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이야기 11 - 이발소와 수염
머리카락 이야기 11 - 이발소와 수염
  • 서영민 기자
  • 승인 2019.04.30 14: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염을 길렀던 다양한 역사와 이발사의 고유한 업무인 면도

 

미용사와 이용사를 구분하는 단어를 면도와 파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은 유전적으로 남성에게 수염이 자라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남성이 수염이 자라지 않다거나 여성이 수염이 자라나는 경우는 병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질레트면도기가 등장하면서 남성들은 수염을 말끔하게 면도하는 획기적인 생활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종교나 정치 또는 사회문화적 관습 등등 다양한 이유로 수염을 금지하거나 수염을 기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수염을 기르고 집에서 전동면도기가 되었든 이발소를 찾든지 수염을 다듬고 있습니다.
                                                        서영민 기자 yms@ko-ba.org

 

 

언어는 대중들이 사용해야만 생명력 얻어

언어라는 것이 참 묘해서 사전적 의미는 있어도 실생활에서 쓰지 않으면 점점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이발소(理髮所)와 미용실(美容室)이 가장 많이 쓰이면서 이용원(理容院)이나 미장원(美粧院)은 오래된 언어처럼 느껴지고, 이용실(理容室)이나 미용소(美容所)는 틀린 단어처럼 어색하기만 합니다.
우리말에서 영어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젊은 층에게는 헤어숍(Hair shop) 바버숍(Barber shop)으로 불리는데, 이 경우도 shop의 발음을 영국식 숍보다는 미국식 샵을 더 많이 쓰고 있어 ‘헤어샵’과 ‘바버샵’이 익숙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헤어샵 만큼이나 바버샵은 폭넓게 쓰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발소 미용실 사전적 정의 수정돼야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이발소를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주로 남자의 머리털을 깎아 다듬어 주는 곳’ 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공중위생관리법에 정의한 이용사의 업무 범위를 고려한다면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주로 남자의 머리털과 수염을 깎거나 다듬어 주는 곳’으로 수정하는 것이 명확할 것입니다.

미용실은 ‘파마, 커트, 화장, 그 밖의 미용술을 실시하여 주로 여성의 용모, 두발, 외모 따위를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파마, 커트, 화장, 그 밖의 미용술을 실시하여 용모, 두발, 외모를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곳’이라고 정의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발소에서는 면도라는 이용사의 주요 업무를 나타내기 위해서 ‘수염’을 추가고 했고, 미용실에서는 많은 남성들이 이미 미용실 고객인 점을 반영해 ‘주로 여성의 용모’라는 구절을 삭제했으며 ‘따위(부류의 대상을 낮잡아 이르는 지시 대명사)’의  부정적 단어를 삭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용사와 미용사의 업무 범위를 살펴보면 이발(머리카락을 깎거나 다듬는)이나 미용사의  머리카락 자르기, 머리카락 모양내기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카락 염색이나 머리카락 감기, 머리피부(두피) 손질은 똑같이 들어있는 업무입니다. 법에서 미용사와 이용사의 업무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항목은 이용사는 면도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미용사는 파마를 할 수 있다는 부분으로 면도를 할 수 있으면 이용사, 파마를 할 수 있으면 미용사로 판단하면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남성들의 문화 수염

그렇다면 머리카락 이야기에서 미용사의 고유의 업무인 퍼마(머리카락이야기4)에 대해서는 살펴보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용사의 고유한 업무인 면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수염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면도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20세기 주요 발명품 중 하나인 질레트면도기 입니다. 젖은 수염이 잘 깎인다는 것도 로마인들이 알아냈고, 면도기는 로마시대 훨씬 이전에도 있었지만 1904년에 탄생한 질레트면도기는 누구나 안전하고 깔끔하게 면도를 할 수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유전적인 돌연변이로 여성이 수염이 난 경우는 다모증이라는 병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면도는 남성들만의 고유한 문화입니다. 러시아에서는 15세기부터 수염을 남성상징으로 생각해서 수염이 없으면 여성화 된다고 생각했고, 면도한 남자는 동성애자로 낙인찍었습니다.

첫 남성용 전기면도기는 1930년에 등장했고, 1940년에는 여성용 전기제모기가 등장해 아픔을 참고 뽑히던 여자의 솜털 수염도 면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세시대 종교적으로 성직자의 수염을 금지하던 시기도 있었고, 영화에서 보면 독재나 히틀러나 찰리채플린 등의 독특한 수염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종교적 영향으로 일부 이슬람권에서는 콧수염과 턱수염을 다 기르기도 하고 일부는 콧수염만 기르는 전통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보면 유럽에서 우파들은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좌파들은 수염을 기르던 시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군들은 한결 같이 깔끔하게 면도를 했는데 이는 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질레트사가 미군과 독점계약을 맺고 면도기를 납품한 결과라고 합니다. 이렇게 서양에서는 종교 정치적 성향 관습 등등의 영향으로 남성들의 다양한 수염이 존재했습니다.

애지중지 길렀던 수염

우리나라에서도 사극을 보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이전에는 모든 남성들은 수염을 길렀습니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왕은 왕대로 양반은 양반대로 또 신분이 비천한 상민 천민들까지 수염을 기르고 수시로 다듬었습니다.

수염이 잡히면 상투를 잡힌 것 만큼이나 엄청난 모욕으로 받아들였고, 잘 가꾼 수염은 그 사람의 권위를 나타내기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멋진 수염을 갖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수염은 머리카락보다 훨씬 더디게 자라고 유전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수염이 멋지게 나지도 않고 몇 가닥 나는 경우도 있어서 모두가 멋진 수염을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환관은 모두 수염이 나지 않았는데 일반 남성이 수염이 나지 않았다면 엄청난 콤플렉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수염은 남성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수염은 빗는 빗이 따로 있었고, 윤기나는 수염을 갖기 위해서 귀한 동백기름을 바르기도 했고, 외출시에는 귀한 수염을 보호할 수 있는 비단으로 수염을 감싸는 주머니를 차고 외출하기도 했습니다. 개화기를 거치고 6.25 전쟁을 거치면서 수염은 면도의 대상으로 추락했고 그나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젊은 사람들이 멋을 내기 위해 수염을 기르는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시선이 관대해진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바버샵의 경우 단순히 커트와 면도만을 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패션, 건강, 라이프스타일까지 제시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콧수염을 길러본 경험이지만 수염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매우 효과적이고 우리 사회에서도 앞으로 수염이 어떤 남성문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3 미용회관 5층
  • 대표전화 : 02-585-3351~3
  • 팩스 : 02-588-5012, 525-1637
  • 명칭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 제호 : BeautyM (미용회보)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한미용사회중앙회.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