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80] 사는게 뭐라고
[이달의 책 80] 사는게 뭐라고
  • 서영민 기자
  • 승인 2018.06.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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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뭐라고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펴냄


 

우리가 살면서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 ‘사는 게 뭐라고’고 인데 힘겨워 하는 자신에게 힘듦을 놓아버리라는 위로의 말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머니의 치매를 보면서 늙음과 마주함을 이야기한다. 욘사마로 시작된 한류 드라마 열풍이 일본의 아줌마들에게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솔직하게 들려준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작가의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라는 책도 읽고 싶어졌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org.com 


 

 

<돈만 내면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도시는 굉장하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숲속에서의 삶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된다. 도시에서는 누군가가 준비해준 것들을 사 먹으면서 더 바쁘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원시의 인간들이 일했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한다. 원시의 인간들은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짧은 시간 사냥을 하고 긴 시간을 놀았다.

<아, 앞으로 몇 년이나 내 힘으로 돈을 찾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모두에게 편리한 것은 아니다. 손가락 감각의 섬세함이 무뎌지고, 노안으로 인해 스마트폰의 작은 글씨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은행에 쌓아 놓은 돈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써야 내 돈이기도 하다. 그 돈은 은행 돈이기도 하고 내가 죽으면 국가와 상속자의 돈이기도 하다. 내가 죽을 때까지 쓸 돈이 꾸준하게 주어진다면 굳이 저축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손톱에 은행계좌와 연결된 칩을 부착하고 그 칩이 뇌파를 인식해 뇌가 허락하면 돈이 빠져나가는 시스템이 나올 수도 있다.

<유리공예가인 마리는 “인간은 생산적이어선 안 돼. 쓰레기나 만들 뿐이니까”라고 말했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공산품들의 종착지는 쓰임을 다하고 나면 쓰레기이다. 쉽게 분해되어 거름이 되거나 썩는 쓰레기가 있는가 하면 몇 십년 몇 백년 썩지 않아 인류를 괴롭히는 쓰레기도 있다. 인류가 발명한 편리한 것들이 쓰레기가 되어 인류를 다시 공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이다. 하루를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마트에 진열된 모든 제품에서 비닐이 사라지면 소비자에게 전달 될 수 있을까?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에 모여 거대한 섬을 만들고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인간이 먹고 있다.

<사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성격이 바뀌면 죽는다는 말도 있고, 성격은 타고 났다는 말도 있다. 좋은 감정일 때는 상대의 성격이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감정이 식으면 단점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사람 됨됨이를 말하는 인격(人格))과 성격(性格) 격자는 동일하다. 인격이 성격이 되기도 하고, 성격이 인격을 말해 주기도 한다.

<가장 비참한 것에 익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익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비참함은 가장 깊은 나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비참함에 빠져들면 익살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때로는 익살이 비참함과 슬픔을 더 부각시킨다.

<사람은 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낸다.> 가지 못한 것, 갖지 못한 것에 욕심을 내고 미련을  갖지만 가져지지도 갈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가지 못한 것, 갖지 못한 것은 그저 인연이 아니었거늘. 흘려보내야 한다. 우리 인생도 늘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는 미국을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툭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미국으로 사라지고, 미국에서 돌아온다.> 한국 드라마 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압도적인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6.25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승만대통령부터 미국유학파들이 정권을 잡았고, 학계에서도 미국유학생들이 교수로 자리 잡았다.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반영된 것이리라.

<좋아하는 데 이유 따위 없다. 그저 좋은 것이다.> 좋아하는데 이유를 따질 필요가 뭐 있는가? 좋으면 그만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취미를 즐긴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줌마들은 외롭다. 할 일이 없다. 인생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집에는 꾀죄죄한 아저씨가 늘어져 있다.> 아줌마도 외롭지만 아저씨가 되어보니 아저씨도 외롭다. 조직에서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노후준비 없는 퇴직의 압박은 어깨를 짓누른다. 아이들은 더 이상 상대해 주지 않으며, 집에는 점점 힘이 세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주인아줌마가 있다. 

<이성은 모순을 허락하지 않지만 감성은 모순의 마그마다.> 개인적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적 의사결정마저도 감성이 더 작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성에 호소하는 광고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훨씬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만 봐도 우리 인간이 감성의 지배를 더 받는 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부분이 몸이다. 몸의 컨디션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태어남이 불평등의 극치라면 죽음은 평등의 극치이다. 누구나 죽는다. 나도 죽는다. 다만 언제인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비교적 정확하게 죽음을 예측하게 되면 겸손해지거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신을 더 망가뜨리거나 둘 중에 하나의 길을 가게 된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자신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 일단 자신의 몸을 귀히 여겨서 자존감을 확보하고 자신이 발전할 수 있도록 늘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 넣고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어떠한 목표와 성취를 이뤘을 때는 아낌없이 자신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

<예술은 죄다 에로틱하다.> 섹스어필이라는 말도 있고, 에로틱이 예술로 승화되는 경우는 흔하다. 그렇지만 에로틱이 예술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적나라함은 피해야 하는 것 같다. 적나라한 표현은 에로틱한 감성을 지워버리고 질리게 하거나 빠르게 싫증나게 한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죽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죽는 사람도 있고, 죽는다는 것을 모르고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예정된 시간이 다를 뿐 우리 모두는 죽음을 앞 둔 시한부 인생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 죽음을 의식하고 살지는 않는다. 다만 질병에 의해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고자 하는데 방점을 찍는다. 누가 뭐래도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보는 것. 그것이 능동적 삶의 잣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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