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리뷰 - [프랑스 여자], [카페 벨에포크]
시네마리뷰 - [프랑스 여자], [카페 벨에포크]
  • 신대욱
  • 승인 2020.06.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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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로 떠나는 여행

 

벨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전쟁이 없던 한 시기(보불전쟁~제1차 세계대전)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약 50년간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다.
인생에서도 아무런 걱정 없이 즐거움이 가득한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불현듯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 멈추게 하는 때가 그렇다. 기억이 작동하기에 늘 돌아가 멈춰서는 지점이 있다. 그렇지만 기억은 가끔 엉키기도 하며, 누군가에겐 잊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영화 <프랑스 여자>와 <카페 벨에포크>는 ‘아름다운 시절’이었을 과거와 현재를 섞어 기억의 편린을 끄집어낸다. 두 영화가 기억하는 과거의 모습은 상반된다. <카페 벨에포크>가 아름답기만 했을 시절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다면, <프랑스 여자>는 나의 기억과 달리 누군가에겐 무너져 내렸을 상처였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때 배우를 꿈꾸던 여자가 있었다

<프랑스 여자>는 철저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기억의 편린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뒤섞는다. 배우를 꿈꾸며 프랑스로 떠난 미라(김호정)는 정작 꿈을 이루지 못하고 통역사로 프랑스에 정착한다. 20여년이 흐른 뒤 한국에 돌아온 미라는, 프랑스로 떠나기 전 함께 꿈을 나눴던 공연예술아카데미 동료들을 만난다. 영화감독이 된 영은(김지영)과 연극 연출가가 된 성우(김영민)와 오랜만에 어울리며 때때로 과거로 돌아가 멈춘다. 미라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말한다. 이들이 돌아가 멈춘 과거에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후배 배우 해란(류아벨)이 존재했다. 해란은 미라에게 엉킨 기억의 타래로 작용한다. 미라와 성우의 미묘한 관계에도 해란은 작용하며, 영은에게도 해란은 기억의 한 축으로 침입한다.

‘아름다운 시절’이었을 과거의 한 시점은, 미라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마다 혹은 장소를 바꾸면서 떠오를 때마다 누군가에겐 다른 기억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란의 기억이, 성우와 영은의 기억이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미라는 이들과 과거를 회상하며 자주 “내가 그랬어?”란 말을 반복한다. 기억의 오류이거나 알면서도 애써 잊으려 했던 일이었을 수 있다.
미라는 화장실에서 혹은 담배 피러 나온 골목에서 불현 듯 과거로 돌아간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프랑스와 한국의 경계는 사라진다. 과거로 돌아간 미라는 다른 이들과 달리 늘 현재의 모습이다. 과거의 모습은 뒤섞이며 장면들이 하나씩 추가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자주 잠에서 깨어나는 미라의 모습이나, 과거의 장면이 꿈이거나 환각처럼 그려진 것은 마지막 장면을 보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어쩌면 과거의 무게를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에 머물러 있는, 프랑스에도 한국에도 섞이지 못하는 경계인으로서의 미라의 모습이다. 철저히 혼자인 이방인의 그것일지 모른다.

거기에 찬란하게 빛나는 내가 있었다

<카페 벨에포크>는 과거의 좋았던 순간으로 돌아가 멈춰 세우려는데 방점을 찍는다. 만화가로 신문에 기고하던 빅토르(다니엘 오떼유)는 신문이 온라인으로 바뀌며 직장을 잃고 무기력해진다. 여기에 아내 마리안(화니 아르당)과 불화가 겹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그에게 과거의 한 순간으로 돌아가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가 선택한 과거는 1974년의 어느날 카페 벨에포크다. 그가 선택한 그날 그 장소는 그가 첫사랑 마리안을 처음 만난 때이다. 가장 아름다웠을 시기이다.
이 시간 여행은 과거의 시간대로 실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들의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과거의 시간대를 재현해 연출하는 과거다. 고객의 이야기를 토대로 맞춤형 설계를 통해 과거를 재현하고, 당시의 인물들을 배우들이 연기하는 방식이다. 빅토르는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 젊은 마리안을 연기하는 마고(도리아 틸리에)를 만나고 활기를 되찾는다.
과거의 행복한 시절로 돌아가 멈추게 하는 것은, 결국 현재의 ‘벨에포크’를 찾기 위한 여정일지 모른다. 빅토르의 변화가 그렇다. 40년을 이어온 사랑은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다.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 <카페 벨에포크>는 지속 가능한 사랑을 믿는다. 지금 어려워도 처음의 시작을 떠올리며, 다시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긴 시간을 함께 해온 이의 소중함이 거기에 있다는 따뜻한 감성이다. 처음 말을 건넨 나에 대한 신뢰회복이기도 하다. 거기에 찬란하게 빛나는 내가 있었다고. 그게 현재의 나이기도 하다는 믿음이다.
따뜻한 로맨스 감성과 함께 70년대 올드팝과 나팔바지, 디스코룩, 당시 파리의 모습을 재현한 세트 등도 관객의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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