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121 -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산다
이달의 책121 -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산다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1.12.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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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밤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 101


김선경 엮음, 메이븐 펴냄

찬바람이 불고 불타던 낙엽들이 보도블록 위를 어지럽히면 기분이 헛헛해진다.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1년이라는 달력을 넘기면서 올 한 해를 살아냈구나!라는 기특함과 안도감은 오간데 없다. 덤덤하게 또는 씁쓸하게 한 해가 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럴 때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소설과 산문이 거친 화강암 절벽이거나 겹겹의 이끼나 세월의 주름을 간직한 바위 느낌이라면 시는 해변의 몽동처럼 단어들이 매끈하다는 생각이다. 매끈한 단어들이 헛헛한 가슴을 보듬어 준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eo36@hanmail.net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고 힘들다. 별일 없어 보이는 사람도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 견디며 살아간다. 세상의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매정한 사람들로 인해 시시때때로 우리 마음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들 – 슬픔과 불안, 부끄러움, 비겁함, 절망 속에서 흔들리고 헤맨다. p8
▶▶ 한 해를 돌아보면 별일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1월부터 달력을 짚으면서 차근차근 돌아보면 ‘다사다난’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올해는 코로나로 움츠린 가운데 다사다난을 넘어서 개인적으로는 격동의 시간이었다. 21년을 보내면서 22년은 올해보다는 좀 더 평온한 시간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꿈에 나타나서
눈이 침침해 세상일이 안 보인다고 
내 안경 어디 있냐고 하신다
- 아버님의 안경,  정희성 시중에서 p26

 

▶▶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90을 훌쩍 넘기셨을 것이다. 돌아가신 지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꿈에 거의 나타나시지 않는다. 그쪽 세상은 살만한지 어머니와 저희 자식들을 지켜보고 계신지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시다. 다만 아프지 않고 이만큼 사는 것이 아버지와 할머니 얼굴도 뵙지 못한 할아버지 은덕이라 생각한다.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가, 아침이 오면 
다시 문을 나서지
-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백착우 시중에서 p34

 

▶▶ 삶이란? 희열과 행복이 벅차오르는 순간은 찰라이고, 고단하고 견뎌야 하는 인고의 세월일까? 그래도 태양은 뜨고 신발 끈을 조여매고 문을 나서서 살아내야 하는 것이 삶이리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방문객, 정현종 시중에서 p38

 

▶▶사람이 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전부인 일생이 오는 것인데 그 사람과 미래만을 기대하기에 서운함부터 시작돼 오해가 싹튼다.    

어렸을 때 여름날 밤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걷던 추억은 일생의 버팀돌이 된다는 것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는 것
- 내가 이제 깨달은 것은 - 작가미상 시중에서 p79

 

▶▶ 내게 아버지와의 기억은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이다. 그 날도 필시 어머니는 바쁜 농사일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졸업장과 상장, 꽃다발을 들고 구령대 위에서 아버지와 찍은 한 장의 사진. 사진을 찍었던 기억은 없다. 그 사진이 기억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단호하게 입술을 다무신 아버지와 앳띤 내 모습이 낯설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 나이 - 김재진 시중에서 p83

▶▶ 사람의 관계에서 기억이라는 것이 좋았던 때와 행복했던 때보다는 서운하고 안 좋았던 기억이 더 오래도록 강렬하게 남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나 보다. 어린 아이들은 그들이 하는 행동에 저의를 의심받지 않기 때문에 용서받을 일이 별로 없다. 아직 그 나이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90세 100세가 되면 용서하고 용서받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아무리 동동거려도 볼 수 없는 사람은 기억에서 희미해져가고, 볼 수 있는 사람만 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이트 족의 토착어에는 ‘훌륭한’이란 단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남자도 없고 훌륭한 여자도, 훌륭한 인간도 없다. 우리는 존재하므로 살아간다. 그러니 시시한 인생도 훌륭한 인생도 없다. 세상은 지금 나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 p97
▶▶ ‘훌륭한’이라는 평가에 매몰돼 버리면 그것이 롤모델로 자리 잡고 비켜나는 것들은 훌륭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린다. 존재를 뛰어넘는 훌륭함이라는 가치는 없다. 저마다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어떤 이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 무모한 행위다. 인생은 존재 자체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배워라 가장 단순한 것을
자신의 시대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에게 
결코 너무 늦은 법이란 없다!
배워라 가나다라를,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듯 보여도
먼저 배워라! 새삼스럽게 무슨 공부를, 따위의 말은 하지 말라. 
- 배움을 찬양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중에서 p144

 

▶▶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년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 이제 시작하는 또 하나의 동반자를 만나야 한다. 뭔가를 배울 때 시간은 잘 가는 것 같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일을 시켜야 건강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말이 가진 힘이 그런 것일까. ‘검은색도 닦으면 빛이 납니다’라는 구두닦이 아저씨의 말을 우리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의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에 귀 기울인다면 그 말의 힘을 조금은 나눠 받을 수 있다. 누군가의 말에 조용히 귀 기울일 줄 아는 태도는 참 소중한 삶의 지혜이다. p151
▶▶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과 귀는 열어야 한다고 했다. 구두의 광은 검은색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빛남으로써 검은색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검은색이 어떤 색인가? 용광로처럼 모든 색을 하나로 품어버리고, 검은색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색이다. 
 
누군가 좋은 삶은 좋은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p177
▶▶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불어오는 인생의 파고를 넘으면서 방향을 생각하지 않으면 언제 무인도에 자초될지 모른다. 방향을 정했으면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바람과 바닷물을 보면서 속도를 가늠해야 한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
신성한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라지 못하므로.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시중에서 p193

 

▶▶ 거리를 둔다는 것은 때로 함께 때로 따로가 리드미컬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봐 줄 때 서로 성장할 수 있다. 나무들이 너무 거리가 가까워 촘촘하면 키만 커서 목재로서 가치는 떨어진다.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굵고 튼튼한 나무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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