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고양이와 거리좁히기 1
생활수필 - 고양이와 거리좁히기 1
  • 김시연
  • 승인 2021.02.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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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한 가족이 되었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네발달린 동물을 키울 만 한 여력도 없었기에 딸아이가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거절해 왔었다. “엄마는 고양이 싫어하니까 그럼 우리 강아지 키울까?” 아이가 7살 무렵 귀여운 발음으로 얘기했을 때에도 나는 ‘절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강력하게 거절했다. 그 후로 아이는 나를 설득하는 대신 고양이 인형과 강아지 인형을 갖고 놀며 어른이 되면 꼭! 키우겠다고 했다. 

외동아이를 키우다 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 외로울까봐 일시적으로 데려올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여기에는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전제가 깔려있다. 외삼촌은 당신의 외동딸이 원해서 아기 강아지를 데려왔다가 수반되는 모든 일이 당신의 몫이 된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더군다나 노령견이 되었을 땐 약값만 한 달에 6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고, 아파하는 모습에 1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 했다. 그러니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절대로 키우지 말라고. 친정엄마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강아지를 워낙에 좋아하셔서 몇 번 키웠었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몹시 힘들어 하시며 “정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니 애당초 키우지 말라.” 고 신신당부 하셨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와 같이 살았던 어릴 적에는 우리집에도 고양이가 있었다. 그때는 집집마다 고양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애완용이라든지 반려동물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아마도 쥐를 쫓거나 잡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건 어쩌면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마냥 고양이를 떠올리면 쥐 - 제리처럼 귀엽지 않다. - 가 연상되기도 하고 “고양이는 요물이야~”라는 어른들의 말씀 때문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 봄이면 교문 앞에서 팔던 삐약삐약 병아리를 사왔는데 - 그땐 왜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병아리를 판매했는지 모르겠다. - 우리집 고양이가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였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왜! 고양이를 입양했을까? 결국 아이 때문이다. 자식 이기는 장사는 없다 하던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라인 소통의 가짓수는 점점 늘어만 가고, 그림 그린다는 명목하에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했다. 그즈음 길고양이 간식을 주기적으로 챙겨주는 아이를 보며 나또한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기묘를 검색하고 1년 전 가입한 고양이 카페를 다시 기웃기웃. 아이가 알면 당장 기대를 할 테니 몰래 찾아보았다. “고양이 입양할까?” 나의 물음에 남편은 화색을 띄며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는 물어보나마나. 나의 결정만 남았다. 

 

그때부터 조금 더 깊이, 신중하게 고민했다. 관련 카페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분양을 알리는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물론 엄마 잃은 길냥이를 구조 해 분양하는 글도 많았다. 어쨌든 이렇게 매일 올라오는 것을 보면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인데 잘 키울 수 있을까? 더군다나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정을 붙여야 하니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는 게 낫겠지? 아기고양이는 면역력이 낮다는데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초기에 들어가는 예방접종비용에 중성화 수술비용 더하기 그 외의 비용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그때 눈에 들어온 고양이가 있었으니 2살 된 수컷 ‘터키쉬앙고라’다. 구구절절 사연이 있었으나 어쨌든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는 말이니, 온순하고 건강하며 중성화수술도 완료되었다는 내용에 집중했다. 신중하게 댓글을 남겼고, 우리의 상황과 고양이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통화를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남편에게 알렸다. 고양이 사진을 본 아이는 무척 좋아했지만 남편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아기고양이나 생후 3개월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남편의 말인즉슨, 성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라는 것. 데려오면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2년 동안 살던 곳을 벗어나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곁을 안주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그럴 수 있겠구나. 

다시 고양이를 찾아보았다. 마음에 닿는 5달 된 고양이가 있었지만 데려오자마자 중성화수술 - 암컷의 경우 생후 6개월 정도면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 - 을 해야 한다는 것이 걸렸다. 그리고 아주 예민할 때라 스트레스 받는 건 성묘나 매한가지라고 했다. 그럼 아기고양이는? 아기고양이도 엄마고양이와 떨어지는 거라 적응력은 좀 빠르겠지만 스트레스는 받는단다. 결국 문제해결을 위해 가족회의를 했다. 

아이는 먼저 말을 건 성묘를 입양하고 싶어 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울기도 여러 차례. 내가 왜 키우기로 결정해서 문제를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 키우지 말자고 번복하고 싶어 아이들 달래보기도 했다. “여행도 못 간대. 너의 책임이 늘어나는 거야.” 그래도 입양하고 싶단다. 최종 결정을 위해 3살 된 고양이를 입양해서 현재 5살 된 성묘가 있는 집에 방문했다. 도저히 크기가 가늠이 안 되어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눈으로 확인하니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다시 가족회의. 친정엄마께도, 동생에게도 고양이 입양결정 의사를 전하고, 구석을 좋아한다는 고양이를 위해 좋아할 만한 공간을 정리했다. 

드디어 약속된 날. 고양이가 왔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함께 살던 집사는 생각보다 큰 어려움 없이 구석자리의 방석위에 내려놓고 떠났다. 괜히 나만 마음이 아파 눈물 찔끔. 어떤 마음일까? 고양이의 입장이 되어보니 너무 두려웠다. 적응하는데 2주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놀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져온 담요 사이에 얼굴만 빼꼼 내민 고양이가 추울까봐 보일러 풀가동에 펫용 난로를 틀어주고 물주머니에 온수를 넣어 담요 아래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2m정도 거리를 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살 거야.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빨리 적응했으면 좋겠어. 서두르지 않을게.”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저녁이 되도록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는 고양이 때문에 마음 졸이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사료를 조금 먹은 흔적이 있었지만 있던 자리에 고양이는 없었다. 한참을 찾아 냉장고 뒤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저기 물어보니 배고플 땐 나와서 먹으니 걱정하지 말고 모른 척 하란다. 싹 무시! 마치 없는 것처럼.
입양4일째 이른 아침.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에게 고양이가 나에게 말을 건다. 냐~~ 옹.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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