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00] 다시, 피아노(PLAY IT AGAIN)
[이달의 책 100] 다시, 피아노(PLAY IT AGAIN)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0.02.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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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쇼팽에 도전하다
다시, 피아노(PLAY IT AGAIN)

앨런 러스브리저, 이석호 옮김, 포노 펴냄
 
뭐든지 시작이 어렵지 시작하면 흘러가려는 힘이 있다. 책 한 권을 독자들과 함께 시작한 이달의 책 코너도 100번째가 되었다. 중3때부터 스물여덟 결혼하던 때까지 매일 대학노트 한 페이지씩 일기를 썼었다. 왜 그랬는지 결혼한 이후로는 일기 쓰는 것이 시들해졌고 신혼 초 이사 다닐 때마다 몇 박스나 되던 일기장들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눈총을 받다가 결국엔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십대가 훌쩍 넘어 다시 2019년 1월1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세월과 함께 대학노트들은 쌓여갈 것이다. 이 책은 가디언 편집장인 필자가 50대 중반이 넘어서 피아노를 다시 배우면서 써내려간 일기이다. 6백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과 클래식음악에 문외한이어서 더디게 읽혔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뭔가에 빠질 수 있는 탈출구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뭔가에 빠져들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ko-ba.org
 
 

모두 열과 성을 다해 취미에 미친 아마추어들이었다. 게리는 기교는 괜찮은 편이었고(최소한 나보다는 나았다) 선택한 도전곡이 쇼팽의 발라드인 것만 봐도 포부와 욕심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p20

▶▶ 발라드라는 단어를 트롯이나 록 힙합 등과 구별하는 단어로만 알고 있을 정도로 클래식에 대해서 무지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쇼팽의 발라드 1번 연주 영상을 감상했다. 10분이 채 안 되는 연주시간에 화려함과 비통함 태풍이 몰아치다가 고요한 평화까지 담아냈다. 이 곡은영화 ‘피아니스트’ 에 삽입돼 더 유명해졌다.

시선을 건반위에 고정하지 않고는 연주할 수 없는 부분이 절반가량은 되는 것 같은데 말이다. 50대 후반에 들어서 과연 두뇌를 재교육시킬 수 있을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p42

▶▶ 평균수명이 길어졌다지만 50대 후반은 60대 진입을 앞두고 위축되는 시기이다. 여기 저기 몸에서도 돌봐달라고 신호가 온다. 50대 후반에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모험이 따른다. 30대 40대 사업을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실패해도 재기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50대 중반이 넘어서 시작하면 실패했을 때 노년의 빈곤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50대는 뭔가를 시작할 때 보다 신중해야 한다.

우리 신문이 전달하는 이야기는 동영상, 애니매이션 그래픽과 팟캐스트를 통해 퍼져나간다. <가디언>은 또한 독자가 참여하고 반응하고 나름대로 조정하고 주무를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신문인 동시에 네트워크이자 플랫폼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1년 365일 24시간 동안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p65

▶▶ 오프라인 매체를 만드는 내 입장에서도 온라인 매체와 유기적인 연결이나 활성화가 과제인데 분명 오프라인 매체가 온라인 매체에 광고시장을 뺏긴 것이 냉혹한 현실인데 온라인 분야로 매출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매출은 네이버 다음이라는 포털이 블랙홀처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15-20분씩만 연습에 투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p72

▶▶ 매일 15-20분 얼마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시간 투자인가? 만약 어떤 일이든지 매일 집중해서 15-20분을 10년 이상 투자할 수 있다면 그 분야의 고수가 될 것이다. 운동도 그렇고 어학도 그렇고 예술이 그렇다. 매일 투자하는 시간은 어쩌다 몇 일만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우리 몸에 기억시키는 정도가 강력하다.

어떤 곡이건 연주를 하려거든 마지막 3분이 탄탄한 반석 위에 올라 있다고 믿는 것이 심리적으로 중요하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코다를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기다리는 건 재앙일 뿐이다, 다가올 파국에 긴장하기 시작하면 연주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것이 루시의 충고에 담긴 요점이다. p75

▶▶ 마라톤 훈련에서도 마지막 훈련에 강한 질주를 해주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그렇게 하면 쌓였던 젖산이 빠져나가면서 회복에 더 좋다고도 하지만 마지막 구간을 빨리 달려서 훈련을 마무리하면 자신감 있게 실전에 임할 수 있다. 우리의 두뇌는 어떤 사건이 선형처럼 처음과 중간 마지막으로 펼쳐지면 마지막을 더 주의 깊게 기억하고 대게는 중간 과정을 가장 희미하게 기억한다. 인생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말년이 좋아야 한다고.

