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 아네트
시네마 리뷰 - 아네트
  • 신대욱
  • 승인 2021.12.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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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을 위해 노래하고 죽겠어"

영화를 ‘인식’하게 되는 것은 카메라 앞과 뒤에 각자 존재하는 사람들을 깨닫게 되면서다. 어둠 속에서 이미지를 움직이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영화적인 순간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인물들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통해 이미지를 춤추게 할 때 찾아온다. 액션과 음악의 조화다. 뮤지컬 영화는 음악을 눈으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영화적 순간들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아네트>는 레오 카락스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다. 전작인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연출작으로, 첫 영어 영화이기도 하다. 뮤지컬 장르를 영화 안으로 가져와 무대와 무대를 나누는가 하면 무대 밖과 안의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오페라와 코미디, 인형극 무대가 한 덩어리처럼 포개져 있기도 하고, 각각의 드라마로 펼쳐지기도 한다. 그만큼 익숙한 장치들을 낯설게 하고 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

영화가 시작되면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부터 침묵해주십시오. 숨 쉬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시작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어 오프닝곡 ‘그럼 시작할까요?(So may we start?’에 맞춰 스튜디오에 앉아있던 레오 카락스 감독과 딸 나타샤,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미국 밴드 스파크스 형제, 주연 배우인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등을 차례로 비춘다. 이들은 카메라에 포착되면 오프닝곡을 함께 부르면서 거리로 나온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독특한 시퀀스다. 무대 공연이 시작하기 전 모두 집중해달라는 안내 멘트 같은 장치다. 그 사이 배우들과 스텝들은 각자의 자리로 가서 역할을 준비하는 식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예술가들의 도시 LA에서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이들 사이에 딸 아네트가 태어난다.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
안과 헨리, 아네트 세 인물은 각자의 무대가 있다. 영화는 이들의 무대 공연을 중심으로 무대 안과 밖을 연결한다. 헨리는 코미디를 통해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안은 오페라 디바로 사람들을 울게 한다. 헨리가 공연을 통해 죽여주는 무대를 하고 왔다고 자랑할 때, 안은 무대에서 사람들을 구원했다고 말한다. 헨리는 공연을 통해 자신을 비하하고 심지어 자신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안은 공연 말미에 항상 죽는 역할이다. 안은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디바로 올라서지만 헨리는 더이상 사람들을 웃기지 못하고 인기가 시들해진다. 헨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내에 대한 질투와 자기혐오, 분노가 심해진다. 안은 관계 회복을 위해 헨리와 딸 아네트와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안의 의도와 달리 이들 가족은 검푸른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춤추는 듯한 위태로운 가족이 된다.

심연에 대한 동정이 부른 비극

영화 <아네트>는 어둡다. 자기 파괴적인 운명과 비극적 서사를 바탕으로 하는 고대 신화의 익숙한 변형으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파멸적인 죽음으로 나아가는 심연에 매혹당하는 모습이 위태롭다. 영화 후반부에 헨리가 딸 아네트와 함께 부르는 노래 ‘심연에 대한 동정(sympathy for the abyss)’이 헨리의 심정을 대변한다. 이 곡은 헨리의 심연에 집착하는 심정과 불안 심리 등을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헨리는 감독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로, 예술에 대한 상징으로도 읽힌다.
레오 카락스 감독은 “이 곡은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서 가져온 노래인데, 심연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바다 위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떨어져 죽을 걸 알게 되는데, 그래도 참을 수 없어서 계속 보게 되는 마음이다.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죽고자 하는 마음과 같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10대 시절부터 자신을 사로잡았던 미국 밴드 ‘스파크스(SPARKS)’의 제의로 이번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스파크스의 원안에 15곡 정도의 노래가 담긴 데모 테이프를 받아 보고 영화화를 결정했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반한 레오 까락스 감독은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갔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담긴 뮤지컬 영화를 완성하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 이 영화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나쁜 아빠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헨리와 딸 아네트의 이야기로 옮겨간다는 점에서다. 아네트는 태어날 때부터 줄곧 인형으로 등장한다. 아기가 노래하는 설정상 CG로 잡아야 하는데, CG를 선호하지 않았던 감독 성향으로 인형으로 대체됐다. 아네트의 이름도 극중 ‘안’과 인형을 뜻하는 ‘마리오네트’의 합성어다. 라스트 시퀀스는 헨리와 아네트가 대면하는 장면이다. 마리오네트에서 비로소 인간으로 나타난 딸은 매몰차게 아버지를 대한다. 일종의 형벌 같은 느낌이다.
영화 <아네트>는 영화에 대한 절대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무대와 음악, 심연에 매혹당한 인물을 아우르면서 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시작을 알렸던 오피닝곡엔 “우린 세상을 만들었어. 너만을 위해. 노래와 분노에 대한 이야기. 금기는 없어. 널 위해 노래하고 죽겠어. 그래 단조로. 우리가 죽길 바란다면 그렇게 해줄게. 시작해도 될까?”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와중에 공연의 커튼콜처럼 모든 배우와 스탭, 그리고 레오 까락스 감독, 실제 딸 나타샤가 출연해 관객들에게 집에 조심히 돌아가길 바라며 관람이 만족스러웠다면 주변인들에게 알려달라는 위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마도 다시 영화를 시작해도 될지 묻는 것 같다.

 

* 그동안 관심 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치게 됐습니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이 멈추지 않는 한 영화는 계속 될 테니까요.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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