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정리하며 살 일이다
생활수필 - 정리하며 살 일이다
  • 미용회보
  • 승인 2020.04.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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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며 살 일이다


이중 창문의 격자창을 밀어 넣고 말간 유리창만 닫았다.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계절은 이미 봄이 시작된 지 오래다. 어느새 목련은 지고, 그 옆자리에 우뚝 선 오래된 벚나무에 꽃이 피었다. 그 꽃을 가까이 보고 싶어 나갔더니 꽃잎이 떨어져 바닥 또한 꽃  밭이다. 계절은 이렇게 우리의 멈춘 일상과는 무관하게 제 속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서점 외에는 외부 활동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계획과 무관하게 이건 경우가 다르다. 열심히 준비한 일의 결과가 좋지 않아 쌓일 대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필요해,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고, 이웃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거의 자가격리자처럼 살고 있다. 답답함을 넘어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만의 속도로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도 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정리, 그리고 정리
집안 정리를 하다가 그야말로 심봤다. 가스오븐렌지가 있는 우리 집은 오븐을 사용하지 않은지 수년째다. 대신 오븐 공간은 수납장이 되었는데, 그 안을 정리하다가 크라프트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반듯하게 닫힌 뚜껑을 여는 순간! 노란 일회용 믹스 커피가 한가득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추측하건데 한 박스를 구매한 후, 양이 많아 둘 곳이 마땅치 않자 소분해 놓은 것 같다. 유통기한을 살펴보니 23일을 남겨두었다. 그나마 유통기한이 남은 채 발견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종종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깨달은 순간! 대대적인 정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쑤욱! 올라왔다.
우선 아이 방을 옮기기로 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이는 1월 초에 시작한 겨울 방학이 3월을 넘겨 개학도 없이 4월을 맞이했다. 그리고 온라인 개학이다. 담임선생님과 전화통화로 인사를 나눈 뒤 교과서를 받으러 학교에 갔다. 얼마 만에 학교에 가는 건지 아이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고 나 또한 감개무량했다. 하지만 시간차를 두고 교실에 입실한 아이는 친구들은 만나지 못한 채 처음 대면하는 선생님께 온라인 학습에 대한 안내 사항과 교과서만 받았을 뿐이다. 허락된 시간은 10분 남짓. 운동장에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으로 배부 받은 곳도 있다니 그나마 나은 편이라 하겠다. 이런 아이에게도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엄마가 방 옮겨줄까?”
지금까지 아이가 사용하던 방은 북동쪽으로 난 창이 있어 어둠이 일찍 찾아오기도 했고, 공간이 좁아 늘어 가는 장난감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언젠가는 남서쪽으로 난 창이 있는 곳으로 바꿔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알맞은 변화가 주는 기분 좋음이 필요했으니 시기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아이는 신나서 나의 의견에 동의했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갔다. 덩치가 큰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지만 안성맞춤으로 공간에 어울림이 이루어지는 순간,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엔돌핀이 솟아났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풀기엔 노동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방을 옮기고 공간을 정리하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버리면 아주 간단하겠지만, 쓰레기로 전락시키기엔 아까운 것이 많았다. 마침 지역의 온라인 중고 마켓이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어 관련 앱을 다운받은 후 나눔 할 것, 판매할 것, 버릴 것으로 구분했다. 버릴 것을 제외하고는 깨끗하게 세탁 해 사진 촬영을 한 후 온라인 마켓에 올려두었다. 나에게는 쓰임을 다 한 것들을 나눔 하기도 하고 아주 저렴한 값에 판매하기도 했다.

 

 

“지구가 깨끗해 졌대”
물건을 정리중인 나를 보며 남편이 하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생산과 소비가 줄고, 교통량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줄면서 생긴 변화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깨끗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니,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다는 일을 알게 된 것은 사실이다.
8년 전의 일이다.
“저는 저로 인해 쓰레기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기에 물건을 잘 사지 않아요.”
열 살이나 아래인 지인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로 버려지는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지역의 온라인 중고 마켓을 이용하며 느낀 것이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샀는데 어울리지 않아 내놓아요.’, ‘박스만 개봉한 새 제품 이예요.’, ‘사이즈가 맞지 않아 내 놓아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어 저렴하게 판매해요.’
그러니 좀 더 신중 해질 필요가 있겠다.
살아보니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잘 버리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다. 한동안 미니멀리즘의 큰 영향으로 버리는 것 또한 유행처럼 번졌고, 관련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다.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인지, 그로인한 쓰레기는 어쩌라고 내 공간만 비우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깊이 생각 해 볼 일이다.

“오늘 5000원 벌었어! 뭐 먹을까?”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게 함정이지만 즐겁다.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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