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생긴 일 III
헌책방에서 생긴 일 III
  • 미용회보
  • 승인 2018.06.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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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많은 주말에도 저녁 6시가 넘으면 서점 안은 조용하고 밝다. 남편은 이제부터 자리에 앉아 손님들이 팔고 간 책을 닦고 점검한 후 값을 매긴다. 나는 값이 매겨진 책을 책장에 꽂으며 가지런히 정리한다.
아직은 초등학생인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놀러가고 싶지만 쉬는 날도 변변치 않고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니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서점에서 노는 것이 고작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가족이 놀이동산 한번을 못 가봤다. 엄마 아빠 덕분에 주말을 서점에서 보내는 아이는 서점을 놀이터 삼아 다양한 놀이를 만들기가 일쑤. 손님이 뜸할 땐 책장 사이를 오가며 잡기놀이 하자 조르기도 하고 쫑알쫑알 쉴 틈 없이 재잘대다가도 만화책을 고르는 순간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글 책 좀 읽으라는 엄마의 말은 잔소리로라도 들리기는 하는 건지....... 그 사이로 문이 열리더니 손님이 들어온다. 마음에 와 닿는 책이 있었는지 오래지 않아 책값을 묻는 손님의 목소리가 책장 너머로 들린다. 두세 권 쯤 되었을까?
책값을 지불하며 남편에게 하는 말,
“재미로 하시는 거죠?””... 아! ... 아니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있던 난 가만히 그들의 음성을 곱씹었다.

 


 

재미로 하시는 거죠
“재미로 하시는 거죠?” 라고 묻던 손님의 음성은 적당한 빠르기로 나지막했지만 환했다. 잠깐이었지만 서점의 분위기와 우리 가족의 움직임 또는 행동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일하는 것 같다는 긍정적인 느낌이었다. 물론 저렴한 책값도 한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남편의 대답에 “생계형 이예요~” 라는 말이 생략된 것 같아 웃음이 나왔지만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재미로 서점을 운영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에게 새로운 꿈이 더해졌다.
‘서점을 재미로 운영하자!’
‘아이가 방학을 하면 서점도 한 달 동안 쉬는 거야. 조용한 시골에 가서 책을 쌓아놓고 실컷 보는 거야. 들로~ 산으로~ 바다로~ 그러다가 가끔은 심심해도 좋을 것 같아. 이왕이면 밥도 사먹었으면 좋겠어.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 심심한 게 뭔지 모르겠는 우리한테 일 년에 한 두 번은 나에게 주는 선물로 그렇게 보내는 거야. 꼭 시골이 아니어도 좋아. 해외여행도 하고 싶어.’
정말 꿈같은 일이다.

우선 헌책방으로서의 책 판매 외에 ‘꽃피는 5월 花요일 - 빨강머리 앤 읽기 모임’, 북바인딩, 돌멩이 문진 만들기, 문화가 있는 水요일 비누데이(친환경 비누 만들어 사용하기) 등 책을 매개로 한 혹은 생활에서 필요한 소소한 동네 클래스를 꾸리고 있다. 특히 토요일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 허공상실 ‘나’를 드러내자! 수업이 진행된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 이 수업은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1년 동안 운영하는 것이다. 총 30차시 중 첫날에는 프로그램 소개와 함께 자기소개시간을 갖는데 일명 ‘꽃잎으로 자기소개하기’라는 우리만의 방식을 취한다. 꽃잎모양으로 오려놓은 색지를 골라 한 송이의 꽃을 만든 다음 그 꽃잎 위에 이름, 학교, 학년,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색,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기록한다. 그 꽃을 들고 나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데 아이들에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기록이다.
직업을 이야기할까봐 ‘꿈’이 무어냐 묻지 않았다. 직업을 이야기할까봐 ‘장래희망’이 무어냐 묻지 않았다. 무슨 직업을 가질 것인지 보다 ‘어떤 사람’ 이 되고 싶은지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고 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 해 볼 일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2~4학년 아이들은 너나없이 직업만을 기록했다. 디자이너, 작가, 요리사, 과학자, 만화가 등등....... 내가 어릴 적 “내 꿈은 대통령 이예요. 의사예요” 가 정답이었던 시대에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여러 번 바뀌기는 했지만 직업을 이야기했다. 그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는 사람이 없었다.
난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냥 ‘디자이너’가 아니고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어떤 요리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은지....... 총 30차시의 과정이기에 다시 한 번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 볼 예정이다. 과연 아이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할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떤 곳인지,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고 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 해 볼 일이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해 보는 따뜻한 봄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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