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손수 제작의 즐거움 Ⅳ
생활수필 - 손수 제작의 즐거움 Ⅳ
  • 미용회보
  • 승인 2019.06.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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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공사 II

셀프공사를 하면서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힘든 일도 많다. 그래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니 어깨는 머리 위로 올라 간지 오래다. 과정 과정이 모여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다양한 이야기가 덮여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것으로 완성된다는 것. 쾌쾌 묵은 먼지와 맞서며 막막하기만 했던 천정 제거 작업을 마치고나니 더 이상 겁낼 것이 없었다. 따라라라라~~~!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얼굴로 깨끗하게 단장된 공간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겠지만 애당초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 이번 생은 그러려니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 그저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싶어 변화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바닥공사
천정을 걷어낸 후 기둥을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보강하고 이번엔 바닥이다. 울퉁불퉁한 바닥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시멘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일명 미장작업이다. 원래는 수도공사를 하면서 맡기려 했지만 한숨 나오는 비용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 번도 한 적 없는 미장작업. 뭐든 처음은 있게 마련이니 ‘해보지 뭐!’ 근거 없는 자신감에 재료를 구매하러 나섰다. 사실 미장작업은 만만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냥 바르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수평몰탈 이라는 것도 있어서 어렵지 않단다. 마침 서점인근에 건축 재료상이 있어서 주문을 하려는데 공사 할 바닥면이 너무 고르지 않고 경사가 있으면 수평몰탈의 경우 엄청난 양을 부어야 가능하단다. 쉽게 하고 싶었는데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일반 몰탈 10포를 구매해 와서는 갑자기 넓어 보이는 공간 앞에 섰다. 그사이 자신감은 어디가고 ‘할 수 있다! 이까짓 것! 하면돼지!’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해 주문을 외웠다. 우선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표면에 접착제를 발랐다. 접착제가 마르기 전에 몰탈 작업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주 열심히 했다. 남편은 반죽을 하고 아내인 나는 미장을 했다. 그림이야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너무 힘들었다.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끝나려면 아직 멀었고 정말 남의 돈 거저먹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단순하게 보였던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7시간 넘게 걸려서야 작업을 마치고 셔터를 내렸다. 하지만 바닥 작업이 여기서 끝은 아니다. 시멘트에서는 방사선을 내는 물질 라돈이 나오기 때문에 시멘트가 다 마른 후 아크릴 플로어 코트로 마감을 했다. 보통은 우레탄으로 도포를 하지만 수많은 검색 끝에 찾아낸 저렴한 바닥 마감재료! 아크릴 플로어코트, 그렇게 밝은 회색빛의 바닥이 완성되었다.

 

 

가벽 그리고 4미터가 넘는 책장
서점의 1/3에 해당하는 면적을 문화프로그램 공간으로 분리하고 나무 기둥에 OSB합판을 붙여 가벽을 세우기로 했다. 나무 크기에 맞게 기둥을 세워놓은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탕탕탕! 전동 타카를 사용한 작업은 많은 주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작업에 속도를 내주었다. 때에 맞는 공구가 몇 사람 몫은 해낸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장본인이다. 이제 가벽을 세웠으니 대망의 책장 작업이다. 낮은 천정을 드러내고 아주 높은 천정이 드러났다. 무려 4미터가 넘었다. 우린 천정까지 닿는 박공지붕 형태의 책장을 만들기로 했다. 남편은 신중하게 도면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안전문제도 있고 겉으로 나무 못하나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원목을 주문하고 계획한대로 도면에 맞게 재단작업을 했다. 너무 높기 때문에 하나의 몸체로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남편은 그릇장 만들 듯이 상부장과 하부장을 따로 만든 후 설치 할 거라며 계획을 이야기했다. 내가 여기서 도움 줄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간혹 나무를 옮기거나 연필로 표시를 하거나 난 그저 남편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며 시시때때로 기도만 했을 뿐이다. ‘다치지 않고 잘 하길.......’ 
가벽작업과 달리 책장 작업에서는 타카를 사용하지 않고 목심으로 하나하나 맞춰가는 작업을 했다. 고되기는 하지만 어떻게 연결했냐는 질문이 이어지는 깔끔한 책장이다. 하부 장을 만든 후 상부 장을 만들고 조립만 하면 끝이지만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과 나는 책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어떻게 조립하지? 물음표 백 개는 더 나온 것 같다. 우리끼리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 고민하고 있는데 서점 인근의 고원사진관 사장님께서 도와주신다고 오셨다. 숙련된 사람들이 아니었으니 남자가 하나에서 둘이 되었다고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 한 끝에 사다리를 계단삼아 셋팅 완료! 덕분에 멋진 책장이 완성되었다. 잊고 있었는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고맙습니다.”

