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11 - 나는 내가 ----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달의 책 111 - 나는 내가 ----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1.02.0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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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나는 내가----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주)월북 펴냄

우리 인간은 죽어가는 순간을, 멀어지는 의식이 끊기는 순간까지 어느 정도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뇌과학자인 저자가 뜻밖에 찾아온 뇌졸중으로 몸과 의식이 분리되는 순간과 뇌졸중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기까지 8년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언젠가는 내 몸과 거의 동시일지 아니면 시차를 둘지 모르지만 뇌가 멈추어버린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그 순간에 저자처럼 뇌의 상황을 생각해볼 겨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 사는 것 별 것 아니다. 뇌가 멈추는 뇌사인지 뇌가 정상 작동하는 지이다. 지지고 볶은들 머리 빠개지게 고민한들 별거 아니라고 뇌는 내게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eo36@hanmail.net

우리는 뇌의 어느 부위의 어느 세포들이 교류할 때 어떤 화학물질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p20
▶▶ 우리 인간의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기관에 대한 이식이나 대체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뇌는 대체불가의 기관이다. 뇌라는 작은 물질이 우리 인간의 신체를 컨트롤하고 있고, 다양한 화학물질 호르몬들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오묘하게 설계되어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관절 하나하나의 각도를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신경계의 자율기능을 경외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p25
▶▶ 그래서 세상은 이 거대한 우주와 우리 몸이라는 소우주가 두 개의 수레바퀴가 되어 상호 작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상을 입은 구멍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 무척이나 매혹적인 경험이었음을 여기서 밝혀두고자 한다. 한때 중요해 보였던 세상사가 이제는 보잘 것 없게 여겨졌다. 그 보잘 것 없는 세상의 일에 나를 얽어매던 재잘거림이 멈추고 침묵이 찾아왔다. p28
▶▶ 이 책의 저자는 뇌 과학자이기 때문에 뇌졸중의 현상들을 높은 수준의 과학적 지식바탕으로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우주인 나라는 주체가 멈춰가는 상황 속에서 아무리 거대한 우주의 법칙과 순환이 무슨 상관일까? 아무리 중요하다고 느꼈던 일들도 내 삶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그저 그런 심드렁한 일이다. 

37년 동안 나는 전기적 생화학 반응이 기민하게 잘 돌아가는 축복받은 존재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죽을 때 깨어 있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멋진 마지막 변화의 과정을 직접보고 싶었던 것이다. p52
▶▶ 영혼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인간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몸이라는 소우주의 모든 상호작용이 멈추는 상황이다. 그 멈춤의 형태를 예측할 수 있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죽음은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37년 평생 동안 많은 것을 대단히 빠른 속도로 해치우는 데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다가 이 특별한 날에 그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게 된 것이었다. p58
▶▶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빠르고 잘 할 것을 요구받는다. 빠른 일처리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완벽한 일처리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상황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빠른 것과 완벽한 것의 판단과 선택 또한 뇌가 명령하는 판단력에 따를 뿐이다. 

그동안 나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자각과 우리의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더없이 홀가분해졌다.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 나는 내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던 것이다. p61
▶▶ 나이가 한 살 더 먹어갈 때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숫자들은 미처 받아들이기도 전에 들이민다. 2021이라는 숫자도 그렇다. 만약 내가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1980년대에 2021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생각했다면 아마도 공상과학 영화를 생각했을 것이다. 상당부분 그 때 생각했던 공상과학이 현실이 됐지만 지금에 와서는 공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라는 시간은 그곳에 도착해서 현재가 되는 순간 결코 미래일 수 없다. 

하루 종일 간헐적으로 내 몸에 힘이 차올랐다가 바닥나기를 되풀이했다. 잠을 자면 에너지가 조금 저장되었는데, 움직이거나 생각하면 에너지가 바닥나버렸다. 그러면 몸이 흐느적거렸다. 다시 잠을 자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상 에너지가 내 안에 얼마나 남았는지 면밀하게 확인해야 했다. 에너지를 보존하는 법과 잠을 자며 보충하는 법을 익혔다. p77
▶▶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가장 큰 두려움이 무엇일까?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하지 않으면 외로움이라는 정서도 있겠지만 나이 들어 혼자 사는 사람들의 두려움은 자신이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을 때 아무도 확인을 할 수 없어 생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매일 아침 기상이 얼마나 기적인가? 우리는 잠을 통해 죽음과 부활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하려는 의지였다. 일단 시도해야 했다. 시도한다는 것은 뇌에게 ‘이봐, 이쪽 연결이 중요해. 연결을 만들어보고 싶어’하고 말하는 것이다. 수천 번을 시도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다가 어느 순간 약간의 성과가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았다면 영영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p87
▶▶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고 정주영회장의 “임자 해 봤어?”이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결과는 시도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다. 그래서 나는 고민은 많이 하되 실행은 빨리 하려고 하고, 실패는 하더라도 시도는 해보려고 한다. 실행에서 시간을 끌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시도해보지 않고 지나가면 후회가 남아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p88
▶▶ 하얀 A4 용지를 놓고 위쪽은 할 수 있는 일을 아래쪽은 할 수 없는 일을 적어보고, 할 수 있는 일중에 하거나 하지 않거나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일들을 제외하면 몇 가지가 안 남게 된다. 그 남은 일들을 하면 된다.

