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리뷰] 톰보이, 어쩌다 아스널
[시네마리뷰] 톰보이, 어쩌다 아스널
  • 신대욱
  • 승인 2020.06.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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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아이들의 세계

 

누구나 유년시절을 거친다. 처음 세상과 맞닥뜨렸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성장하게 될까? 펼쳐진 모든 가능성 앞에서 대담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의 세계. 영화 <톰보이>와 <어쩌다 아스널>은 그런 성장영화로 묶을 수 있다.
두 영화는 일반적인 성장영화와 결이 다르다. 아이들을 다룬 대개의 영화는 거칠거나 반항적인 캐릭터를 통해 어른들이 만들어낸 질서와 충돌하고 도전하며 거기서 상처를 드러내는 서사로 흘러간다. 
영화 <톰보이>와 <어쩌다 아스널>은 대개의 성장영화와 달리 따뜻한 정서를 바탕에 두고 있다. <톰보이>는 소년 같은 한 소녀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고, <어쩌다 아스널>은 축구 선수가 꿈인 한 소년을 통해 아버지를 변화시키는 이야기다.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은 아이의 이야기

영화 <톰보이>는 프랑스의 한 동네로 이사온 10살 소녀 로레의 이야기다. 로레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린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축구 실력을 갖췄고 싸움에서도 또래 아이들에 지지 않을 정도다. 동생을 괴롭히는 아이는 바로 응징한다.
로레는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소년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소녀다. 새로운 동네에서 처음 만난 친구 리자가 호감을 표하자 얼떨결에 자신의 이름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한다. 그때부터 로레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때 미카엘로 행동하게 된다. 집에서는 딸이자 동생 잔의 언니인 로레로 지내는 이중 역할극이다.

 

 

영화 <톰보이>는 10살 소녀가 자신 안에서 소년성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영화는 그 정체성보다 내가 원하는 ‘나’이고 싶은 로레의 자연스러운 행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로레는 원피스보다 후드티를 좋아하고, 남자 아이들처럼 웃통을 벗고 축구를 하고 싶어 한다. 남자 아이들이 침을 뱉는 동작도 따라 한다. 
로레는 어떤 정체성을 찾는다기 보다,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쪽으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할 뿐이다. 자신을 미카엘로 거짓 소개한 것도 치마보다 바지를, 화장보다 축구를 더 좋아하는 자신을 보다 편하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만큼 로레에게 소년성은 거부하면서 찾아야할 정체성이 아니다. 영화는 그래서 로레가 맞닥뜨리는 현실을 분석하지 않고 로레와 미카엘로 오가는 행동을 따라가며 섬세하게 지켜본다.
우리는 로레가 어떤 성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감독도 이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모든 것에 열려 있고 자유로운 시기로 그렸다. 청량한 여름의 느낌이 더해져 아련함도 전한다.
로레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넨 리자는 처음과 마지막에 같은 질문을 던진다. 리자는 줄곧 로레의 움직임을 관찰해왔고, 좋아한다고 고백한 친구다. 리자의 질문은 이름을 묻는 것이다. 처음에 미카엘이라고 했던 로레는 마지막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말한다. 미카엘이라는 ‘신분’이 들통난 이후다.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의 이름을 말한 로레는 옅은 미소를 띈다. 아마도 이 미소로 로레의 삶은 더 단단해질 것 같다.

 

깜찍한 거짓말로 아빠를 변화시킨 축구소년

영화 <어쩌다 아스널>은 12살 소년 테오가 아빠 로랑의 재기를 돕기 위해 아스널 유소년 축구단에 뽑혔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일어난 소동극이다.
테오는 학교 축구팀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어느날 테오의 학교에 아스널 스카우트가 찾아오고 그와 면담을 신청한다. 테오의 아빠는 실직 후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이혼까지 하게 되며 거의 폐인처럼 지낸다. 엄마와 살고 있는 테오는 아빠와 지내고 싶어 한다. 실의에 빠져 지내는 아빠의 유일한 낙은 아들의 축구를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들의 경기를 보다 말썽을 피우기 일쑤다.

테오는 그런 아빠를 돕기 위해 아스널 유소년 축구팀에 발탁됐다고 거짓말한다. 아빠뿐만 아니라 학교와 축구팀, 마을 전체까지 감쪽같이 속이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집에서만 지내는 해커 친구 막스에게 부탁해 아스널 팀 메일을 해킹해 학교 축구팀으로 메일을 보내게 한다.
테오의 아빠 로랑은 아들 테오가 아스널 유소년 축구팀에 입단한다는 사실을 믿고 좋아하던 술을 끊고 직장을 잡으며 영어까지 배운다. 어린 테오와 함께 영국에 가기 위해서다. 
영화 <어쩌다 아스널>은 건강한 믿음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성장하는 영화다. 철없는 아빠 대신 철든 아들의 믿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아빠의 변화를 주변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테오의 엄마도 테오의 친한 친구 호만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테오는 아빠를 믿고, 아빠도 조금씩 테오에게 다가간다.
그런 믿음이 번지는 영화다. 아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변화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아빠를 의심하던 엄마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어릴 때 집을 떠난 아버지로 인해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던 호만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집에서만 지내던 친구 막스도 테오의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영화 <어쩌다 아스널>의 프랑스 원제는 개미를 뜻하는 ‘후루미(Fourmi)’다. 개미는 테오의 친구 호만이 테오에게 키가 작다고 붙인 별명이다. 이런 별명을 싫어한다는 테오에게 아빠 로랑은 홍수가 나면 개미들이 똘똘 뭉쳐 뗏목을 만들어 버틴다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며 희망이 되자는 메시지처럼 읽힌다. 영화 <어쩌다 아스널>은 그런 믿음이 이어져 뗏목처럼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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