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디자이너 뽑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생활수필 - "디자이너 뽑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 이재규
  • 승인 2022.07.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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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리더’에게 수십년 업력을 가진 분들이 인력 채용 방법을 궁금해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디자이너를 뽑는 ‘특별한 방법’이라는 것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구인하는 과정은 예외 없이 힘들고 고되며 종종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수많은 리더들이 겪는 고통과 같은 크기의 어려움을 나도 겪고 있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한 후 주변의 원장님들로부터 ‘구인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이야기를 무수히 들었다. 그들 눈에는 내가 ‘디자이너를 쉽게 뽑는 특이한 케이스’로 보였을 수도 있을텐데, 사실은 그리 특별한 것이 없을 ‘디자이너 뽑는 방법’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같은 사람과 함께 일할 사람은 없다. 디자이너 구인은 매우 어려운 것이며 내 능력만으로 어찌하기 힘든 것’이라는 다짐을 하는 것이 첫번째 관문인 것 같다. 미용산업의 생멸 구조를 논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를 구하는 것은 힘들다’라는 전제를 당연히 나도 갖고 있으며 각오를 단단히 한 후 구인에 나선다.

디자이너 채용의 순서는 페르소나 설정, 구인 사이트 광고 게시, 지역 기반 조건 검색, 대상자에게 메시지나 전화, 인터뷰 순으로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구인하기에 앞서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즉, 페르소나(Persona: 목표 고객의 유형이나 특징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를 설정 했다.
리더의 성향에 따라 ‘실력 있는 디자이너’ ‘품성이 좋은 디자이너’ ‘집이 가까운 디자이너’ 등 구인의 기준은 조금씩 다를 것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설정한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 페르소나는 다음과 같다. 페르소나는 최대한 단순하게 정량과 정성 기준으로 구분했다.


ㅇ 정량 기준
① 경력: 스태프 경력 2년 이상 + 디자이너 경력 3년 이하
② 나이: 20대 이하

ㅇ 정성 기준
① 성장욕구
② 태도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지 기준이 정해졌다면 업계에서 유명한 구인 플랫폼 한 곳을 정해 구인 광고를 게시한다. 가장 낮은 수준의 유료광고를 사용하는데 통상 한 명의 디자이너를 뽑는데 5~6만원의 광고비가 소요된다. 광고를 하는 이유는 구직 페이지에 올라온 디자이너들의 이력과 연락처를 보기 위해서다. 각 매장의 위치와 맞는 디자이너로 검색하여 일일이 이력 내용을 본 후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에게 문자와 전화로 연락한다.

페르소나, 즉 채용 대상의 기준 설정 이유는 이렇다.
정량 기준보다 경력이나 나이가 많은 디자이너는 절대 뽑지 않는다. ‘여러 매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디자이너’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었다. 특히 30대 이상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30대나 되었는데 특정 매장에서 정착을 하지 못했다면 ‘실력이 없거나 팀플레이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로 삼았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로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력과 실력이 언제나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량 기준을 통과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정성 기준을 평가하기 위한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는 주로 매장 내의 구분된 공간에서 하는데 사정에 따라 카페 등 외부에서 할 때도 있다. 매장 내에서 인터뷰할 경우에는 시술공간이나 직원실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다.

 

▲ 한 매장에서 9명의 디자이너를 유지하는 과정에 남은 구인 관련 파일들. 맨 위 파일이 최종 계약서 모음이다.
▲ 한 매장에서 9명의 디자이너를 유지하는 과정에 남은 구인 관련 파일들. 맨 위 파일이 최종 계약서 모음이다.

 

인터뷰에서는 디자이너가 얼마나 성장하고 싶어하는지, 삶과 직업에 대한 태도와 자세, 말투 등은 얼마나 바른지 파악하려고 애쓴다. 보통 인터뷰 시간은 1시간 이상이며, 몇몇 디자이너는 2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나만의 인재상, 즉 페르소나에 맞는 디자이너를 가리기 위한 20여문항의 공통 인터뷰 설문을 기반으로 인터뷰를 진행 한다.
인터뷰 시간에 늦은 디자이너는 인터뷰를 하지 않고 돌려 보낸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디자이너는 채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 원칙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통과한 디자이너에게 회사의 처우 기준을 브리핑한다. 모든 실데이터를 도표와 각종 자료를 통해 공개하며 조금도 과장하거나 숨기지 않는다.
디자이너에게 가능한 많은 질문을 받는다. ‘면접 때는 이렇게 말했는데 근무해보니 다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요소는 절대 만들지 않게 100% 투명하게 알린다.

최초 구인 사이트를 통해 100명의 디자이너를 검색했다면, 그 중 기준에 맞는 디자이너는 30명 정도이다. 30명 중 인터뷰를 하는 디자이너는 15명이고 최종적으로 계약(합격)하는 디자이너는 단 1명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결국 1% 확률(때로는 0%)의 초고난이도 게임인 것이다.

디자이너를 뽑는 것은 힘들다. 어렵다. 고되다. 짜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성장할 사람’을 찾는 것은 아무리 어려운 수고도 한결 가볍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일 할 디자이너를 뽑느냐’ ‘성장의 동반자를 찾느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조금 늦더라도 ‘나만의 기준’에 맞는 디자이너를 찾는 것이 길게 간다.

 


 

이재규 (주식회사 엔케이인베픽/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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