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17 -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침 이야기! 침 튀기는 인문학
이달의 책 117 -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침 이야기! 침 튀기는 인문학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1.08.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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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는 인문학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침 이야기!

곽경훈 지음, ‘그 여자가 웃는다’ 펴냄

침이 흐르는 것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인간의 존엄이 무너졌다고 표현한다. 침을 뱉고 삼키면서 다양한 언어로 사용한다. 경멸에 차서 가래 춤을 세차게 뱉지만 침을 삼키면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도모한다. 어떤 이에게 침은 첫사랑 키스의 추억으로 가장 달콤한 액체로 기억될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어떤 동물의 침은 각종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되어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침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eo36@hanmail.net

이성은 사라지고 광기 어린 공격성만 남아서 다른 사람을 물어뜯고 또 그렇게 물어뜯긴 사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 광견병과 좀비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p28
▶▶ 광견병 좀비는 물어뜯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과정에서 침이 전파의 매개체가 된다. 좀비나 광견병이나 자신의 몸 또한 망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너 죽고 나 죽자’는 극단의 광기가 있기에 무섭다. 

모기가 효율적으로 피를 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피해를 입는 동물이 피를 빨리고 있는 순간에는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아야 하고, 모기가 피를 빠는 동안에는 혈액 응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모기는 그런 조건에 걸맞게 피를 빨리는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도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정교한 주둥이를 지녔고 침에는 혈액이 응고하는 것을 방지하는 성분이 들어있다. p46
▶▶ 모기는 우리 인간에게 많은 질병을 옮긴다. 그럼에도 모기 또한 인류와 함께 끈질기게 생존해 오고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피를 빨아먹는 유형이 있다. 그런 유형의 인간들은 상대가 피를 빨리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게 한다. 모든 것이 종료되었을 때 피를 빨렸다고 깨닫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모기에서 한번 빨린 피는 모기를 잡아도 인간이 회수하지 못한다. 피를 빨리는 사기도 그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말실수 유도’다. 상대가 잘 엮은 함정에 걸려들어 결정적인 말실수를 저지르면 과거에는 ‘반역자’로 모함해서 제거할 수 있었고 오늘날에도 ‘사임’ ‘해임’ ‘낙선’같은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p53
▶▶ 말의 딜레마가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침묵은 금이라는 말도 있고, 묵언 수행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말은 녹음이나 영상을 찍지 않는 이상 흩어지는데 글은 또 훨씬 오래도록 남을 수 있다. 말과 글 행동 세 가지가 리더로 성장시키기도 하고 리더에서 몰락하게도 한다. 

주변에서 식량을 충분히 구할 수 있고 안락한 잠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데도 산, 강, 사막, 바다 건너에서 새로운 땅을 찾으려 했다. 인간은 ‘죽음 이후’와 같은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문제에도 골몰했고 해가 뜨고 지는 것, 별자가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것 같은 현상을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p61
▶▶ 그래서 인간이 요물이다. 결핍은 물론이거니와 풍족한 환경에서도 고독을 느끼고 충분히 사랑받음에도 공허하기도 하다. 늘 안정을 갈구하면서도 안정되었을 때는 또 모험을 꿈꾼다.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하기도 힘들지만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움직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작은 잎 새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을 뿐이다. 어제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오늘은 어깨를 짓누르며, 내일이 되면 또 어찌될지 모르겠다. 

찔끔한 병사들이 곤봉으로 개로왕의 허벅지를 내리쳤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개로왕이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주저앉은 개로왕에게 재증걸루가 퉤, 침을 뱉었다. p105
▶▶ 재증걸루가 뱉은 침은 복수를 마무리하는 경멸의 침이었을 것이다. 개로왕은 그렇게 아차산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여기에도 치정과 전쟁과 배신의 감정들이 얽혀있고, 그런 감정들은 침의 파편으로 흩어지면서 마무리된다. 

