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문화탐구⑦ - 때가 됐다. 삶이 간결해질 때
일상문화탐구⑦ - 때가 됐다. 삶이 간결해질 때
  • 김도경
  • 승인 2020.06.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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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

 

▲ 그림  출처 : 픽사베이 
▲ 그림  출처 : 픽사베이 

의도적으로 살다 보니
삶 자체가 경력으로

1817년에 태어나 1862년에 세상을 떠난 이. 19세기를 관통해 살았으나 21세기의 환경 철학을 통찰한 소로우. 그의 표현대로라면 그는 자신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도구로 ‘언어’를 선택했다. 서른이 안 된 나이에 도시를 떠나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며, 물질문명을 완전히 벗어나 숲속에서 글을 쓰고 생활했던 1845년부터 1847년까지 2년간의 삶을 기록했다. 월든 호수(Walden Pond)는 미국 동북부 메사추세츠(Massachusetts)주 콩코드에 위치한 숲속의 작은 호수다. 오래전 『월든』으로 만난 그는 무척 놀랍고 신선했으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아닌 아니 어쩌면 기이한 인물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꽤 놀랍고 감동적이었으나 소로우의 삶은 내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근현대 역사 속 외국의 대단한 젊은이의 이야기로 현실의 나와 연결되는 고리를 찾지는 못했다. 

 

▲ 그림  출처 : SBS CNBC 뉴스
▲ 그림  출처 : SBS CNBC 뉴스

30여 년 만의 소환 

여전히 신선하고 주도면밀한
2세기 전의 그를 나는 왜 소환하게 됐을까. 2020년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낼수록 스스로 기록한 그의 삶의 방식과 언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어떠한 경제적인 성공이나 명성보다도 그 ‘스스로 의도한’ 참되고 자유로운 인간의 길을 택한 그는 물질문명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폐해와 자연의 훼손이 곧 인류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걸 그 시대에 이미 엄중하게 경고했다. 지구온난화, 기후 위기,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앤데믹(주기적 발병)이 전 인류의 미래 화두가 되어버린 2020년 여름, 최초의 친 환경론자이자 물질문명의 급류로부터 스스로 걸어 나와 자신이 의도한 삶을 선택해 살았던 그의 생이 새삼스럽게 떠오른 이유다. 그는 평생 아주 적은 돈으로도 독립성을 유지하며 본질적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즉, 삶 자체를 중요한 경력으로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또한, 현대인들의 일상의 삶에도 그의 영향력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전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무브먼트로 확산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로우는 선지자적인 인물로 회자된다. 학문적 성과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경력이 되고 2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명성은 고전으로 거듭 평가받는다. 생태학적인 관심, 물질문명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독립성, 인간이 인간을 사유화하는 노예 폐지론에 대한 윤리적인 기여, 시민 불복종 및 평화적인 저항이라는 정치적 이론 등으로도 주목받는 인물. 2020년 세계적 대재앙에 직면하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과거로부터 소환하여 만난 그는 여전히 신선했다. 또한, 예리하고 시적인 언어와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면밀하게 삶을 관찰하는 태도, 환경에 대한 통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현대인들에게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 그림  출처 : 픽사베이
▲ 그림  출처 : 픽사베이

언제까지 정리할 것인가
치워도 치워도 제자리걸음은 이제 그만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며 자발적 혹은 강제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질 수밖에 없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사회적·개인적 만남 등 외부활동을 못 하는 것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집에 여백 없이 가득 들어찬 물건이었다. 틈 없이 가득 찬 책장의 책들, 현재의 쓰임이 없음은 물론 애착도 없는 잡다한 물건들이 갈 곳을 잃고 여기저기 서랍 속에 쌓여 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협소한 집과 수납공간의 부족’에 원인을 돌렸다. 코로나 19 시대에 가능한 한 오래 머물러 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안전지대’로서의 한층 강화된 임무를 부여받은 집의 물건들이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실행 없는 말뿐인 바람으로만 있던 미니멀하게 살아보기를 결심하며 살림을 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우기 위해 ‘제대로 된’ 수납장, 수납 도구들을 먼저 사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아차, 싶었다.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생각하여 행동하는 것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가벼운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 것은 아닐까. 무엇이 문제인가. 공간과 수납 도구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물건이고 내 생각이다. 정리정돈을 도와준다는 가구와 정리법에 관한 책, 다채로운 정리함에 먼저 마음을 준 것이다. 정리의 주체는 또 다른 물건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정리하는 행위로는 물건은 잠시 제자리를 찾는 듯 보이겠지만 더 잘 숨기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결국에는 우리 삶 속에서 다시금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간결한 삶의 방식이 단순히 개인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에 국한된 게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시국을 맞이한 이 시대에 진정한 생존라이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 있어 진정한 자유로움을 향해 가는 길 중의 하나로써 ‘간결한 삶’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를 마친다.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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