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34 -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이달의 책 134 -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4.04.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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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에세이, 인플루엔셜 펴냄

이 책을 읽으면서 올해의 목표중 하나를 단 일주일이라도 순도 100퍼센트 휴식을 갖는 것으로 정했다.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것을 부지런하고 현명하다고 세뇌되어 있었다. 거기다 잠을 줄이는 것이 치열하게 사는 것이라고 배웠다. 다 부질없는 것이다. 때로는 멍 때리고 한나절을 빈둥거리기도 하고 하루에 최소 7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이 강력한 회복력을 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언제나 더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별일 아니겠지.” 라는 느긋함이 몸과 마음을 더 행복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진정으로 쉬게 할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룩할 수 있을까? p12 
►► 나를 너무 들들 볶는 건 아닐까? 열심히 산다는 미명하에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랜 시간 동안 나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내 삶을, 궤적을 누군가 믿고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p37
►► 진짜 어쩌다보니 5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이르고 말았다. 계획하고 여기까지 왔다기보다는 떠밀린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삶의 궤적이 그 궤적 안에 있는 당사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아서일까?

내 생각을 멈추고 완벽하게 휴식하라는 것은 마치 주식투자로 만원을 100억으로 만들라는 것  만큼이나 아득하고 말도 안 되는 과제처럼 느껴졌다. p102
►► 현대인에게 완벽한 휴식은 쉽지 않은 화두다. 잠들 때도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서 어떤 틀과 관계의 끈들을 쥐고 있다. 그러면 완벽한 휴식이 죽음인가. 죽음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삶의 궤적이다. 

하기야 건축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이토록 아름다운 건물을 지은 건축가에게 죄가 있을 리 없고, 그리마도 붉은 다리 지네도 그저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뿐 별다른 죄가 없었다. 죄가 있다면 그들이 사는 길목에 자리를 차지한 채 눈치 없이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을 터였다. p140
►► 지금 지구상에는 과거에 비해 인간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어졌다. 우리 인간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의 길을 걸었다. 인간도 동식물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여러 종료의 동식물들은 멸종하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인구감소의 사이클은 자연생태계의 회복으로 볼 수도 있다.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3박 4일이 끝나고 홀로 레지던시로 향하는 길,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더니 괜히 쓸쓸한 기분이었다. 가파도에서 고독과 고요를 즐겼던 나였는데 어느새 친구들의 시끄러운 볼륨에 고막이 적응을 한 것 같았다. 친구들은 단체 창에 연신 이번 여행이 즐거웠다며, 다음에도 또 날짜를 맞춰 놀러가자고 난리였다. 나 역시 그러자고 말하면서도 괜히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p182
►► 우리 인간은 결국 혼자가 된다고 그러는데 또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은 서로서로 협력했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힘세고 빠른 동물들을 제압하고 앞서 나갈 수 있었다. 막상 혼자가 되었을 때보다도 혼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더 힘들다. 혼자로 태어나서 혼자가 아닌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행복감을 모두 반납하는 것인가. 쓸쓸함과 고독도 견뎌내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이 편안함을 만든다. 

나와 송지현은 이상하게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과 동경이 섞인 부모의 미소를 짓게 되었다. 젊음 하나만으로 빛난다고 했던 웃어른들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대책 없는 패기와 날것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GEN Z의 초상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p215
►►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젊은이들의 손등을 보면서 내가 나이들었음을 느낀다. 촉촉하고 매끈한 손등을 보다가 자글자글한 주름진 내 손등은 확실히 수분이 부족하다. 수년 동안 수분이 증발되어 왔을 것이다. 지금이야 나이 들어가는 육체에 대해 임플란트도 해 넣고, 중년 성형수술로 젊어지려고 하지만 예전에는 오로지 나이를 그냥 받아들였을 것 같다. 젊은이들의 날것과 열정을 보면서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텐데도 부럽기만 하다. 

어쩌면 사는 건 몰랐던 통증을 늘려가기도 하며, 그 통증에 익숙해지기도 하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울적하기도, 담담하기도 한 생각이었다. p222
►► 기계나 사람이나 늘 기름치고 닦고 조인다고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게 마련이다. 생생하게 달리던 신차도 언젠가는 폐차라는 숙명을 피할 수 없듯이 우리 인간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과정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죽음이라는 통과의례를 피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너희들이 나에게 준 것을 되돌려주는 것뿐이란다.” p232
►► 베풀고 사는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다. 베풂은 풍요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크던 적든 나눔에서 베풂은 시작된다.  

때때로 우리는 뜨거운 것을 알면서도 불길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선택을 하곤 한다. p252
►► 수 만 마리 아프리카 동물들이 악어가 꿈틀되는 강물을 건너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분명 악어에게 희생되는 부류가 있지만 무리 전체적으로 보면 도강에 성공해서 물과 풀이 있는 초원으로 나아간 것이다. 

어릴 적에는 한 공간에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같은 반 ‘친구’가 되는데 나이가 들면 애쓰지 않고서는 얼굴 한 번 보기조차 힘들다. 연락처나 인스타그램 팔로우 목록 속에 남겨진 화석처럼 남겨진 관계들도 수두룩하다. 외적인 젊음과 내적인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듯,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애써 노력하지 않고서는 영원할 줄 알았던 관계도 쉬이 퇴색하기 마련이다. p288
►►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관계가 있겠지만 관계가 시작되었다가 시나브로 멀어지는 단계도 있다. 나이 들어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직장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릴 적 학교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다. 이것저것 재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사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왕 맺어진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자는 주의다. 어떨 때는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잘 다뤄진 불안은 내일을 대비하는 완벽한 방패일 테니까. p297
►► 가까운 미래 좀 더 먼 미래, 불안은 꼬리를 문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은 현실에서 대비를 하기 위함이다. 설사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 방황할지라도.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여행지는 열 길 물속이 아니라 한 길 사람 속이니까요. p298
►► 사람 속은 시시각각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알 수도 없고, 알 수 없기에 언제나 미개척지를 여행하는 것처럼 신비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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