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 '운명적 사랑'을 다루는 두가지 방식
시네마 - '운명적 사랑'을 다루는 두가지 방식
  • 신대욱
  • 승인 2021.02.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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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은 우연에서 시작한다. 우연에서 인연이 되고,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런 사랑을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혼자만의 착각이어도 어떤 운명에 이끌려 상대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운명이라고 믿는 순간은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깨어질 환상이어도 그 순간만은 운명이라고 믿는 형태다.
영화 <#아이엠히어>와 <운디네>는 운명적 사랑이라고 믿는 순간을 다룬다. 경쾌한 리듬의 <#아이엠히어>와 차분한 마술적 리듬의 <운디네>는 영화를 이끄는 음악처럼 분위기와 결이 다르다. <#아이엠히어>가 직진형의 좌충우돌 여행기 방식이라면, <운디네>는 역사와 신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신비롭게 그려냈다.

운명적 사랑 꿈꾸는 프랑스 직진남

<#아이엠히어>는 프랑스 영화지만 한국의 풍경이 다양하게 펼쳐진다는 점에서 한국적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인천국제공항의 여러 모습이 다채롭게 담겼다. 프랑스 국민배우 알랭 샤바와 한국 배두나의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은 영화다.
프랑스 남서부 바스크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 스테판(알랭 샤바)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한국의 젊은 여성 수(배두나)를 직접 만나기 위해 무작정 한국행을 택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여행기다.

스테판은 이혼남으로 장성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자주 왕래하는 전 부인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수와 소통하는 일이 유일한 낙이다. 그녀와 친구가 되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얻게 된다. 스테판은 매일같이 수의 SNS 연락을 기다릴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에게서 벚꽃 얘기를 듣자마자 같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식당을 아들에게 맡기고 무작정 서울행을 택한다. 
한국에 도착한 스테판은 마중 나오겠다는 수의 말을 믿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수를 기다리면서 ‘#아이엠히어’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경쾌하게 그려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도 잘 몰랐던 인천국제공항의 ‘명소’들이 드러난다. 
운명적 사랑을 꿈꾸고 찾아왔지만 정작 수에 대해 아는 정보라곤 SNS상으로 나눈 대화뿐이다. 기다리는 동안 낮선 한국인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이엠히어’ 해시태그를 달며 수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러는 사이 스테판은 ‘프렌치러버’라 불리며 방송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세를 탄다. 스테판은 우여곡절 끝에 수를 만나지만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운명적 사랑이라는 것은 SNS라는 가상공간처럼 환상일지 모른다. 영화 ‘#아이엠히어’는 주인공이 겪는 과정을 통해 운명적 사랑이라는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런 점에서 수는 허상일 수 있다. 어쩌면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로 보인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삶의 활기를 찾게 만드는 역할이다. 아마도 수를 만나고 프랑스로 돌아간 스테판은 달라진 태도로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낼 것 같다.

비극적 신화 뒤집은 절절한 시선

<운디네>는 물의 정령인 운디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물의 정령인 운디네는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영혼을 얻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상대가 배신하면 그를 죽이고 다시 물로 돌아가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지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인어공주’의 원형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친구 요하네스(야코프 마첸츠)와 마주 앉아 있는 운디네(파울라 베어)의 클로즈업으로 시작한다. 운디네는 그의 배신에 눈물을 흘리며 죽음을 경고한다. 그녀는 요하네스에게 자신의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한 후 자신의 일터인 박물관으로 향한다. 그녀는 역사학자로 베를린 방문객에게 도시 형성에 관한 역사, 건축사를 설명하는 시청 박물관 프리랜서 도슨트로 일하고 있다. 일이 끝나고 요하네스를 찾아 카페로 들어섰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산업 잠수사인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스키)가 나타나고 어항이 깨지며 물이 쏟아진다. 새로운 운명적 사랑은 그렇게 강렬한 물의 이미지와 함께 시작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질 무렵, 크리스토프는 잠수 사고로 코마상태에 빠진다. 절망에 빠진 운디네는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영화는 물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운디네와 크리스토프의 첫 만남부터 상징적이다. 두 사람은 깨지고 쏟아진 상태에서 사랑에 빠진다. 크리스토프의 직업 자체도 물을 기반으로 한 산업 잠수사다. 크리스토프가 잠수 도중 목격한 메기와 수면 아래 새겨져 있는 운디네라는 글자에 이르기까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같은 물의 이미지는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역사와도 맞물려 영화의 두 축을 이룬다. 수면 아래에 옛 흔적이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베를린이라는 도시도 옛 흔적들 위에 세워져 있다는 연결점이다.

운디네가 모종의 결단을 실행한 이후 코마 상태에 빠진 크리스토프는 깨어난다. 크리스토프를 살려낸 것은 수면 아래 감춰진 흔적들을 발견하는 산업 잠수사라는 직업과도 관련된 듯하다. 운디네는 베를린 도시 개발 역사를 설명하며, 베를린이 슬라브어로 습지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옛 흔적들이 사라진 베를린의 역사처럼 잃어버리고 지워진 흔적들을 건져 올리겠다는 시선일지 모른다. 비극적 운명으로 이끌려갈 수밖에 없는 신화적 요소는 이렇게 운명에 맞서는 방식으로 뒤집힌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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