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82] 달리기와 존재하기
[이달의 책 82] 달리기와 존재하기
  • 서영민 기자
  • 승인 2018.08.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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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

달리기와 존재하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한문화 펴냄

 


2007년 6월 3일 처음으로 10km 달리기(57분 03초)를 도전했고, 풀코스 105번을 달렸지만, 여전히 나는 러너로 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산악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100km 이상)이라는 색다른 마라톤에도 빠져있다. 벌써 달력에는 올 연말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 대회의 스케줄이 적혀있다.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치지 않고 경지에 오르기는 싶지 않을 것이다. 삶의 변화가 필요할 때 달리기를 접했고, 쉼 없이 달렸고, 달리는 것이 삶이 되었다. 나는 왜 달리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해답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었다.

서영민홍보국장 yms@beautyassn.or.kr


 

 

 

<우리 러너들은 하나만 안다. 달리기를 대체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나이가 얼마든, 언제 달리든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마라톤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60세까지 하겠다고 했다가 65세 70세 75세까지로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다.
 
<삶을 즐기는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없다.>
숱하게 들어왔던 말이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었는가? 여러 방면에서 타고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치열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노력하는 사람이었는데 10여 전에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즐기는 사람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생각한다.

<화를 짊어지고 자지 마라.>
핸드폰을 초기화하는 것처럼 잠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매일 매일 부활이라는 놀라운 기적이다. 화를 짊어지고 잠이 들면 부활한 다음 날까지 컨디션이 엉망이 된다. 용서는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모든 걸 내려놓고 잠이 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처음 지녔던 열정이 사라지면 어떤 직업이든 의무가 됐다가 종국에는 짐이 된다고 심리학자 융이 말했다.>
열정이 사라지면 똑같은 일을 해도 배는 힘이 든다. 많은 직업인이 먹고 살기 위한 짐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이왕에 하려고 결심했다면 열정을 갖고 하려고 하지만 열정이라는 놈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쭉 가도 좋으련만. 그래서 인생이기도 하지만.

<선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은 영어에서도 선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the present 현재, 지금을 뜻하기도 하고 선물을 뜻하기도 한다. 순간이 전부이기에 매 순간에 충실하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문제는 매 순간에 충실하기가 쉽지 않아 집중력이 무너지기 때문에 가끔씩 순간이 전부임을 스스로 자각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몸 안에서 즐거워하라. 말로 설명하기 곤란한 만족감을 느껴보라. 피곤하면서 동시에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맛보라.>
피곤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죽을 것 같아서 쓰러지는 피곤함이 있고, 피곤하지만 묘한 성취감을 맛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피곤함이 있다. 올봄에 청남대 100km 울트라마라톤을 14시간 2분에 완주했을 때 그랬다. 밤새 비도 맞고 바람도 맞으면서 컴컴한 어둠을 달려 새벽 6시에 골인했을 때 기분 좋은 피곤함을 느꼈다.

<러너에게 가벼운 게 좋은 것이다. 러너의 삶은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가벼운 게 좋은 것이 러너만일까? 인생은 누구나 가볍게 빈손으로 가지 않는가? 나를 설명하는 문장. 러너였다. 책을 읽고 잡지를 만들고 글을 썼다. 호기심이 강했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끈기와 비위가 강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니라 할 일들로 삶이 채워졌다.>
너무나 할 일들이 많아서 그 일들을 하다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할 시간이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할 일들로 삶이 채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하나 취미의 종류를 늘리다 보면 새로운 취미에 빠져들더라도 그 전에 시작한 취미들을 유지하려면 더 바빠지게 된다.

<연습은 놀이가 되어야만 한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끊임없이 몸을 단련시키고 시합보다 연습에서 뛴 거리가 훨씬 많아야 한다. 내 경우 월간 500km 이상도 훈련해 보았지만, 지금은 250~300km의 훈련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훈련이 즐거워지려면 놀이가 되어야 한다. 미용사의 길도 그러한 것 같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설사 디자이너가 됐더라도 트렌드를 만들고 쫓아가기 위해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놀이가 되어야 즐기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에서 달릴 때, 우리가 새로운 사상과 원리를, 명상과 관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한계점에 다다르면 엄청난 고민의 문제도 시시해진다. 어둠으로 세상이 잠들고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그 문제는 그렇게 털어버려야겠다”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생각들이 정리되고 겸손해지는 나 스스로를 보게 된다.

