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밀수
  • 신대욱
  • 승인 2023.09.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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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으로 건져 올린 해녀들의 호쾌한 액션!

영화 <밀수>는 1970년대 가상의 바닷가 마을 군천을 배경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밀수에 연루되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해양 액션 영화다. 이들이 밀수에 얽히게 된 것은 바다 인근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바다가 오염돼 해산물을 팔 수 없게 되자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밀수에 나서게 된 것.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져내기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에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을 비롯한 군천의 해녀들은 밀수품 운반에 가담하게 되고 한동안 호황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이 해녀들의 작업 현장을 급습한다. 이날 진숙은 사고로 가족을 잃고, 춘자는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뒤 춘자는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와 함께 군천에 돌아온다.

개성 있는 캐릭터 앙상블, 묵직한 한방

<밀수>는 여성들이 극의 중심인 영화다. 투톱을 맡은 김혜수, 염정아 뿐만 아니라 해녀로 나오는 박준면, 김재화, 박경혜, 주보비 등의 배우는 물론 군천을 휘어잡는 다방 마담 역할의 고민시에 이르기까지 여성 캐릭터들이 서사의 중심을 잡고 있어서다. 류승완 감독의 두 번째 여성 투톱 영화이기도 하다. 전도연과 이혜영을 투톱으로 내세운 누아르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2001년) 이후 20여년 만에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피도 눈물도 없이>가 어두운 누아르였다면, <밀수>는 여성들의 캐릭터가 보다 풍부해졌고 수중 액션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활기차게 흘러간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여성은 주변부에 머물면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왔다. <밀수>는 여성들을 서사의 중심에 두고 여성들간 오해와 갈등, 화해, 연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위계에 의한 갈등과 이권을 둘러싼 저열한 배신 등이 중심 서사였던 남성 중심의 누아르와 달리, <밀수>는 남성들의 패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여성들간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서로를 감싸 안는 경쾌한 활극으로 나아간다.
마을 토박이인 진숙과 이방인 춘자의 우정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이들이 겪는 위기와 재결합에 이르는 과정은 긴장감을 배가하며, 이를 통해 결말에 다다르는 흐름은 쾌감까지 선사한다. 극 초반부 두 인물이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었을 때 서로의 상의와 하의를 바꿔 입는다든지, 서울과 군천으로 떨어져 지낼 때 각자 최헌의 ‘앵두’를 흥얼거리는 장면은 두 인물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수중 액션 장면에서도 두 인물은 위아래로 움직이며 서로의 손을 당기며 우정을 확인한다. 여기에 해녀들과의 연대도 빛을 발하며, 특히 다방 마담 옥분이 조력자로 합세하면서 호쾌하게 나아간다.
이들 여성들의 대척점에 있는 남성 캐릭터들도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전국구 밀수업자인 ‘월남에서 돌아온’ 권 상사를 비롯해 꼿꼿한 세관 계장 이장춘, 해녀들의 챙김을 받던 막내에서 군천 밀수시장을 장악한 건달 장도리(박정민)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활력을 더한다.
신선한 액션도 볼거리다. 아마도 국내 영화에서 처음 시도됐을 것으로 보이는 수중액션은 특히 신선함을 배가한다. 수중 액션은 세관 당국의 감시를 피해 밀수품을 건져 올리는 해녀들의 움직임부터 상어가 출몰하는 아찔한 서스펜스, 후반부 수중 격투 시퀀스에 이르기까지 적재적소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수중 발레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꾸렸고, 아티스틱 수영 국가대표 출신인 김희진 수중코치를 섭외해 배우들의 유려한 물 속 움직임을 만들어나갔다.
수중액션이 해녀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지상 액션은 남성들이 중심이다. 위아래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수중 액션과 달리 지상 액션은 보다 빠르고 직선적으로 다가오며 정반대의 묘미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군천 건달 장도리가 밀수왕 권 상사를 급습하는 시퀀스는 압권이다. 호텔 좁은 복도에서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음악에 맞춰 전개되는 이 시퀀스는 짜릿한 쾌감과 함께 경탄을 자아낸다.

70년대 음악 곳곳에 배치, 재미 배가

<밀수>는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뿐만 아니라, 70년대 유행했던 대중가요를 곳곳에 배치하며 영화에 추진력을 더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최헌의 ‘앵두’가 흘러나오며 엔딩 곡으로는 박경희의 ‘머무는 곳 그 어딜 지 몰라도’가 배치됐다.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김추자의 ‘무인도’, 이은하의 ‘밤차’, 펄시스터즈의 ‘님아’, 김정미의 ‘바람’ 등도 각각의 시퀀스와 어우러지면서 풍성한 결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들 대중가요는 류승완 감독이 시나리오상에서 이미 선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음악감독으로 합류한 장기하는 오리지널 스코어로 70년대 분위기를 살리며 영화의 빈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밀수>는 1970년대 실제로 성행했던 밀수 범죄에 해녀가 가담했다는 한 줄에서 출발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1970년대 분위기와 음악, 패션 등을 재현해 관객들을 1970년대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캐릭터들의 조화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인물들의 변화와 여기서 나오는 반전도 재미를 배가한다. 어떤 인물을 따라가도 영화를 즐길 수 있을 만큼 풍성하다. 다양한 음식이 차려진 뷔페처럼 골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나다. 김혜수와 염정아 배우가 중심을 잡고 조인성, 박정민이 뒤를 받친다. 이중에서도 고민시, 김종수의 연기는 새로운 발견이라 할 정도로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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