 뒷담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은 거의 없다. p52
▶▶웬만한 동호회나 모임도 150여명이 넘어가서 인원이 많아지면 갈라져 나가서 따로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 스스로 자주 전화 통화를 하거나 카톡으로 연락하는 사람들 범위 또한 150여 명 안팎인 것을 보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촛불집회처럼 몇십만 명이 자발적 소통을 통해서 모이는 동물들은 없는 것 같다. 

만일 호주의 멸종이 고립된 사건이었다면, 우리는 인류에게 의문의 여지라는 기회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은 인류를 생태계의 연쇄살인범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p108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사라진 도심에 야생동물이 출현했다는 해외 단신 뉴스를 보았다. 애초에 그 도시는 동물들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지구 전체적으로 확대하면 동식물들은 얼마나 많은 영역을 인간에게 내어주었는가? 무려 70억 명,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가 미덕이라고 세뇌시키며, 미래의 복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인구는 유지되거나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p117
▶▶한 번도 인류의 생존이 다른 동식물의 멸종이라는 반대급부였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인류의 발전이라는 인구증가가 동식물의 멸종에 관여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대규모 도시개발은 사람들을 과거보다 더 모여 살게 했으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삶으로 바꾸어 놓았다. 농업혁명의 집단거주가 인간이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면 촘촘한 교통망으로 연결된 글로벌화가 또 다시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 그것을 코로나19사태에서 실감하고 있다.

온갖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인류를 먹여 살리는 칼로리의 90퍼센트 이상이 밀, 쌀, 옥수수, 감자, 수수, 보리처럼 우리 선조들이 기원전 9500년에서 3500년 사이에 작물화했던 한 줌이 식물들에서 온다. 지난 2천 년 동안 주목할 만한 식물을 작물화하거나 동물을 가축화한 사례가 없었다. 오늘날 우리의 마음이 수렵채집인 시대의 것이라면, 우리의 부엌은 고대 농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p122
▶▶다만 우리 선조들과 비교해서 지금은 작물을 더 고운 입자로 만들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음식이 갸름한 턱 선을 만들었겠지만 소화 능력의 저하나 필수 영양소를 초래했는지 모를 일이다. 동물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거친 사료를 먹기 때문에 인간처럼 소화불량이나 변비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지 않다. 오늘날 조립법이 열을 가해서 음식을 조리한다는 기본 개념은 변하지 않았지만 열을 가하는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명심하자, 인류는 아주 다양한 음식을 먹고 사는 잡식성 유인원이다. 농업혁명 이전 식사에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적었다. 곡류를 중심으로 하는 식단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하고 소화시키기 어려우며 치주조직에 해롭다. p126
▶▶현대인이 과잉 칼로리를 섭취하는 만큼 다이어트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된다. 그 중에 원푸드 다이어트는 특정 음식 하나만을 고집하는 방법인데 인간이 잡식성이라는 것에 반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요요현상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먹는 채소나 과일 등이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농법으로 변화되어 과거보다 비해 다양한 미네랄 성분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p135
▶▶사치품과 명품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사전에서는 씀씀이나 꾸밈새, 행사 등에서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씀으로써 자신의 분수에 벗어난 것을 사치라 정의하고 있다. 사자가 다이아몬드반지를 끼지도 않고 금목걸이를 위해서 사냥감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사치품을 욕망하는 것은 인간만의 습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치품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려고 하거나, 삶의 목표로 삼으면 사치품 속으로 삶 자체가 빨려 들어가 불행해질 수 있다. 사치품의 감가상각은 한순간에도 일어난다.

오늘날 세계에는 10억 마리 이상의 양, 10억 마리의 돼지, 10억 마리 이상의 소, 250억 마리 이상의 닭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도처에 퍼져 있다. 가축화된 닭은 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가금류다. 지구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대형 포유류를 순서대로 꼽으면 사람이 첫째이고, 2, 3, 4위가 가축화된 소, 돼지, 양이다. p142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닭고기 소비는 2배로 늘었다고 한다. 치맥이 문화가 되고 언제든지 전화 한 통이면 닭고기가 배달된다. 70억 인류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몇 배의 동물들이 길러지고 도축되고 있다. 밀집된 가축의 사육은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광우병 등등 전염병을 일으켜 막대한 피해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에게 전염될까 두렵다. 동물복지를 논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

신이 함무라비에게 “정의가 지상에서 널리 퍼지고, 사악하고 나쁜 것을 폐지하며,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방지하는 임무를 주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p159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지만 역사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억압했던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정의의 실현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을 ‘귀족’과 ‘평민’으로 구분하는 것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상 또한 신화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인가? 인간의 상상력을 벗어난 어딘가에 우리가 진정으로 평등한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세계가 있단 말인가? p163
▶▶혈통이 사람을 구분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 시대에서는 자본이 사람들을 구분 짓는다. 인간이 평등하지 않자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가 평등하지 않고 어떤 나라에서 어떤 집안에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평등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평등을 추구할 뿐이다.  

자연의 질서는 안정된 질서다. 설령 사람들이 중력을 믿지 않는다 해도 내일부터 중력이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 이와 반대로 상상의 질서는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화에 기반하고 있고, 신화는 사람들이 신봉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p167
▶▶지구에는 왜 중력이 존재할까? 왜 23.5도 기울어져 자전을 통해 낮과 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복잡한 설명은 과학자들의 몫이다. 그냥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자연의 법칙을 부정하고 살 수는 없다. 난 중력이 마음이 들지 않아 날아다니면서 살아야지, “난 23.5도의 기울기보다 30도가 기울어진 지구에서 살고 싶어”라고 생각해도 중력과 23.5도의 기울기를 벗어나 살 방법은 없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양사람들이 믿었고 단군신화는 우리 민족의 신화이다. 내가 믿지 않으면 황당무계한 이야기일 뿐이다.