<삶이란 시합 사이에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하다.>
삶이란 장자가 꾼 나비의 꿈처럼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였는데 지금의 삶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태어남과 죽음의 사이를 흘러가는 시간이 삶이건만 그 사이가 크게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죽음이 자신만은 피해갈 것이란 기대를 키우며 망각하게 된다.

<단거리 달리기는 전적으로 육체적인 운동이다. 마라톤은 전적으로 심리적인 운동이다. 1마일 달리기는 육체적이고 심리적이고 영적인 운동이다.>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1초도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오로지 몸을 채찍질하며 결승점을 향해 전진할 뿐이다. 잠깐의 망설임이나 딴 생각은 바로 도태를 의미한다. 인생에서도 그럴 때가 있다. 단거리 달리기처럼 질주해야 할 때가 있지만 단거리는 단거리일 뿐이다. 마라톤을 단거리처럼 달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을 잘 달리기 위해서 틈틈이 육체적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단거리 달리기가 필요하듯이 때때로 인생에서도 자신을 자극하는 단거리 달리기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문제는 얼마만큼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느냐다.>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그 일에 흥미를 가지고 비전을 확신하는 사람이다. 학원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좋은 점수를 얻어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과, 자기 주도형 학습을 통해서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비교하면 고학년이 될수록 후자의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다.

<나는 매일 훈련에서 나 자신과 맞붙어 싸우기 위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자신을 북돋운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어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훈련이라는 것은 집중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주말에만 몰아서 30~40km 달리는 훈련을 한다고 해도 마라톤 기록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 일주일에 5일 정도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효과적이다. 인간의 몸이 그렇다. 매일 매일 세끼를 먹는 것이 효과적이지 몇 날을 굶다가 하루에 폭식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겠는가? 자신을 몰아세우면서도 때로는 자신에게 적절한 상을 주어야 힘든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울음을 참는 동물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 사회는 남자의 울음에 호의적이지 않다. 울지 않는 것이 남자다움으로 세뇌당하면서 커 왔다. 남자는 태어났을 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세 번 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울음을 참으면 그 슬픔이 고스란히 참는 사람의 육체로 스며들게 된다. 슬프면 울어야 한다. 내가 슬플 때도 있고, 타인의 슬픔에 공감해서 울 수도 있다. 울음을 참을 필요는 없다. 울어야 슬픔이 씻겨 나가는 정화작용이 일어난다.

 

 

<대개 나 자신을 이겨낼 때, 나는 다른 사람도 이겨낸다.>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되는데 나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질 때 자괴감이 든 적이 많다. 언제나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까? 아직도 덕이 부족하고 내공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타인을 의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대개 그릇이 작은 인물들이 주로 타인과 싸우고 그릇이 큰 사람들은 자기 자신하고 싸우는 것 같다.

<미움과 분노와 복수심만큼 한 사람의 힘을 소진하는 것도 없다.>
미움과 분노와 복수심을 엄청난 성공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들은 그러한 감정들이 자신들을 태워버릴 정도로 감정에만 매몰되지 않고 어느 정도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미움과 분노와 복수심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자신을 위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용서해 버리는 편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조지 레너드는 “어떤 식으로 노느냐, 그것은 어떤 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느냐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쉬는 날 뭐 하는지 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직업은 자신이  하고 싶거나 하고 싶지 않거나 생존을 위해서 매달리는 경우가 있지만 노는 날 뭔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들일 확률이 높다. 나는 뭐를 하고 놀고 있지? 되돌아보면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고 싶지?를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놀 것인지 그것이 문제로다.

<실패를 잘 이겨내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성공을 잘 이겨내는 사람은 그중 하나 정도라고 현자들은 말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두 개인데 하나는 갑자기 목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것과 또 하나는 겸손의 향기가 사라지고 자만의 향기가 스멀스멀 몸과 정신에서 배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정한 성공은 성공을 한 번 더 이겨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달린다’는 설명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경험할 수 있는 세계다.>
경험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 세상사다. 다만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설명할 수는 없어도 알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고 친구가 되기도 한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보다는 경험한 세계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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