베넷의 말을 좀 더 인용해 보자.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과 가족을 건강하고 무탈하게 부양할 의무가 있다. 빚을 갚아야 하고, 저축을 해야 하며, 자신의 업무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잘 먹고 잘 살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어려운 과업이다! … 그러나 주어진 책무를 완수하는 것만으로는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인생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까닭이다. p78

▶▶ 우리 사회에서 50대 남성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아직 나는 할 일이 많은데 사회에서는 은퇴하라고 압박한다. 가정에서는 그동안 부양의 의무를 안고 노력해 왔음에도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어느 새 나라는 존재는 사라져버리고 그냥 일개미였다고 느껴진다.

베넷은 취미에 열정을 쏟으며 지내다 보면 “한 주의 시간 흐름이 빨라지고, 삶의 열의가 더해지며, 당신의 직업이 아무리 시시하다 할지라도 거기에 흥미가 붙는 게 느껴질 것”이라고 호언한다. p81

▶▶ 지금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 하지만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던 시절이 먼 과거가 아니다. 가끔 내가 마라톤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40살에 접어들어 마라톤이라는 세계를 경험하면서 주말은 항상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인 일 말고 자신이 빠져들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뭔가가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

“한때 실력이 좋았다는 거, 그것 참 힘 빠지는 일이거든요. 과거 수준으로 복귀하려면 엄청난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p94
 
▶▶ 마라톤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한때 실력이 좋았던 것을 믿고 현재 몸 상태가 아님에도 빠르게 달리려고 할 때이다. 왕년 레퍼토리를 자주 꺼내는 사람치고 현재 잘나가는 사람은 드물다. 왕년은 왕년일 뿐이고, 우리 모두는 현재를 딛고 살아간다. 내게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삶이 공평한 것이고, 또 언젠가는 잘 나갈 수 있다는 잠재력 정도로 여기면 그만이다.

발라드만 해도 그렇잖습니까. 처음은 아주 심각하고 무겁게 시작하잖아요. 어떻게든 무거운 분위기를 떨치려고 노력하다가 중간 부분에는 잠깐이나마 행복의 흔적이 스쳐가지만 종내 우울한 첫머리의 분위기로 돌아가 버리고 말죠. 그렇잖습니까? ‘행복해지고 싶다’고 고함을 내지르기만 쉽게 되지 않죠. 마지막에는 ‘결코 삶이 나를 짓누르도록 내버려주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지고요. 코다에 접어들면 ‘내가 삶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는 느낌이 지배합니다.”게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끝부분에서 희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있잖아, 인생이 그렇지 않아, 나쁠 것 없는거라고’ 하고 말을 시키는 것 같아요.” p107

▶▶ 모든 예술과 스포츠를 찬찬이 뜯어보면 우리의 삶의 궤적을 닮아 있어 삶을 이야기 한다. 프로바둑기사는 바둑판이 삶의 축소판이라고 하고, 프로야구선수는 야구경기야말로 우리 삶과 닮아있다고 하고,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말을 한다. 삶은 우리의 의지로 개척하는 측면도 있지만 삶이라는 것 자체가 나의 의지와 별개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다. 부모의 의지일수도 있고 우연일 수도 있는 만남에 의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삶이 시작됐다. 더불어 살면서 경험했던 좌절과 벽처럼 느껴졌던 유전자의 힘은 또 얼마나 대단하던 지. 그래도 뭐 나만 그런가. 하면서 훌훌 털고 살아내는 것이 삶이다.

