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리뷰] 다크워터스, 주디
[시네마 리뷰] 다크워터스, 주디
  • 미용회보
  • 승인 2020.04.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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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길, 최선을 다해 걸어간다는 것”

 

누구나 주어진 길을 간다.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마주한 운명적인 길. 운명적인 게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그 길 위에서 버티며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 그게 삶일지도 모르겠다. 길 위에 서 있는 사람,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게 전부인.
영화 <다크 워터스>와 <주디>는 결은 다르지만, 주어진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돌아보게 만든다. <다크 워터스>는 미국 대형 로펌의 기업 담당 변호사로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물이 우연히 대기업의 비리를 알게 되면서 이에 맞서 싸우게 되는 긴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간다. 주어진 길이 아니었지만,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게 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힘겨운 걸음에 주목한다.
<주디>는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올랐으나, 내내 고통받았던 배우 주디 갈랜드의 삶을 다뤘다. 뜻하지 않게 쇼 비즈니스 세계에 내던져졌으나, 외면하지 않고 그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 인물의 고단함을 마주하게 한다.
영화 <다크 워터스>와 <주디>에서 주인공의 힘겨운 걸음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배우의 힘이기도 하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변호사 롭 빌럿이나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주디 갈랜드는 모두 실존 인물이다. 두 배우는 각각의 영화에서 그 걸음의 무게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진실로 향하는 힘겨운 싸움

<다크 워터스>는 사회고발 영화의 틀을 지녔지만 승리의 영웅담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느린 걸음으로 사건의 진실로 향하는 힘겨운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형 로펌에서 기업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에게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농장주가 찾아온다. 자신의 농장 근처에서 흘러나오는 화학약품을 마시고 젖소가 때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고 있고 기형아 출생 사실도 알려진다. 이를 무시하던 롭 빌럿은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그 지역을 방문해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외면할 수 없게 된다. 롭 빌럿은 이같은 사건의 배후에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인 듀폰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듀폰이 독성 폐기물질인 PFOA를 유출시켰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PFOA는 불소 수지 코팅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테프론의 원료다. 원래는 전쟁무기에 사용되다 전후 음식 조리시 눌러 붙지 않는 프라이팬 등의 생활용품으로 상용화됐다. 프랑스 대표 주방 브랜드인 테팔도 테프론과 알리미늄을 조합한 단어다. 그러나 PFOA는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물질로 밝혀졌다. 듀폰은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이를 감추고 오랫동안 사용해왔고 여기서 나온 폐기물을 특별한 조치 없이 무단으로 버려왔다.
영화 <다크 워터스>는 1998년 한 농장주의 소송 의뢰로 시작해 2017년 8000억원에 이르는 배상 판결이 이뤄지기까지 20년에 걸친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만큼 힘겨운 싸움이다. 영화 제목에서 느껴지듯, 그 과정은 어둡고 축축하다. 시간을 끄는 듀폰에 맞서는 힘겨운 과정은 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번지는 시간처럼 보인다. 주인공의 느린 걸음은 때로 죽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 주인공은 반쯤 죽은 사람처럼 나온다. 아이들은 물론 아내와도 서먹해진다. 그 시간은 끝없이 어두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좌절의 연속이다. 짧은 승리와 긴 패배의 순간을 버티는 시간이다. 그 과정에서 처음 소송을 제기한 농장주도 죽는다. 농장주 또한 승리의 순간을 보지 못하고 동네에서 없는 사람 취급당하며 여생을 보냈다.
주어진 길을 꿋꿋하게 나아가는 일은 흘러가는 시간을 끝없이 인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희망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사라지지 않으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일이다. 롭 빌럿의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무대 위에서 삶을 완성하는 사람

<주디>는 당대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는 주디 갈랜드(르네 젤위거)의 말년을 중심으로 그녀의 삶을 돌아본다. 주디 갈랜드는 열여섯 나이에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의 히로인 ‘도로시’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를 직접 불렀고, 이 곡은 1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주디 갈랜드는 아역상에 올랐다.
이후 성인 연기자로 <스타 탄생>(1954) 주연을 맡아 그해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961년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 공연에 나섰고,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이 그해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과 최우수 여자 보컬상을 수상했다. 주디 갈랜드는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 그래미 석권으로 알 수 있듯, 가수와 배우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다섯 번의 결혼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자살 시도와 약물 중독으로 본인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타고난 목소리로 스타가 된 주디는 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많은 일들을 해야만 했다. 회사는 주디의 음식을 조절했고 졸음을 깨우는 각성제를 수시로 복용케 했다. 잠은 수면제에 의존하게 했다. 이는 약물 중독으로 이어졌다. 그 와중에 그동안 번 돈은 다 날렸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호텔을 전전해야만 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결국 그녀는 47살의 나이에 약물 남용으로 사망한다.
영화 <주디>는 그녀가 사망하기 수개월 전, 런던에서 진행된 5주 동안의 공연을 주 무대로 삼는다. 영화는 공연 준비에 나선 그녀를 종종 경력의 처음으로 데려가 멈춰 세운다. 길들여진 삶이었지만, 비극을 피하지 않고 다시 무대에 선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디는 무대 위에서 삶을 완성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 힘겹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삶이다.
영화 후반부 생애 마지막 공연이었을 무대에서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한없이 슬프게 다가온다. 곡을 부르기 전에 관객에게 전한 말은 큰 울림을 준다.
“다음 곡은 뭔가가 이뤄지는 노래는 아니에요. 늘 꿈꾸던 어떤 것을 향해 걸어가는 그런 이야기죠. 어쩌면 그렇게 걸어가는 게 우리 매일의 삶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걸어가는 게 결국은 전부죠. 누구에게나 희망은 필요해요.”

 


 

 

신대욱

현주간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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