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문화탐구5] 마스크탐구생활
[일상문화탐구5] 마스크탐구생활
  • 미용회보
  • 승인 2020.04.29 14: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  출처 : 인터넷/미상

 

3월초에 소셜 네트워크에서 코로나가 여름 전에 끝나야하는 이유라며 보내온 사진을 보고 그야말로 빵 터졌다. 그때만 해도 3월이면 끝나겠지?하는 마음으로 이 사진을 보고 맘껏 웃었는데, 5월을 맞이하는 요즘은 슬슬 염려가 되기도 한다.



맞아. 웬디,
우린 모두
마스크를 썼어.

그림  영화 <마스크>

 

연두색 물감통에 푹 담갔다 뺀 것 같은 마스크를 쓰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오던 영화 캐릭터가 있다. 1994년에 나왔으니 어느덧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영화 <마스크>. 온순하고 소심한 은행원 스탠리 입키스는 우연한 기회에 쓰기만 하면 초인적인 힘을 가진 불사신이 되는 신비한 가면을 손에 넣게 된다. 마스크를 쓰고 연두색 괴물로 변신하여 평소 품고 있던 불만을 속 시원하게 풀어버린다. <마스크>에서는 이 연두색 가면을 핵심 소품으로 사용하는데,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면은 의식이나 연극에서 사용해왔다. 우리나라의 탈춤도 그중 하나다. 가면은 그것을 쓴 사람이 가면이 상징하는 인물이나 사물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수년째 인기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참가자들은 평소에 보여주기 어려웠던 내면의 모습을 복면을 쓰면서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공통으로 말한다. 심리학 용어로 ‘외적 인격’이 부여되는 셈이다.

 

우린 모두 마스크가 필요해
우린 모두 마스크를 썼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인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대유행)’을 선포했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두’, ‘demic’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혼란과 공포, 두려움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일까? 2020년 초입부터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 펜데믹에 뒤따른 ‘마스크 펜데믹’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크 대란, 마스크 사재기와 마스크 품절, 마스크 판매자 고의 취소, 마스크 구매 줄서기, 공적 마스크, 마스크 5부제, 마스크 지도 앱, 마스크 기부 캠페인, 마스크 필터 긴급 수입 등··· 지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몇 달 동안 우리의 뇌리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절박하게 박힌 단어는 바로 ‘마스크’가 아닐까. 필자는 황사, 미세먼지가 한창일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터라 가지고 있던 마스크가 없었다.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마스크 대란으로 줄서기 등을 할 때에는 엄두가 안나 아예 마스크 구매를 유예하고 서랍 속에서 수년째 굴러다니던 면 마스크를 주섬주섬 모아 마스크 대란이 풀리기를 기다렸다. 이후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며 비로소 월요일이면 약국 앞 줄서기를 했다. ‘줄서기’가 싫어 평소에 맛집도 안 갔지만 ‘마스크’는 절실하게 필요했고 치러야 할 비용과 시간이 종전보다 완화됐기에 마땅히 감수했다. 마스크 지도 앱을 활용해 어느 약국에 줄을 서야 대기중에 품절이 되지 않을지 확인하며 마스크를 찾아 동네 한 바퀴 하는 것을 ‘마스크 산책’이라 부르는 심적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아이가 한 번 쓰고 휴지통에 버린 일회용 마스크가 아까워 집 쓰레기통에서 주워 빨아서 햇빛에 바짝 소독해 재사용하는 것은 일상다반사.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월요일 오전이면 약국에서 산 공적 마스크 두 장의 사진을 주고받으며 친구들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가라앉지 말자고 독려하는 것도 일상의 한 장면이 되었다.

 


매주 월요일은 공적 마스크
두 장 사는 것으로 시작해

 

이제 마스크는 취향과 선택이 아닌 필수와 의무가 되어 이제 우리의 일상을 주도하고 있다. 출근길에는 휴대폰과 함께 마스크를 챙기고,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서 마스크 착용 검열과 발열 체크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이 더는 낯설지 않다. 이렇게 나는, 우리는, 세계 시민들은 급격히 전환된 삶의 방식에 적응해가며 ‘바이러스와 생활 방역’이라는 라이프스타일에 서서히 스며들어 가고 있는 것이리라.

마스크 착용자 비웃던 국가들
뒤늦게 참회하며 마스크 쟁탈전

마스크 쓰기를 기피하던 나를 비롯해 전 세계인들의 얼굴은 어느덧 의료용 마스크로 최소한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마스크 착용자를 비웃었다’며 참회한다는 체코 정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국민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흐름에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해괴한 자기 논리로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 해외의 정상도 있고 자기 불편함에 기인해 타인에게 심리적 불편감과 함께 물리적 불쾌감을 주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마스크의 일상화’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제는 깜박하고 마스크를 놓고 나오면 휴대폰을 두고 나온 것처럼 불안하여 지각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 가져온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지금이야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이 있어도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이 ‘마스크’였기 때문이다.

그림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신임 각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의 마스크 대란과 마스크 착용을 비웃던 미국, 유럽 간에 한정된 수량의 마스크를 놓고 이제는 각국이 치열한 막후 쟁탈전을 벌이며 흡사 ‘마스크 세계대전’이 한편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마지막에 웃돈을 제시하면서 다른 나라의 물량을 가로채는 것은 물론 정보기관까지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각국 정부가 나서서 물량을 비축해두는 것에서부터 마스크를 대거 실은 비행기가 이륙 직전에 최고금액을 제시한 나라로 목적지를 바꾸는 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페어플레이'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중개업자들을 동원한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림  출처_JTBC


엄중한 사실 인식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로의 인식 전환

전 세계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병을 엄중한 사실(hard facts)로 겪고 있다. 이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 사이에 ‘경계선’이 그어졌음을 몸으로 체감하는 중이다. 즉,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도둑맞은 봄’ 혹은 ‘빼앗긴 3월’이라며 ‘어서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사람들의 바람이 소셜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애청자 사연에서도 흘러넘친다. 잠시 생각해본다. 자연은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늘 그래왔듯이 사람들로 북적였던 도시가 텅 비어가도 묵묵히 봄꽃을 피웠고, 두꺼운 외투를 벗게 했다. 전 세계 확진자 수가 매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중에도 2월이 가고 3월이 왔다. 우리는 3월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저 다른 3월과 경험해보지 못한 봄을 맞이하고 있을 뿐이다. 돌아갈 수 없는 청춘과 같은 과거로의 복귀에 집착하는 것보다 이미 현실인 ‘포스트 코로나19’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코로나19가 자연파괴와 물질문명의 뼈저린 자각이 요구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를 넘어 정치, 사회, 종교, 경제, 문화, 환경,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감염병에 대비한 새로운 틀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세계가 국경을 폐쇄하고 ‘제발 집에 있으라’며 호소하는 각국 정상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뉴스를 통해 접하는 현실과 함께 재난을 공포 마케팅의 소재로 삼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부 불온한 기운들이 넘실대는 날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우울한 기운에 젖어 절망에 함몰되는 대신 어떻게든 답을 찾고자 하는 다짐을 해본다. 지금, 우리는 나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대안이 없는 불안한 감정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차분하게 통제 할 수 있는 수칙을 지키며, 두려움이 만들어낸 헛된 경계에 빠지지 않고자 오늘도 다시 ‘마스크’를 고쳐 쓴다.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3 미용회관 5층
  • 대표전화 : 02-585-3351~3
  • 팩스 : 02-588-5012, 525-1637
  • 명칭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 제호 : BeautyM (미용회보)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한미용사회중앙회.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