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부족함도 없어야겠지만, 과함도 없어야 한다
생활수필 - 부족함도 없어야겠지만, 과함도 없어야 한다
  • 김시연
  • 승인 2021.01.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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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와 함께 저녁 식사를 약속했던 주말 저녁. 주말이라도 일에서 해방되지 않는 남편은 조금 이른 퇴근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되도록 오지 않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손님이 많은가?’  
“교통사고가 났어!”
“뭐어?”
난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2019년 11월의 사고가 훅! 하고 튀어나왔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거니와 서점과 약속장소와의 거리는 고작해야 10분 거리. ‘큰 사고는 아니겠지. 다치지는 않았나? 또 가해자인가? 두근두근.......’

저는 괜찮아요. 다친 곳 없어요
나의 놀람에 전화기를 받아 든 제부는 사고현장으로 향했고, 동생과 나 그리고 아이는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동영상에는 수신호로 차량의 흐름을 안내하는 남편과 조수석 쪽이 찌그러진 해치(우리의 자동차 이름)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해치 어떡해~. 엄마! 그럼 해치 병원에 가는 거야?” 아이는 울기부터 했지만 남편이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런데 또 다른 사고차량과 사람은?’ 답답했지만 정신없을 상황에 나까지 보탤 수는 없으니 다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사고가 난 그곳은 편도 2차선 도로로, 서점에서 나오는 일방통행로까지 더하면 사거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방통행로에서 신호를 받아 좌회전을 하는 것 까지는 신호대로 움직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데, 마주하는 도로에서 우회전 하는 차량의 배려 없음 때문에, 좌회전 하는 차량과 직진하는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때문에 평일에는 퇴근시간을 피하기도 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하며 항상 주의하고 있다. 그런데 그날은 좌회전까지 마친, 1차선에 있는 해치를 우회전 하는 차가 1차선으로 바로 진입하면서 조수석 문 쪽을 ‘꾸욱~!’ 눌러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에는 피해자다. 
2019년 11월에 있었던 사고에서 가해자가 되었을 때. 피해자의 비상식적인 요구로 마음고생을 한 나는 가해자가 아닌 것이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가해자 측이나 피해자 측이나 차만 상하고 사람은 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블랙박스가 없었던 때라 양측의 보험 담당자는 도로변 상가의 CCTV를 확인했고, 100% 가해자 잘못으로 판정이 났다. 

“저는 괜찮아요. 다친 곳 없어요.”

 

부족함도 없어야 하지만 과함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한 남편은 차량만 수리받기로 했다. 
그런데 또 사고가 났다. 23년 동안 무사고 운전자로 지냈는데 2019년의 끝에서 2020년 끝까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강한 햇빛으로 눈이 부시던 늦가을 아침. 아이 등교를 위해 시동을 걸고 주차 라인을 벗어나 5미터나 움직였을까? 반대편 도로 주차라인에서 초보운전자는 문을 열어놓은 채 미동도 없었다. 눈부심에 열려있는 문을 못 본 남편은 사이드 미러가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 멈춰 섰고, 페인트가 뭍은 것을 갖고 20만원을 요구한 피해자에게 경황을 살필 틈도 없이 요구한 금액을 입금할 수밖에 없었다. 놀라기도 했고 시간도 없어(아이 등굣길)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는데 좀 더 살펴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지금이라도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 보험사에 전화를 할까? 하지만 지난 사고 처리가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사고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엊그제는 서점 앞에 주차 해 놓은 해치를 트럭이 ‘꾸욱~’ 이번엔 운전석이다. 처리 방법에 있어 어떻게 할 것인가 가해자가 제안 해 온 것은
1. 보험 처리를 할 것인가
2. 가해자가 아는 공업사에서 20만원이면 수리가 되는데 20만원을 줄(받을) 것인가
3. 렌트를 하고 가해자가 아는 곳에서 수리를 할 것인가

“렌트는 됐고 차만 깨끗하게 수리 해 주세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사고도 겹치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나마 사람은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불편한 마음을 달랜다. 그냥 2020년에는 행운의 여신이 내 주변에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더 이상의 사고는 사양하겠다. 어려움이 많았던 2020년을 훌훌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작! 2021년이다. 모쪼록 입장 바꿔 생각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건강한 새해가 되길 바란다.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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