뇌는 놀랄 만큼 역동적인 기관으로 끊임없이 변한다. 나의 뇌는 새로운 자극에 흥분했고, 적절한 수면으로 균형을 맞춰주면 기적이라 할 만한 치유력을 보여주었다. p107
▶▶ 많은 사람들은 수면을 게으름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어린이 9시간 안팎, 성인 7시간 안팎에서 크게 벗어난 수면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적절한 수면을 통해 재충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심지어 살도 찌고 생체 리듬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건강의 핵심요소가 양질의 수면, 양질의 식사, 평화로운  마음의 다스림이지 싶다. 

성공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 p115
▶▶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작은 성과라도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고 격려하자.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래, 고생했어. 대단해! 너에게 무엇을 보상해줄까?”   

내가 회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왼쪽 뇌의 부위가 있다. 비열하게 굴고 끊임없이 걱정하고 나 자신이나 남들에게 막말을 하는 경향이 있는 좌뇌의 성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태도가 내 몸 안에 불러일으키는 생리적 느낌이 싫었다. p146
▶▶ 이 세상은 많은 것들이 대칭을 이룬다. 왜 그러냐고 의문을 품는다면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어 있다. 하늘과 땅이 그렇고 여자와 남자, 전극도 플러스 마이너스, 왼팔다리 오른팔다리 눈, 뇌 등등이 그렇다. 어떤 물질을 발견하면 반드시 대칭이 되는 물질이 있다고 가정하고 연구를 거듭하면 발견되는 물질도 수없이 많았다. 좌뇌와 우뇌의 상반된 역할처럼 우리 인간의 이중성은 본성인 것이다. 용기와 두려움, 거짓과 참,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인내와 조급함, 선과 악 대칭의 것들이 모두 내 뇌 안에 존재한다. 어떠한 컨트롤을 통해서 긍정적인 것들이 우세하게 발현되도록 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고통을 안겨주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어떤 고통스런 생각을 하더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그 감정 회로에 접속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괜찮아진다. 결국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149
▶▶ 왜 소크라테스는 나훈아 노래에서 테스형이 됐을까? 선생님 스승님도 아니고 형이다. 아마도 힘겨운 현실에서 형에게 하소연하기가 심적으로 더 편해서였을까? 테스형의 말처럼 검토되지 않은 삶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이리라. 멈추는 순간 지나쳤던 옆의 사람들이 상황들이 후회로 명치끝을 찌르면서 다가온다. 신은 우리 인간에게 감당할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는 말도 있다. 감당하지 못할 고통은 인간이 이미 한계를 넘어버려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좌뇌와 우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p205
▶▶ 나와 일하는 다른 사람들과 긴밀한 소통을 해왔는지 되돌아본다. 나의 뇌는 그렇게 하고 있는데 뇌의 명령을 따르는 내 몸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모순 아닌가? 아무리 뛰어난 한 사람이 이룬 성과가 여러 사람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이룬 성과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나 역시 부정적인 회로를 잠재우고 기쁨의 회로에 접속하며 순간순간 만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뇌의 신비를 소개하는 책은 많지만 뇌를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는 뇌과학 책은 흔치 않다.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진 두 개의 뇌를 평화롭게 조화시키는 방법, 이것이 바로 마음의 건강을 누리는 지혜이자 ‘이 책이 내게 안겨준 통찰’이다. p210
▶▶ 나의 뇌는 나란 육체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고 적절한 긴장도 필요하다. 나의 두개골이 단단함으로 뇌를 소중하게 보호하는 만큼 내 행동 하나하나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뇌의 시스템에 감사함을 표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 몸을 함부로 다룸은 내 뇌의 휴식을 빼앗으며 그만큼 뇌를 힘들게 하는 행위이다. “소중한 좌뇌야 우뇌야 지금까지처럼 올 한 해도 내 몸과 함께 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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