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그들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II
생활수필 - 그들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II
  • 김시연
  • 승인 2020.10.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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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창고 공사를 위해 업체 3곳에서 견적을 받았다. 가장 높은 금액의 견적을 낸 그곳은 서점과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일하기에도 수월할 것 같았다. 우리의 요구는 H빔으로 기둥 보강, 3면 조적, 정화조 설치, 바닥 보강이다. 업체 사장은 거기에 더해 천정을 페인팅해 주겠다고, 책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사무실 공간을 따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믿음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했던 그는 극한직업에 출연했던 영상을 보여줬다. 공사기간, 서점영업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거라고, 알아서 할 테니 공사하는 것 볼 필요도 없다고, 계약한 날짜에 차질 없이 진행될 거라고 했다. 돌이켜보니 갖다 붙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갖다 붙이며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과정에는 사람이 보인다
계약서를 작성하며 말만하면 다 해준다고 했다. “아니에요.. 책장은 제가 만들게요~” 꼼꼼한 남편은 인테리어 업자들이 만드는 책장이 맘에 들지 않을게 뻔하다며 사양을 했고, 난 수고로움을 덜겠다는 생각으로 나무는 추가로 구매해 주기로 하고 맡기자고 하였다. 하지만 계약금을 보내는 순간 갑과 을은 완전히 뒤바뀌었고, 약속은 저만치 내다 버렸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담당 직원들이 다 있으니 모두 해결 가능하다던 업체 사장은 첫날부터 전화를 해야 공사 시간과 날짜를 확인할 수 있었고, 며칠 동안 말없이 오지 않거나 큰 공사를 현장 소장 격인 한 사람만 와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전화를 걸어 이런 식으로 하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화를 낸다고 되레 큰소리다. 그렇게 내 입을 틀어막았다.  

서점 영업은? 약속과 달리 단 하루도 할 수 없었다. 서점에서 진행하는 약속된 수업 또한 할 수 없었다. 급기야 ‘그래 끝내기만 해라.......’ 주문을 외웠다. 중간 중간 돈을 달라는 그들 앞에서 일정 확인을 받고 계약서에 다시 사인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은 무용지물. 사장은 얼굴도 못 본 채 일하는 사람 혼자 와서는 돈돈돈....... 밑졌다며 계속 돈타령이다.
더디게 진행되던 공사는 약속된 날짜를 훌쩍 넘겨 드디어 조적(벽돌로 담쌓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이전의 작업과는 대조를 이루며 마치 예술가를 방불케 했던 노년의 조적공은 한 장씩 벽돌을 쌓아 올렸다. 아름다운 조적도 잠시, 현장 소장은 또 돈을 요구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달라고 할 때마다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적공에게는 지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장이 쉬는 일요일. 남편과 열심히 청소를 하는데 조적공의 대표님이 서점에 오셔서는 이런저런 말씀을 하신다. 우리가 알고 있던 비용과는 다른 말씀을 하시며 “하도 밑진다고 해서 내가 비용을 낮춰 받기로 했는데, 이젠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견적을 내고 계약을 했으면 말없이 해야지, 밑진다고 징징징징~  견적을 높게 책정해서 많이 남으면 다시 되돌려줄 거야?” 
그렇다. 맞는 말이다. 많이 남은들 우리에게 돌려줬을까?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노년의 그가 벽돌을 쌓아올리면서 보여줬던 것처럼 그는 프로였다. 작업 과정은 그 사람을 보여주었다.
“전화 받으실 상황이 아닌가 봐요. 그런 분 아니세요~” 역성을 들었다. 현장 소장은 정말 노년의 조적공이 생각하시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사 시작 43일째 되던 날. 

어정쩡한 마감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래 그건 당신의 능력이, 역량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거니 우리가 포기하겠소.’라고 생각하며 남은 것만 해주기를 바랐다. 깜빡하고 자재를 사 오지 못했으니 다음 주 월요일에 오겠다고 약속을 하며 잔금을 모두 달라고 한다. 그때 남은 잔금은 200만 원.
“소장님 저희가 뭐라도 갖고 있어야지요.”라고 말씀드렸을 때 그는 말했다. “저 못 믿으세요? 이제 다 끝났어요. 월요일에 남은 거 설치해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 잔금 주세요.” 남편과 나는 “어차피 지불 할 돈이니 기분 좋게 드리자!”며 입금을 했고, 그 후로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다. 
오겠다던 월요일은 화요일이 되었고, 화요일은 금요일이 되다가 문자에도 연락이 없었다. 그즈음 하자가 발생했다. 화장실에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기를 1년 안에 발생한 하자는 보수해 주는 것이 원칙인데 2주나 지났을까? 그런데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공사가 잘못 되었거나, 변기를 앉히면서 변기 속으로 넣었던 백시멘트 탓이지 싶다. 차라리 후자이길 바란다)
참다못해 계약한 사장에게 전화를 했고 사람을 보내주겠다던 그곳에선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결국 난 계약 당시 초대되었던 네이버 밴드가 생각 나 그곳에 글을 남겼다. “잔금을 치른 지 3주가 되었네요. 하자와 마무리는 언제 해 주실 건가요?” 

글이 삭제되었다. 내가 버튼을 잘못 눌렀나 싶어 다시 글을 올렸다. 또 삭제되었다. 혹시나 싶어 복사해 둔 글을 세 번째 올렸을 때 그는 나를 강퇴시켰다. 할 줄도 모르는 욕이 머릿속에 차오른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니 좋은 업체일 거야. 괜찮은 사람들일 거야.’ 외웠던 주문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제는 손님이 들어오셔서는 정리하는 공간을 보며 공사했는지 물었고, 업체를 소개해 달라고 하신다. 이사할 집을 대대적으로 손보려는 데 마땅한 업체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소개해 드리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곳이 못되어 한숨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일은 이렇게 연결되기 마련이다. 인간관계 또한 다르지 않을 터, 안타까운 2020년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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