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문명의 힘을 빌어 연주대에 오르다.
생활수필 - 문명의 힘을 빌어 연주대에 오르다.
  • 김하형
  • 승인 2022.11.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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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템플스테이를 해보고 싶었다. 
3개월 전 병원 신세를 좀 지고 몸도 마음도 불편한 상황.
산을 오랜 시간 오르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역시 정보력은 불가능을 없게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관악산을!

아이들 초1때 만나 고삼이들이 된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해온 언니 동생과 함께 연주암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하고 KBS관악산 송신소를 위해 설치된 케이블카를 타고 관악산을 오를 수 있었다. 
업무를 서둘러 끝내고 오후 5시 과천향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며 내려다본 관악산은 경기도와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며 내 두 발로 오를 때와 전혀 다른 능선을 보여주었다.
좀 흐린 날씨에 발 아래로 빠르게 지나는 운무와 풍광은 지상세계와 좀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다 주는 듯했다.
늦게 도착한 우리에게 비구스님은 옷가지와 이불을 내어주고 잠자는 곳과 식당, 화장실, 샤워실 등을 친절히 안내해주셨다. 우리는 자유로운 휴식형을 선택했지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선택이 가능했다. 연주암에서 템플스테이 전용 시설을 짓고 있어서 내년에는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 했다.
관음전에 함께한 방은 뜨듯했고 화장실은 좀 멀었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
서둘러 저녁부터 챙겨 먹었다. 
말 그대로 절밥. 각종 나물들과 겉절이 김치, 두부전, 버섯, 감자를 많이 넣은 된장국. 
아닐 것 같지만 진짜 꿀맛이다. 국물에 넣은 고기라도 한톨 없이 상이 차려진 적 거의 없는 집밥과는 전혀 다른 담백하고 소탈한 맛. 코로나로 등산객들에게 절밥을 주는게 제한적이지만 관악산 연주암을 찾는 이들에게는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지스님과 함께 연주대로

천일기도 중이시라는 주지 스님과 저녁기도시간에 맞춰 우린 연주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연주암에서는 40여분을 올라가는데 이미 어두워진 시간에 관악산의 가파른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산을 오르시는 분들에게는 이게 무슨 등산이겠냐만은 ^^
스님의 지팡이를 얻어 짚기도 하고 재밌는 불법과 말씀을 듣기도 하고 걷는 산행은 복된 느낌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관악산 정상에 거의 다다르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위에 석축을 쌓아 올린 그 곳에 연주대가 있었다. 의상대사의 신통력이 아니고는 어찌 저런 곳에 기도처를 만들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경기도기념물 제20호 연주대>
신라시대 677년(문무왕17)에 의상이 관악사 연주암과 함께 세워 의상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곳에서 좌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 후 조선 1392년(태조1)에 중건하였다.
연주대란 이름도 조선 초에 개칭한 것으로 태조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개국한 뒤 고려의 충신인 유신들이 이곳에서 멀리 송경(개경)을 바라보며 두문동에서 순국한 72인의 충신열사와 망국 고려를 연모하며 통탄하였다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라 전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숭고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는 의상대사의 마음으로, 고려의 왕을 그리워하는 충신들의 애달픈 마음으로, 스님과 함께 오랜 시간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버려야할 나쁜 마음, 꼭 이루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 담았다. 
기도가 끝난 뒤 그 어둠속에서도 스님의 안내에 따라 바위를 기어올라 관악산 정상에서 서울시내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환하게 불이 켜진 서울대도 보이고 어렴풋이 63빌딩도 보이고. 정말 아름다웠다. 
기듯이 바위를 내려와 조심 조심 다시 연주암으로 내려와 잠을 청했다. 
등은 뜨듯하고 몸은 노곤노곤 했지만 왠지 잠은 쉽사리 들지 않았다. 

템플스테이 이튿날 아침.
산사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우린 4시30분 새벽 예불에 참석했다. 

큰 스님과 함께 기도를 올리고, 관음전 앞 툇마루에 함께 서서 관악산 아래를 바라보는데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붉은 덩어리가 서서히 올라오는데 울컥하는 가슴을 여며쥐었다. 
세상 모두에게 평안함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맑고 투명한 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공양간에 가서 조식을 먹었다. 
비슷한 재료지만 어떤 건 된장으로 어떤 건 고춧가루로, 어떤 재료는 들기름 볶음으로, 참기름으로 등등 다른 맛이 났다. 
공양은 남기지 말고 자신이 먹은 그릇은 씻어놓고 가면 된다. 
그 맛있는 반찬을 만드시는 공양간 보살님이 수박을 내주셔서 후식까지 호텔마냥 맛있게 얻어먹었다. 절에 와서 살쪄서 나갈 모양새로 너무 열심히 먹었다는.

처음 만났던 비구 스님과 차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됐다.
욕심이나 집착을 버려야 진정한 부처님의 뜻이라는...
마음을 최대한 비워보자 다시 다짐한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길의 관악산은 어제의 흐린 날씨와 달리 아침 소나기가 걷히고 난 뒤 밝은 햇살이 내리쬐며 청명한 기운이 넘치는 환한 기운을 내뿜었다. 
해, 바람, 구름, 나무, 달... 자연은 선물이다. 맑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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