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큐레이션] 떠나보내는 자들의 특별한 이별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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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용회보
  • 승인 2018.06.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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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그리고 애도⑥


실시간으로 수많은 기사가 넘쳐나는 포털 사이트에서 한 장의 이미지 기사가 시선을 끌어당겼다.

나는 기사를 클릭했고 읽어 내려가는 동안 미소와 함께 눈가는 이내 촉촉해졌다.

 

그림 1 마셜 램지의 시사만화

 

이십 대 후반에 백발이 된 그녀

시선을 잡아끈 이미지는 미국의 시사만화가 마셜 램지가 바버라 부시 여사의 사망을 애도하는 만화 컷이었다. 가짜 진주목걸이와 백발의 곱슬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향년 92세로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94)의 아내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워커 부시(71)의 어머니인 부시 여사는 이웃집 할머니와 같은 푸근하고 소탈한 성품과 편안한 외모로 사랑받아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애도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셜 램지가 그린 한 장의 만화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잔잔하고 따뜻한 그의 애도에 위로를 받는다는 기사였다.

 

그랬다. 만화를 보는 나 역시 공감했고 위로받았다.

 

구름과 날개, 머리 위 후광이 비치는 천사 이미지만으로도 죽음, 천국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기사였다. 날개를 단 바버라 부시 여사의 표정과 하트, ‘로빈’이라 소리쳐 부르는 듯한 큼직한 말풍선으로 사후세계의 반가운 만남을 표현한 것임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바버라 부시를 향해 ‘마마’라고 부르며 힘껏 달려가는 작은 아이의 뒷모습, 로빈은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기사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이내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3세 때 백혈병으로 숨진 둘째 딸 로빈, 엄마인 부시 여사를 마중 나와 하늘나라에서 재회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부시 대통령 부부는 1945년 결혼해 4남 2녀를 두었으나, 둘째이자 첫 딸이던 딸 로빈을 만 세 살 때 백혈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바버라 부시의 새하얀 백발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진행되었을 것으로 생각해왔으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부시 여사는 20대 후반 어린 딸, 로빈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며 스트레스로 머리가 하얗게 탈색됐다는 것이다. 어린 자녀의 투병과 죽음으로 인한 그 심적 고통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의학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카락이 갑자기 하얗게 변하는 증후군을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Marie Antoinette syndrome)’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은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프랑스 혁명 기간 중 바렌 사건 이후 체포되면서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바버라 부시는 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어린이 암 연구와 치료법 개발을 물심양면으로 꾸준히 지원하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유명한 부시 여사는 만화 속의 딸 로빈의 곁에 묻혔다고 한다. 만화가는 생전 바버라의 삶에서 가장 안타까웠을 사연을 추모하며 딸과 하늘나라에서 재회하는 행복한 바버라의 모습으로 애도한 것이다.

구름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두 팔을 활짝 벌려 온몸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이승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주며 공유되고 있다.


 
문맹 퇴치에 힘썼던 아내를 보내는 특이한 양말 맨의 특별한 이별법

며칠 후 또 다른 기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번엔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 사진이었다. ‘국민 할머니’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등장한 남편 조지 H.W.부시(94) 전 대통령의 양말에 전 세계의 시선이 모였다. 평소 독특한 양말 코디로 유명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을 ‘양말 맨(socks man)’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는 “예쁜 양말을 좋아한다”고 털어놓은 바 있는데 생전에 바버라 부시 여사는 대중 앞에서 그가 “‘괴상하고 특이한 양말’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짙은 회색 양복 바짓단 아래로 드러난 조지 부시의 양말에는 빨강, 노랑, 파랑 등 알록달록한 책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양말은 존 크로닌(22)이라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청년 양말 사업가가 선물한 것으로 부시는 그에게 직접 연락해 아내인 바버라 부시의 장례식에 신고 갈 양말을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존이 고심해 책을 테마로 한 양말 몇 켤레를 애도 편지와 함께 보냈고, 부시는 생전 문맹 퇴치에 힘썼던 아내 바버라의 활동을 기리는 의미로 장례식 당일 이 책 그림 양말을 골라 신었다고 전해진다.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아내 바버라 여사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남편 조지 부시의 이별법에 뭉클함과 유쾌함이 동시에 전해졌다. 조지 부시가 장례식에서 신은 이 책 양말은 장례식 이후 전 세계적으로 600켤레 이상 팔리고 있으며 존은 이 수익금 전액을 바버라 부시 재단에 기부해 문맹퇴치사업에 쓰일 예정이라는 소식 또한 미소짓게 했다.
70여 년의 삶을 함께해온 동반자를 떠나 보내는 상실의 슬픔 너머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심이 느껴졌다. 문득.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은 자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남은 자들은 어떻게 나를 떠나보낼까 하는 질문을 떠올리며 바버라 부시 본인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나는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선택했다. 굉장히 신나고, 재미있고, 몰두하는 삶이었다”

 

 


 

김도경

(주)인포디렉터스 콘텐츠디렉터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전공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프로젝트 기획개발기획&사업관리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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