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다시 새겨보는 '대한'의 의미
패션칼럼 - 다시 새겨보는 '대한'의 의미
  • 지재원
  • 승인 2022.04.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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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시청앞을 가득 메운 응원장면(출처 : 한국관광공사)

20년전 5월 월드컵은, 개최 장소가 처음 아시아 대륙으로 넘어와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연 대회였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음에도 그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는데, 이때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일으키는 바람에 우리에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대회가 되었다.
 월드컵은 초여름에 열리는 게 관행이었으나 올해는 초겨울에 열린다. 페르시아만 연안에 있는 개최국 카타르가 워낙 더운 지역인 까닭이다. 한여름이면 체감온도가 50도에 달해서 낮에 외출하면 화상을 입을 정도고 축구 선수들도 훈련을 밤에 하고, 축구 경기장 그라운드에서도 에어컨이 나온다는 곳이라 이번엔 11월말부터 한달동안 ‘겨울 월드컵’이 열리게 된다.
 카타르가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내뿜는 곳이라고 하지만 20년전 우리가 이땅에서 겪은 월드컵의 열기 또한 대단했다. 사막의 뜨거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터. 시청앞 광장에서 광화문까지, 전국 주요 도시들의 광장마다 붉은 티셔츠 물결로 가득했던 그 광경. 인파 속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던 “대~한민국~!!” 응원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쟁쟁하지 않은가.

고종황제가 1897년 10월,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황제 즉위식을 올렸던 환구단 일부(출처 : 두피디아)

당시 월드컵은 4강의 기적말고도 우리에게 특별한 기억을 안겨주는 게 또 있다. 우리나라 이름이 ‘대한민국’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쳐준 것이다.   
 대한민국이 처음 나라 이름으로 사용된 것은 1919년 4월11일이다.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대한으로 망한 나라, 대한으로 흥해보자”면서 대한민국을 임시정부의 나라이름으로 선포했다. 그로부터 불과 한달여전, 한반도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던 3·1운동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직접적인 계기였다.     
 3·1운동 때 백성들이 “대한 독립 만세”라고 외쳤던 것은 1897년,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나라이름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이 더 이상 중국의 속국이 아니라는 뜻으로 독자적인 황제국임을 선포함으로써 황제국에서나 사용할 수 있던 ‘만세’라는 구호를 외칠 수 있었다. 대한제국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3·1운동 때의 구호도 “대한 독립 만세”가 아니라  “조선 독립 천세”가 되었을지 모른다.  
 

우리가 ‘대한 사람’임을 나타내는 애국가 가사(출처 : 행정안전부)

 해방후 남과 북이 각각 정부수립을 할 때 남쪽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대한민국’으로 나라 이름을 정했고 북한은 ‘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나라 이름으로 삼았다.  
 구한말 이후 우리가 다시한번 대한(大韓)의 나라가 된 것이다. 좁은 의미로는 마한 변한 진한을 삼한(三韓)이라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고구려 백제 신라를 삼한으로 일컬었던 데에서 새로운 나라 이름 ‘대한’이 유래되었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처럼 애국가에서도 우리는 ‘대한 사람’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법전이나 외교문서같은 데에서나 사용하던 낯선 용어였다. 동남아에서 보기 드문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은 우리나라를 ‘따이한(大韓)’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대한’으로 부르는 유일한 경우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대한 나라 사람’(大韓國人)이라고 쓴 글씨(출처 : 구글) 

패션계에는 디자이너 단체가 여럿 있는데, 가장 먼저 생긴 것이 1961년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된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다. 이 단체는 2006년 대한패션디자이너협회로 명칭을 바꾸고, 줄여서 카프다(KFDA, Korea Fashion Designers Association)라고 부른다.
 남성 맞춤양복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1969년 설립된 대한복장기술협회로, 1986년 대한복장기술경영협회로 바뀌었다가 2004년부터는 한국맞춤양복협회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단체의 모체는 1946년에 발족한 전선복장연구회로서 이때의 ‘전선(全鮮)’은 조선의 남북을 망라한 전 조선을 의미한다. 당시엔 대한민국이란 나라 이름이 정해지기 전이었다. 한국맞춤양복협회의 연륜은 이만큼 깊다.  

대한미용사회 로고

 

미용업계를 대표하는 대한미용사회도 연륜이 깊어서, 1957년 대한미용협회로 발족해 1965년부터 대한미용사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한’이란 명칭은 이처럼 연륜이 깊은 몇몇 단체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 통용되던 대한이란 나라이름이 언젠가부터 한국에 묻혀 사라지다시피하더니 2002년 월드컵에서 응원구호로 되살아 났고 그후 대한은 우리의 자랑스런 나라이름으로 다시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월드컵 시즌을 맞아, 연말이 되면 다시한번 온 나라가  ‘대~한민국~!!’ 응원소리로 들썩일 것이다.  
 씩씩한 대한 건아들의 필승을 기원한다. 


 

 

지재원

패션 칼럼니스트, 고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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