어떤 사람들은 요가를 통해, 또 누군가는 조깅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은 헬스클럽에서 땀을 한 바가지 쏟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내게는 아침 20분의 피아노 연습이 그와 같은 효과를 보장하는 행위인 것이다. 연습을 하고 집을 나서는 날은 하루 동안 그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해나가는 느낌인 반면, 연습을 건너뛴 날은 업무가 그만큼 더 고단하다. p136

▶▶ 우리의 몸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행위를 크게 둘로 나누면 에너지를 얻는 행위와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위가 있다. 이 둘의 조화가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키포인트이다. 주구장창 에너지를 소모만 하면 얼마 못가서 번아웃 상태로 기진맥진할 것이고 반대로 에너지가 쌓이기만 하면 그 에너지는 순환되지 못하고 정체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모하는 과정이 리드미컬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러니까 나이를 먹는다는 거, 그거 별로 신날 건 없어요. 그렇지만 또 그렇다고 아주 비참한 것도 아니고. p151

▶▶ 나이라는 거 우리가 안 먹고 싶다고 안 먹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우주의 질서일 뿐이다. 다만 나이라는 놈이 성큼 성큼 다가오는데 그 속도감에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켄트너가 대단히 까다로운 스승으로 정평이 났던 이유도 책을 읽으니 쉽사리 짐작된다. 그는 연주자가 단순히 이러한 무지막지한 난제들을 정복하는 데 만족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까짓 거 별거 아니다, 하는 태연자약한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완벽한 예술은 노력한 흔적이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p164

▶▶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마라톤에서도 폼을 강조하는데 폼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리드미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폼을 고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이 느껴진다면 완전히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한 시는 단어 하나하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제 자리 마냥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놓여있다.

한 주 동안 업무에 치여서 지냈음에도, 그래도 아침 20분 연습을 거른 날이 거의 없었다. 연습의 효용도 제대로 느꼈다. 치열한 전장과도 같은 하루의 일과와 담을 쌓고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혜택처럼 느껴졌다. p176
 
▶▶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단 몇 분이라도 몰두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고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다. 반성하게 된다. 20분이라는 시간을 너무 짧게만 생각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은 쪼개면 쪼갤수록 늘어나는 마법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가동된 지 56년이 넘은 뇌조차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잠재력이 있다는 관념이 마음에 들었다.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신경세포와 가지돌기가 움트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런 뿌듯한 마음을 안고 구상적인 외현 기억의 폭압이 지배하는 업무 일선으로 복귀했다. p201

▶▶ 나이가 들어감인지 우리 사회의 고령화의 그늘인지 가끔 요양원에 들러서 치매 노인을 접할 때가 있다. 그들이 내뱉는 파편 같은 단어들은 도대체 어떤 기억창고에 있던 단어들일까를 생각해봤다. 혈연으로 또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함께 했음에도 누군가의 기억에서 완벽하게 지워진다는 것은 아직까진 내게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실력이 나아지는 과정도 단순한 선형線型이 아닌 듯하다. 어떤 부분이 문득 연주가 순탄하게 되었다고 해서 다음 날 같은 부분을 반드시 더 빠른 템포로 더 완전하게 연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런 점만 유념하면 어제처럼 좌절감에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손에 붙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일지라도 때로는 초심으로 돌아가 천천히 쳐보는 일도 필요하다. p288

▶▶ 실력이 나아지는 과정은 어떤 경우에는 호수에 돌 던지기처럼 아무리 던져도 보이지 않다가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확 드러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돌이 쌓이는 동안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막막해하고 포기해 버린다. 어떤 일에 도전한다고 하면 그냥 돌이 쌓이고 있다고 맘 편하게 생각하고 묵묵히 전진하면 된다. 정착된 습관은 늘 초심으로 돌아가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만들어지는 법이다.

아마 내 연배라면 가족이건 친구건 주변에 심각한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이 정도는 있을 것이다. 인생의 야망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할 테지만,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십분 즐기는 게 현명한 선택이지 않은가 생각하게 만드는 하루였다. p289

▶▶ 누구나 자신이 당장 내일 죽는다는 가정은 실감할 수 없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지속성은 끊임없는 도전을 필요로 하지만 언제든지 삶이 끝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겸허하게 성찰을 요구한다. 내 삶의 끝이 내일이라면 다소 억울하겠지만 그런대로 잘 먹고 잘 살다 간다고 후회 없이 스스로에게 위로할 수 있었으면 만족이다.

