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다비와 타비슈즈, 버선과 버선코 구두
패션칼럼 - 다비와 타비슈즈, 버선과 버선코 구두
  • 지재원
  • 승인 2022.06.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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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에 의하면 올해의 장마는 6월20일경에 시작되어 7월25일 전후까지 계속되는데, 7월초부터 중순에 걸쳐 장맛비가 집중될 것이라 한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면 옷차림에 신경이 특히 더 쓰인다. 방수기능까지 갖추진 못하더라도 빗물에 젖을 때를 생각해서 옷을 골라야 한다. 그런데 옷보다 더 빗물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 있으니, 신발이다. 비가 정말 많이 오면 장화나 반장화를 신어야 할 수도 있고, 이땐 옷차림도 그에 맞춰 변화를 주게 된다.

▲ 조선시대 나막신(출처 : 나무위키)
▲ 조선시대 나막신(출처 : 나무위키)

우리의 조상들은 비오는 날, 나막신을 신었다. 
나막신은 통나무를 깎고 파내서 만든 굽이 높은 신이다. 굽이 높고 투박한데다 신축성도 없어서 이걸 어떻게 신었을까 싶은데, 전해오는 유물과 기록에 의하면 삼국시대부터 조선후기, 일제 강점기까지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이 애착(愛着)했던 생활 필수품이었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중국 남북조시대(5~6세기)에 벌써 나막신에 대한 기록이 나올만큼 유래가 깊은 신발이라면서 “나도 평생에 말을 타고 먼길을 가지 않을 때면 늘 나막신을 이용한다”고, 자신의 나막신 취향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나막신의 재료인 나무는 마르면 터지기 쉬운 재질이기 때문에 밀(밀랍)을 녹여 겉에다 칠해서 말라 터지는 것을 미리 방비해야 한다”고 나막신 관리법까지 알려준다. 그는 또 어떤 친구에게 굽없는 나막신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는데, 모양이 가죽신같아서 신고 다니기가 더욱 편리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가죽신에 나무로 밑을 바치면 오래 신을 수는 있지만 가죽이란 것이 비에 젖거나 햇볕에 쪼이거나 하면 모두 썩고 터지기도 쉽고 간수하는데도 매우 수고롭게 되므로 밀(밀랍)로 칠해서 만든 나막신만 못하다”며 나막신 예찬론을 폈다.  일본의 나막신은 ‘게다’라고 한다. 일본 게다는 우리나라의 나막신처럼 통나무를 깎아서 만든 것이 아니라 평평한 나무에 엄지와 검지발가락 사이를 끈에 꿰어 신는 신발이다. 조리라고 부르는 일본의 전통 슬리퍼도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끈을 꿰어 신는다. 

▲ 구한말 나막신 점포 앞에서. 나막신 신음 모습들이 보인다 (출처 : 나무위키)
▲ 구한말 나막신 점포 앞에서. 나막신 신음 모습들이 보인다 (출처 : 나무위키)

게다는 보통 여름철에 맨발로 신는 경우가 많지만, 격식을 갖추어야 하거나 맨살을 드러내기 싫은 사람들은 버선을 신는다. 이때 신는 버선은 벙어리장갑처럼 엄지발가락만 분리돼 있는데, 이를 ‘다비’(足袋)라고 한다. 마치 말이나 당나귀처럼 발굽이 2개로 보이는 형태다. 현대 여성들을 위해 엄지발가락이 분리된 스타킹도 있다. 
일본의 전통 버선인 ‘다비’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 덕분이다. 1988년 파리무대에 데뷔한 그는 모델들에게 발굽이 2개인 구두, ‘타비슈즈’를 신게 했다.   
이때 첫선을 보인 타비슈즈는 마르지엘라가 2009년 은퇴하고 영국의 존 갈리아노가 그의 뒤를 이은 지금까지도 30년 넘게 꾸준히 마르지엘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 아이템으로 통하고 있다.     

▲ 일본 나막신 게다(출처 : 나무위키)
▲ 일본 나막신 게다(출처 : 나무위키)

일본의 버선이 말발굽처럼 발가락이 2개로 분리된 모습이라면 우리나라 버선은 앞부분이 오똑 솟아오른 형태다. 
버선코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버선의 모양을 잡아가는 틈틈이 버선코 자로 앞부분을 계속 치대야 한다. 버선코 자의 형태와 크기도 제각각인데 어른용과 아이용, 남자용과 여자용은 물론 지역에 따라서도 형태와 크기가 조금씩 달랐다. 버선코 자가 따로 있을만큼, 버선에서 코 모양은 제일 중요하게 여겨진 부분이다.
나막신의 앞부분도 버선코와 모양이 같다. 버선에서 버선코 모양을 만들기 위해 버선코 자를 수없이 치대야 했는데, 나막신의 앞부분을 버선코 모양으로 만들려면 얼마나 더 정성껏 나무를 깎아내고 다듬어야 했을까.   
버선에서나 나막신에서나 ‘코’는 실용성보다 오로지 맵시를 위한 모양새였다. 우리 조상들이 일찍부터 ‘멋’을 제대로 알고 뽐내온 민족임을 부인할 수 없겠다.   

버선코 구두를 신고 방미 출국길에 오른 김정숙 여사(2017년 6월 출처 : 한국일보)
▲ 버선코 구두를 신고 방미 출국길에 오른
김정숙 여사(2017년 6월 출처 : 한국일보)

 

버선은 한자로 말(襪)이라 한다. 발을 보호하고 감싸주는 기능을 하는 생활의 필수품이다. 양말(洋襪)은 ‘서양에서 들어온 버선’이란 뜻이다. 양말이 들어오기 전까지 남녀노소,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우리 조상들은 모두 버선을 신었다.     
2017년 6월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따라 나서면서 버선코 구두를 신은 것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의 전통미를 과시해보고 싶었던 것같다. 김정숙 여사가 신었던 버선코 구두는 50여년간 수제구두를 만들어온 전태수 구두장인의 작품이었다.         

김여사가 신은 버선코 구두
▲ 김여사가 신은 버선코 구두

일본의 전통 버선이 서양 패션디자이너에 의해 세계적인 인기 유행 아이템이 된 데 비해 우리의 전통 버선은 50년된 장인의 솜씨와 대통령 영부인의 관심이 어우러졌지만 대중화되지 못했다.
우리 버선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외국의 어느 유명 디자이너가 보고 마르지엘라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 디자인으로 응용했다면, 그때 비로소 세계적인 관심 아이템이 됐을까…. 타비슈즈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 마르지엘라의 여성용 플랫 타비슈즈(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공식 온라인 부티크)
▲ 마르지엘라의 여성용 플랫 타비슈즈(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공식 온라인 부티크)
▲ 마르지엘라의 남성용 스플릿 토 타비슈즈(출처 : 메종 마르지엘라 공식 온라인 부티크)
▲ 마르지엘라의 남성용 스플릿 토 타비슈즈(출처 : 메종 마르지엘라 공식 온라인 부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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