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문화 이야기 - 패션 = 공해?
패션과 문화 이야기 - 패션 = 공해?
  • 지재원
  • 승인 2022.09.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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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4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퇴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바누아투는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가장 먼저 국토 전체가 잠기게 될 곳으로 꼽히는 나라다. 바누아투 정부는 자국내 전력을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자국처럼 기후변화로 피해를 보는 나라를 재정지원할 유엔기구 설립을 촉구했다. 
사실 바누아투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더 많은,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화석연료 완전퇴출 정책 발표는, 전세계에 다시 한번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절규인 셈이다.  

▲ 2022년 방송대상 수상작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의 한 장면(출처 : KBS ‘환경스페셜’ 방송 영상 캡처)
▲ 2022년 방송대상 수상작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의 한 장면(출처 : KBS ‘환경스페셜’ 방송 영상 캡처)

지난 6월말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가 2022년도 방통위 방송대상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매년 1000억개의 옷이 만들어지고 그중 3분의 1인 330억개가 버려지는 현실을, 전세계를 누비며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인구수 세계 28위인 대한민국이 헌옷 수출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5위로, 버려지는 옷의 95%가 수출되고 5%만이 재활용되는 상황도 심도있게 다루었다. 

 <기상학백과사전>은 ‘지구 온난화’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수면 상승, 대기오염, 생태계 훼손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인류가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시작한 산업혁명(1750년대)을 기점으로 2020년 현재 1.2℃ 더 높아졌다고 한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지정했다. 이보다 더 오르면 ‘돌이킬 수 없는 문명의 붕괴현상’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재앙의 시대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 1.5℃ 상승할 것이라고 하니 불과 7~8년 뒤다.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조천호박사는 “기후 위기는 코로나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1.5℃를 일단 넘기면, 이전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인류가 겪었던 그 어떤 전쟁이나 전염병, 자연재해보다 심각한 재앙이라는 것이다. 그런 재앙들은 어쨌든 시작과 끝이 있었다. 그런데도 특히 정책 결정자들은 이 엄청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개탄한다.
 한국은행은 섬유제조업을 석탄발전, 화학제품, 석유정제품 등과 함께 고탄소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의류의 대부분이 석유와 석탄을 원재료로 하는 합성섬유인 까닭이다. 이를 가공·세탁·폐기할 때에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공해산업이다.   

▲ ‘패스트패션의 끝판왕’ 부후(Boohoo) 홈페이지에 소개된 여러 스타일의 옷들(출처 : 부후 공식웹사이트)
▲ ‘패스트패션의 끝판왕’ 부후(Boohoo) 홈페이지에 소개된 여러 스타일의 옷들(출처 : 부후 공식웹사이트)

패션이 산업화되기 시작한 60년대 이후 디자이너들에 의해 일년에 두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유통하는 것이 패션산업의 큰 흐름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2000년대 이후 이른바 패스트패션이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패스트패션은, (일년에 두번이 아니라) 한달에 두번 새로운 스타일을 발표하는 브랜드들을 말한다.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일본의 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이다. 값싼 합성소재와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옷값도 싸서 빠른 시일내에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 “친환경 옷이라고 해도, 제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파타고니아의 캠페인(출처 : 파타고니아 공식웹사이트)
▲ “친환경 옷이라고 해도, 제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파타고니아의 캠페인(출처 : 파타고니아 공식웹사이트)

금년초엔 영국의 부후(Boohoo)도 우리나라에 상륙했는데,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다양한 제품”을 슬로건으로 내건 온라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매주 500스타일을, 시간당 3만개 이상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패스트패션들보다 더 빠르고, 더 다양하며, 더 값이 싸다는 점에서 울트라 패스트패션(Ultra Fast fashion) 또는 패스터패션(faster fashion)으로 불린다. 그야말로 ‘패스트패션의 끝판왕’인 셈이다. 
 공급과잉을 부추키는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자 마침내 유럽연합(EU)이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칼을 빼들었다.  
 EU가 내건 규정은 (2030년까지) 일정 한도 이상의 리사이클링 소재 사용 의무화 / 안팔린 상품 폐기처분 금지 / 미세 플라스틱 사용 규제 /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단속 / 글로벌노동환경 개선 / 부후, H&M, 자라 등의 모든 제품에 일정액 폐기물 부담금 부과 등이다. “EU의 패션시장에서 패스트패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UN의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했을만큼 ‘환경 지킴이 활동’으로도 유명하다((출처 : 파타고니아 공식웹사이트)
▲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UN의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했을만큼 ‘환경 지킴이 활동’으로도 유명하다((출처 : 파타고니아 공식웹사이트)

다행스럽게도 패션업계에서도 기후 온난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업체와 디자이너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는 미국의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다. 모든 옷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면만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또한 미국의 모든 업체들이 단 하루 할인행사로 일년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다는 블랙프라이데이에도 할인행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날 판매된 매출 전액을 환경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 친환경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나라 브랜드들(코오롱 래코드, 임선옥 디자이너의 파츠파츠, 이물건마켓, 모레상점 등)
▲ 친환경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나라 브랜드들(코오롱 래코드, 임선옥 디자이너의 파츠파츠, 이물건마켓, 모레상점 등)

이뿐 아니라 1986년 이래 매년 매출의 1%를 사회 공헌활동에 사용하고 있으며, 2002년엔 비영리단체인 ‘지구를 위한 1%’를 설립해 그동안 여러 환경단체에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파타고니아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친환경’을 실천하는 패션기업과 디자이너들이 있다. 코오롱FnC는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를 통해 재고의류 재활용 뿐 아니라 소비자의 옷을 리폼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디자이너 임선옥의 파츠파츠는 네오프렌이라는 단일 소재를 사용해 재단부터 디자인, 봉제, 재고 문제에 이르기까지 버리는 것을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도를, 올해로 11년째 실천해 오고 있다. 
2019년과 2021년에 창업한 모레상점과 이물건마켓은 친환경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의류와 생활용품들을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친환경 경영이 시급한 현안이고 또한 대세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패션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딘 것은 아무래도 당장에는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몇 배 더 투자돼야 하니까.  

이러한 기업들의 미적거림을 앞당겨 주고 있는 것은 20~30대 젊은 세대(MZ세대)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MZ세대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8.5%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미닝아웃’ 형태로 나타내고 있다.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out)의 합성어인 미닝아웃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 등을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선행을 베푼 식당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팔아주는 ‘돈쭐문화’가 대표적으로, 패션을 통한 미닝아웃도 흔하다. 예컨대 파타고니아 로고의 옷을 입고 ‘나는 친환경제품 애호가’임을 미닝아웃하는 것처럼. MZ세대의 미닝아웃은 해시태그를 통해 순식간에 널리 퍼져나갈 만큼 확산력도 크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기후 비상사태 시대인 지금, MZ세대가 앞장서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글 / 지재원

패션포스트 논설주간 
고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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