 

 

외벽페인팅
드디어 외벽 페인팅이다!!! 생각 같아서는 내부 공사와 외부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싶었다. 내부야 문 닫아놓고 공사하면 되겠지만 밖은 그대로 보이기에 빨리 깨끗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답답하리만치 더딘 작업이지만 거의 남편 혼자 하는 작업이기에 나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나의 이런 생각을 읽은 남편이 “ 빨리 완성하고 싶지?” 이렇게만 말했을 뿐이다.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과 함께 과정이 형태로 자리 잡았다. 아직 조명공사 등 남은 일이 많았지만 이젠 겉을 손 볼 차례가 된 것이다. 무슨 색이었는지 짐작만 할 뿐 딱히 정의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빛바랜 건물의 외벽 페인팅 차례다. ‘무슨 색으로 칠하지?’ 색상선택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처음엔 노란색이었다. 허공상실(한미서점의 문화프로그램 공간)의 나무문을 남색으로 결정 해 놓았기 때문에 노란색이 제법 잘 어울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자료를 살피다가 흰색으로 바뀌었다. 밖에 쪼르르 식물을 놓아도 예쁠 테고 더러워졌을 때 덧칠하기도 좋을 테니 ‘역시 흰색이지~!‘ 싶었다. 그러다가 페인트 브랜드의 리플릿을 본 순간 ’바로 이거야!‘ 싶어 주문한 색은 짙은 회색 벽에 연두색 문 이었다. 물론 머릿속으로만 칠한 색이었지만 노란색에서 흰색, 그리고 회색으로 계속 교체되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페인팅 하기로 한 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점 주변이 보였다. 그리고 서점 건너편에서 바라봤다. 서점과 서점의 옆 건물, 그리고 동네. 회색으로 칠한다면 동네가 더 어두워 보일 것 같았다. 그러다가 세월호의 아이들에 닿았다. “그래 노랑이야!” 2015년 10월! 우린 최종결정을 내렸고 그렇게 긴 과정을 거쳐 탄생한 노랑노랑 한미서점이다.

* 노란색물감의 삼원색 중의 한 색. 스펙트럼의 파장 580nm 부근의 색채이다. 노랑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 진한 노랑의 금속광택이 도는 황금색은 황금, 돈 등을 상징하여 부와 권위, 풍요로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안전색채(安全色彩)로서 노랑은 조심, 주의 또는 방사능 표지에 사용하고 노랑과 검정의 배색은 명시성과 가독성이 가장 높아 어린이 시설 주변, 어린이용품, 통학 차량에 적용된다.
또한 노란색은 지식이나 지적능력을 나타내며, 운동신경을 활성화하고 근육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생성 한다. 노랑은 빨강과 초록빛의 혼합으로, 초록 파동의 회복 효과와 빨강 파동의 자극 효과가 혼합되어 있다. 따라서 노랑은 기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노랑 차크라(상복부)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태양신경총에 위치하며 부신과, 췌장, 간에 영향을 끼친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랑 [Yellow, 黃] (색채용어사전, 2007., 박연선, 국립국어원)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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