인간이 죽으면 뇌도 같이 죽는다. 뇌에 축적된 모든 정보는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지워지게 마련이다. 물론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기억을 전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몇 차례 전수가 이어지고 나면 혼동과 착각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p181
▶▶그래서 동물들은 학습된 정보를 전하기보다는 본능적으로 터득된 될 수 있는 단순한 정보를 전한다. 복잡한 물리학 공식을 전달하지도 않는데 동물과 인간의 큰 차이점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기록된 정보는 점진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정부나 기구, 회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사람은 숫자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심지어 ‘빈곤’ ‘행복’ ‘정직’ 같은 개념도 숫자로 번역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빈곤선’ ‘주관적 웰빙 수준’ ‘신용등급’). p194
▶▶행복지수처럼 추상적 감정까지 수치화시킨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숫자에 매달리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객관화시키는 잣대로써 숫자가 용이하며 숫자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언어와 다르게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영국지배하의 인도에서 불가촉천민과 브라만이, 혹은 아일랜드 태생의 가톨릭 신자와 영국신교도가 어떻게 해서든 똑같은 상업적 통찰력을 개발했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이들이 부자가 될 확률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경제라는 게임은 법적인 제약과 비공식적인 유리천장으로 조작되게 마련이다. p202
▶▶자본주의 시장에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큰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은 다양한 제약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자를 욕망하는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부자의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많은 국가에서 중산층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부당한 차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돈은 돈 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한 번 희생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p211
▶▶신분제인 노비 적서의 차별은 조선 초기보다 중기 이후로 더욱 고착화 되었으며, 조선이라는 나라가 한계에 봉착해 무너졌을 때야 비로소 형식적이나마 폐지됐다. 왕따라는 개념도 처음에 한 번 두 번 반복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시된다. 요즘 세대에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 이래 세계 모든 곳의 사람들은 점차 평등과 개인의 자유를 근본적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가치는 서로 모순된다. 평등을 보장하는 방법은 형편이 더 나은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 없다. 모든 개인이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필연적으로 평등에 금이 간다. 1789년 이래 세계 정치사는 이 모순을 화해시키려는 일련의 시도로 볼 수 있다. p237
▶▶내가 누리는 것들을 남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평등이라면 내 자유의 한계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부 교회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종교 활동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자유의지와 전염병으로부터 사회 전체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는 주장과 맞서고 있다.

사실 어떤 사회적 동물도 자신이 속한 전체의 이익에 이끌려 행동하지는 않는다. 침팬지 종 전체의 이익에 이끌려 행동하지는 않는다. 침팬지 종의 이익에 관심을 갖는 침팬지는 한 마리도 없고, 지구적 달팽이 공동체를 위해 촉수 한 쪽이라도 까딱하는 수고를 들일 달팽이는 없으며, 알파 수컷 사자들 중에 모든 사자의 왕이 되고자 나서는 놈도 없고, 벌집 입구에 “만국의 일벌들이여, 단결하라”는 구호가 붙어 있는 경우도 없다. p246
▶▶자신이 속한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의해 세상은 아름답게 이야기되고, 어떤 이의 희생은 집안을 일으키기도 하고, 나라를 지키기도 하고, 민족을 구원하기도 했다. 그러한 무수한 희생의 자양분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나란 존재가 자라날 수 있었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교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 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돈 덕분에서로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p266
▶▶자본의 속성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소리 없이 흘러든다. 돈의 가치는 거의 예외 없이 숫자로 계량화돼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욕망하도록 유혹한다. 개인 간의 거래는  물론 국가 간의 거래도 어지간하면 돈으로 해결된다. 돈은 아름다운 곳에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흘러들고, 젊고 아름다운 성적 대상을 찾아 매춘이 당연시되며, 세상의 가난한 곳으로 흘러드는 것도 돈이다. 영혼이 소중하다고 하지만 돈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영혼을 보지 않았는가.

어쩌면 역사의 여명에 출현했던 무수히 많은 문화들 중 일부 문화는 순수하고 죄에 물들지 않았으며 다른 사회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명기 이후에는 어떤 문화도 그런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칠 수 없으며, 오늘날 존재하는 문화 중에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인류의 모든 문화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제국과 제국주의 문명의 유산이며, 어떤 학술적, 정치적 외과수술을 한다 해도 환자를 죽이지 않고 제국의 유산만을 도려낼 수는 없다. p291
▶▶에베레스트 최고봉을 사람들이 오르내리게 되면서 적어도 지구상에 인류가 가보지 않은 태고의 땅은 없다고 본다. 내가 집을 짓고 살아가는 땅은 수 만 년 전에 누군가의 무덤이었을 수도 있고, 멸종된 동물들의 보금자리였을 수도 있다. 그 땅에서 수없이 많은 제국이 흥망성쇠를 다하면서 인류에게 그들의 흔적을 유산으로 남겼고 남은 자들은 영향을 받았다. 우리의 문화 속에도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중국 몽골 일본 미국 등이 남긴 흔적들이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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