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문화탐구6] 느슨한 연대, 끈끈하지 않아도 충분해
[일상문화탐구6] 느슨한 연대, 끈끈하지 않아도 충분해
  • 김도경
  • 승인 2020.06.0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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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픽사베이
▲그림 출처 - 픽사베이

 

끈끈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그토록 찬찬히 거미줄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아니다. 거미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일방적인 시선일 뿐이니 적합하지 않다. 설계자인 거미의 입장에서 본다면 ‘거미집’이라 명명함이 옳다. 며칠 전 창틀 사이의 공간을 점거하여 나의 거주공간에 또 하나의 집을 짓고 있는 거미집을 발견했다. 창틀을 거점으로 시작된 거미집은 허브 화분을 지지대로 삼아 매일 조금씩 방사형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더라면 ‘뭐야~더럽게’라며 홱~~하고 한 방에 걷어버렸을 거미집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시공간을 견디는 시선으로 바라본 거미집은 매우 특별했다. 거미 공동체는 아니지만, 거미집이라는 형태가 주는 그 느슨한 연대의 힘이 보여주는 의외의 견고함이 새롭게 포착된 것이다. 제 몸으로부터 자체 생산한 것으로 자신의 공간 영역을 느슨하되 충분하게 구축한 거미집을 관찰한 일주일의 시간은 자연으로부터 배운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연결되었으되, 과도하지 않은
뉴노멀 라이프스타일로

‘느슨하다’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다소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곤 했다. 특히 혈연, 직장 등 공동체 기반에서 ‘결속력이 헐거운’ ‘단단하지 않은’ ‘조직적이지 않은’ ‘나이브한’이라는 뉘앙스로 쓰이며 개인이나 공동체의 관계 ‘친밀감’과 ‘조직력’에 의구심을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하곤 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잡아맨 끈이나 줄 따위가 헐겁다, 마음이 풀어져 긴장됨이 없다 등의 의미다. 몇 년 전부터 공동체 기반에서 ‘과도한 결속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겨나며 ‘느슨한 연대’라는 용어가 미래세대와의 교감을 위한 전환적 태도로 대두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의 고리를 감소시킬 수 있는 행동강령으로 강조되며 ‘느슨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느슨한’이라는 말을 ‘관계’ 앞에 붙이면 서로 연결은 되었으나 아주 긴밀하거나 끈끈하지 않은 관계, 즉 ‘따로 또 같이’가 좀 더 원활한 관계를 의미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그 ‘끈끈한’ 다양한 공동체 문화에 질려하며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과 비대면 원격 & 탄력적 근무 노동, 다양한 겸직까지 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로 더 많은 비대면 관계 형성과 라이프스타일에 절박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느슨한 연대는 단지 가족과 연애, 사람들 간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직장, 조직 문화와 주거 환경, 도시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요한 트렌드 코드가 될 것이라는 게 트렌드 분석 전문가들의 공통점이다. 

 

▲그림 출처- www.nils-diewald.de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우리는 코로나19의 위기를 맞아 서로를 멀리하고 일상을 멈춰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절실하게 몸으로 통과해왔다. 5월 연휴 기간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산이 재점화 되며 4차 감염까지 발생했지만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조심스럽게 ‘생활 속 거리두기’로 거리두기의 간극을 좁혀가고 있다. 이제는 유치원생도 용어를 알게 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다. 그는 저서<<숨겨진 차원>>에서 인간의 공간 사용법에 대해 4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느 만큼의 거리가 필요한지에 대해 여러 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먼저 밀접한 거리(Intimate Distance Zone)는 0~46cm 미만으로 사랑을 나누고, 맞붙어 싸우고, 위로해 주고, 보호해 주는 등의 행위가 일어나는 거리를 말한다. 소리보다 촉감이나 후각 등의 감각이 주요 소통 수단이 된다. 가족이나 연인처럼 서로의 친밀도가 가장 높은 관계에서 나타나는 거리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 Zone)로 46cm~1.2m이다.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일정하게 유지하는 거리를 지칭하기 위해 원래 동물학자 하이니 헤디거가 사용한 용어로 서로의 팔 길이만큼의 사이를 뜻한다. 주로 친구나 그만큼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접촉보다는 주로 대화로 의사소통을 하며 적당한 친밀감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격식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Zone)는 1.2m~3.6m로 지배의 한계를 넘어선 거리다. 어떤 특별한 노력이 없는 한 상대방과 닿지도 않고 그럴 기대조자 해지 않는다. 여기서는 비개인적인 업무가 행해지며 사무적이고 공식적인 성격을 띤다고 한다. 사적인 질문이나 스킨십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화에서도 격식을 갖추는 예의가 요구된다. 끝으로 공적인 거리(Public Distance Zone)는 3.6m~7.5m인데 이는 개인과 대중 사이의 거리로 과장된 목소리와 함께 몸짓이나 자세 등 비언어적 의사 전달 수단이 요구된다. 교사와 학생 연극배우나 가수, 강사와 청중 사이의 연설이나 강의 등에 필요한 거리다.

 

 

▲ 출처 경기문화포털
▲그림 출처 -경기문화포털

  
다름을 밀어낸 단단한 연대에서 
차이를 인정하는 느슨한 연대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 혈연, 지연, 직장, 다양한 공동체의 단일한 문화와 구호에 매몰되지 않되 느슨한 관계를 통해 개인적,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지키며 지혜롭게 살아내야 할 과제가 남았다. 파킨슨병을 투병 중인 정신분석의 김혜남 작가는 “사람들은 흔히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기 원하지만 동시에 자기 영역을 침범당하는 걸 경계합니다. 둘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을 때 비로소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적절하게 거리를 둘 수 있으면 관계를 단절할 필요도 없고, 상대를 향한 복수심을 키울 필요도 없어진다. 오히려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빠져나와 홀가분해짐으로써 비로소 편안함을 되찾게 된다고 말이다. 단절하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지혜가 앞으로의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까.

 


우리가 필연처럼 안고 있는 한계를 인정했을 때 
기대를 밑도는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다.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 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

김혜남 <당신과 나 사이에> 중

 

 

*김혜남 <당신과 나 사이에>에서 사회적 거리에 관한 텍스트를 발췌&재구성했습니다.

 


 

김도경
도서출판 책틈 편집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대우증권, SK사회적기업,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등 근무
정부, 공공기관 공공문화콘텐츠 기획개발 및 사업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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