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보통사람
[생활수필] 보통사람
  • 미용회보
  • 승인 2019.10.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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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나 나나 결혼과는 무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각자의 삶에서 맡은 책임이 컸고 그 책임을 돌릴 곳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렇게 묵묵히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느 날 우연처럼 중고책방의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 ‘사랑’ 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만난 지 10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처음 남편을 만나 사랑 할 때, 결혼한 지 이미 10년이 넘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었다.
“난 헤어짐을 생각하는데 넌 만남을 이야기 하는구나”
그땐 그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살면서 나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는 특별한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우린 보통사람들에 속한다.

 

 “난 당신만의 피에로입니다.
  당신이 웃을 수 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 웃겨드리죠.
  난 당신안의 눈사람입니다.
  다리가 없어 한곳에서만 살 수 있답니다.
  난 당신의 아침햇살입니다.
  항상 따사로이 당신의 마음을 복 돋아 드릴게요.
  난 바람입니다.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아닙니다.
  항상 당신의 주위를 맴돌며 당신을 지켜줍니다.
  난 당신 앞의 작은 촛불입니다.
  당신의 한숨에 겁을 냅니다. “


- 2008년 1월 20일 남편에게 받은 휴대전화 문자 中 -

 

헤어짐의 위기
생각보다 중고책방 운영의 어려움은 컸다. 사랑의 힘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밀어낼 수 있다고 믿으며 주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우린 잘 살았다. 가끔 상대평가를 부추기는 친구 덕분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며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순간 행복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남편의 손끝에서 배어나오는 담배냄새가 그 원인이다.
결혼 전, 남편은 흡연자였다. 사실 난 홍콩영화를 보아 온 세대로서 트렌치코트 날리며 깊게 들이마시는 담배 피는 모습을 멋지게 봤던 환상 가득한 여자다. 하지만 나를 만나며 자발적인 금연을 시작한 남편의 모습에서 신뢰도 상승은 물론 존중받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남편은 나를 만나고 담배를 끊었어.”
라고 말하면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귀신같은 코가 남편의 손끝에서 담배냄새를 맡은 것이다. 그때의 배신감이란.......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얘기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긴 하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담배를 끊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라나? 요즘은 비 흡연자가 많아졌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남편이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결혼은 미친 짓인가?’ 라는 생각에 닿았고 헤어짐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남편의 흡연’은 내게 있어 ‘남편의 외도’와 같은 것이었다. 남편에 대한 나의 믿음이 깨진 것이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힘들었다는 것이 남편의 변명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와 경제력 없는 노부모, 아픈 아내까지 합세 해 하소연 할 곳이 없어 담배 연기에 기대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그까짓 담배연기로 문제가 해결되느냔 말이다. 걱정과 어려움이 날아가기는커녕 본인의 건강만 헤칠 뿐이고 아내에게 있어 남편이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하는 실망감만 생기게 할 뿐이다. 남들이 들으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겐 결혼생활에 있어 매우 큰 ‘믿음’이 깨진 것이었기에 절체절명의 위기의 시간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포트에 물을 끓여 에스프레소 잔에 믹스커피 한잔을 진하게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있는 난 그 어디에도 믹스커피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믹스커피가 떨어진 것이다. 순간 남편의 담배연기가 떠올랐다. ‘나에게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한다면?’ ‘커피 한잔의 행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남편의 기분이 이해되자 우린 자연스럽게 화해를 했고 남편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기로 했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안 피우는 거래” 라고 말했던 남편의 말이 마음에 쓰여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지만 남편의 금연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믿으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믿음이 깨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중고책방 주인으로 살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버렸던 남편은 나를 만나며 ‘결혼’이라는 것을 꿈꾸게 되었다고 했다. 나를 함부로 봤다는 거냐며 웃으며 얘기했지만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다툼은 없을 거라고 맹세했었다. 중고책방의 운영이 점점 더 쇠퇴해가도 사랑의 힘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밀어낼 수 있음을 확신하며 주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우린 잘 살고 있다. 가끔 상대평가를 부추기는 친구 덕분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털어버리고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며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순간 행복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사랑에 대한 달콤한 꿈도 있었고 인연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그것이 생활이 되어 삶이라는 무게감으로 덮이지 않도록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싶은 보통사람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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