“제 생각이지만, 프로페셔널이냐 아마추어냐 하는 건 결국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마추어’라고 하면 ‘실력이 못 미치는 사람’을 의미하는 지금의 용법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프로페셔널’ 기준이 모호해서 내가 곧 프로다, 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죠.” p339

▶▶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를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프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아마추어는 자신이 하기 싫으면 안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프로와 아마는 현대인이 거부할 수 없는 돈이라는 개념과 연관이 깊기도 하다. 생존을 위한 돈벌이라면 설사 아마추어보다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프로가 되어야 한다. 아마추어는 하기 싫으면 중단하면 그만이지만 프로는 중단할 수 없다. 중단하지 않고 어떤 경우라도 처절하게 앞으로 나아갔기에 최종적으로 프로가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

이번 주는 미디어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협의와 토론으로 정신이 없었다.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가 워낙에 격심해서 꾸준히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만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기자, 플랫폼 개발자, 영업부서 직원들 등 70명이 꼬박 이틀 동안 앞으로의 협력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p377

▶▶ 월간 잡지 미용회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83년에 창간되어 오는 8월이면 37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매체환경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변화했고,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발행의 당사자인 협회 임원들, 독자인 회원들,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지회지부 실무자들, 인쇄 편집제작자, 미용관련 월간매체 종사자들, 미용관련 산업 광고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들이 요구하는 미용회보의 모습을 치열하게 찾아내야 한다.

음악은 누가 뭐래도 제 감정적인 버팀목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죠. 연습을 한 날은 기분도 상쾌해요. 거기에는 감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신체적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뭔가 대단히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같은…. p467

▶▶ 감정과 신체는 분리될 수 없다. 분리된다면 인조인간 정도가 아닐까. 감정이 신체를 이끌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땀을 흠뻑 흘리는 신체활동이 상쾌한 감정으로 이끌기도 한다. 한발 앞서 갈 수는 있지만 감정과 신체는 함께 가는 친구인 것이다.

그러니까 시차가 적응되지 않아 눈이 감기더라도, 유행성 독감에 걸렸다손 치더라도, 피아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쨌든 무슨 이유에서건 기분이 별로라도 인상적인 연주를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을 프로라고 하는 것이고, 바로 그 점이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는 것일 테다. p532

▶▶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점점 더 뚜렷해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난 아마추어 마라토너이지만 어떤 부분에서 프로인지 자신하지 못하겠다.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는 아마추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프로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다.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답 역시 마찬가지다. 2010년 여름만 하더라도 쉰여섯 먹은 두뇌에 새로운 요령을 집어넣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러웠다. 내 두뇌가 평생 보여주지 못한 자질들을 함양토록 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노력했다. 회백질이라는 물컹한 스펀지를 훈련시켜,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공간에 꽉 들어찬 정보로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은 마당에 더해 264마디나 되는 고도로 복잡한 음악을 배우고 외우게 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는 물음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p572

▶▶ 누군가가 당신의 50대는 어떠했냐?고 묻는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삶의 파도에 몸을 내맡기고 죽기 살기로 부딪쳤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씩 고개를 쳐드는 내부의 적들 고혈압 당뇨 전립선 등등과 맞서고 이번이 마지막 열정이라고 다짐하면서 늘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섰다고.

50대는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고 나를 위한 독립된 삶을 살아가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20대처럼 미래를 개척해야하는 부담도 덜하고 30대처럼 컨트롤되지 못한 욕망으로 후회를 곱씹지 않아도 되며, 40대처럼 가장의 무게가 덜하지 않은가? 50대는 인생의 황금기이다.
그렇다면 발라드를 배웠던 것처럼 향후 10년 동안 매년 한 곡씩 연습해보면 어떨까? 10년 후라면 일흔 무렵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삶에서 피아노를 배제한 것을 후회만 하던 사람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렵고 멋진 음악 작품 여남은 곡을 정복한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글쎄, ‘정복’이라는 말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시간이 없다고? 너무 늦었다고?
다시, 피아노다. p575

▶▶ 우리사회의 기대 수명과 평균 수명을 감안해서 향후 10년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묘비에 몇 가지는 적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묘지에 묻히고 싶은 생각은 일도 없지만 누군가가 나란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은 쉼 없이 달리다가 뭔가를 쓰다가 그럭저럭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다가 주변사람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고 갔다.라고 기억되고 싶다.

그러자면 오늘도 뭔가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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