오늘날에도 파블로프의 실험을 이용해 군중을 길들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록 스탈린처럼 가혹한 수단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아니어도 개인의 정상적인 판단을 마비시켜서 자기 뜻대로 유도하려고 한다는 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이 누구냐?고 너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텔레비전만 켜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텔레비전에서 쏟아지는 광고의 상당수는 파블로프가 발견한 조건 반사와 무조건 반사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p146
▶▶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밤 9시 이후 TV를 켜면 왜 그렇게 음식과 관련된 광고나 프로그램이 많은지. 우리 인간은 이성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지만 몸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의 속성도 갖고 있다. 이성이 아무리 엄격하게 통제해도 음식을 먹으면서 침을 흘리는 몸의 반응까지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B형과 C형 간염이 침으로 전염된다고 알고 있다.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가 혈액과 정액으로만 전염되고 동성애자만의 병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좀처럼 믿지 않는 어리석고 완고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처럼. p163
▶▶ 새로운 질병은 항상 두렵기 때문에 편견이 생기면 그 편견이 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류가 생존하는 이상 질병은 함께 공존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코로나도 그렇고,  에이즈가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의 공포는 어마어마했지만 지금은 그냥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인간의 죽음을 극복할 수 없듯이 바이러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간이 극복하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바이러스도 변이를 거듭하면서 생존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그는 7월4일 열린 은퇴식에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로 연설을 시작해서 ‘저에게 지금 가혹한 시련이 다가왔지만 살아오면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누려온 사람이었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은 것을 보면 루 게릭은 단순히 ‘전설적인 야구선수’가 아니라 ‘위대하고 훌륭한 인간’이 분명하다. p193
▶▶ 루게릭병은 양키스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루 게릭에 의해 널리 알려졌는데 사람을 점점 화석으로 만들어가는 무서운 질병이다. 삶에서 가장 본질적인 은퇴는 죽음이겠지만 죽음 말고도 고비 고비 은퇴들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하던 일에서 은퇴가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지금의 일에서 은퇴를 한다면 루 게릭처럼 말할 수 있을까? ‘저는 비교적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저에게 지금이 시련이지만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침의 성분은 99~99.5% 이상이 수분이며 나머지 0.5~1퍼센트는 전해질, 아밀라아제 같은 소화효소, 면역글로블린Aimmunoglobulin A와 리소자임lysozyme 같은 면역물질, 그리고 소량의 상피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ph6.3~6.9로 약한 산성을 띠는 침은 5개의 큰 침샘(2개의 귀밑샘, 2개의 턱밑샘, 1개의 혀밑샘)과 100개 이상의 작은 침샘에서 하루에 무려 1.5리터나 만들어진다. p196
▶▶ 내가 하루에 거의 생수 패트병 한 개 분량의 침을 쏟아낸다니 놀라운 양이지만 많은 부분을 다시 삼키기 때문에 그렇게 많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생존에는 침 땀 소변 대변이라는 분비물이 발생한다. 그 중 유일하게 침은 가장 상시적으로 분비되며, 다시 삼키는 기능이 있는 분비물이다. 침을 삼키지 못할 상태는 극한의 고통이고 침샘이 마르면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1921년 전염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무려 오천만명에서 일억 명이 사망했다. p232
▶▶ 스페인독감 이야기다. 현재(21년 7월 기준) 코로나 19로 전세계에서 사망자수가 4천만명이 이르고 있다. 스페인독감과 비슷한 희생자를 내고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항공교통의 발달로 코로나가 스페인독감보다는 더 광범위하게 퍼졌고, 확산속도도 빨랐다. 백신의 보급과 팬데믹 선언 등 인류의 대응이 더 체계적이지만 비슷한 사망자를 낸다면 상대적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더 쎈놈이라고 생각된다. 

인류는 그렇게 세계 대전과 전염병 대유행이라는,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재앙과 마주하며 20세기를 시작했다. 아마 21세기에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p237
▶▶ 다행히 가공할만한 핵무기의 보급으로 전쟁이 섣불리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핵무기가 전혀 두렵지 않은 바이러스는 백년마다 인류를 휩쓸고 지나갈 수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무한확장 해온 인류라는 종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업보인지도. 

대부분의 동물은 침이나 오줌, 똥 같은 분비물로 영역을 표시하고 인간도 원래는 그런 동물이었다. 때때로 침뱉기에는 경멸, 모욕, 조롱, 저항의 의미도 담긴다. 뿐만 아니라 ‘침 흘리다’, ‘침이 마르게 칭찬하다’,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하다’처럼 침과 관련된 표현도 다양하다. p258
▶▶ ‘침 흘리다’는 먹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 되기도 하고, ‘침을 뱉는다’는 멸시가 묻어 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이에 키스는 침이 꿀이 되기도 한다. ‘침 발랐다’는 표현은 내 것이라는 소유를 의미한다. 똑같이 튀는 침이지만 침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표현도 있지만 침 튀도록 열띠게 토론했다는 표현도 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침을 삼키면서 울분을 참기도 하고 자신의 인생의 어디로 흘러가는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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