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리뷰 - 소울
시네마리뷰 - 소울
  • 신대욱
  • 승인 2021.03.05 16: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겨운 날들을 견디는 이들을 위한 영화


누구나 꿈을 꾸지만, 꿈은 멀리 있다. 그 먼 길을 향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질문이 파생한다. 존재의 이유나 삶의 의미까지 파고든다. 모두가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때론 길을 잃거나, 갈 곳을 몰라 제자리에 머물 때가 있다. 그러는 사이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디즈니&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소울>은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풍요로운 삶이 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우리가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의 소중함

학교에서 기간제 음악교사로 아이들에게 재즈를 가르치는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가 주인공이다. 조는 재즈 피아니스트로 성공을 꿈꾸지만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옛 제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이 선망하던 재즈클럽 사중주단인 도로시아 윌리엄즈(안젤라 바셋) 쿼텟 피아니스트 자리를 제안받는다. 성공적으로 오디션을 본 후 첫 연주 일정을 앞두고 그만 맨홀에 빠지고 만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조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의 영혼은 ‘저세상’으로 향한다. 조는 첫 연주를 앞두고 죽을 수 없다는 일념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새로운 곳으로 빠져나오는데, 그곳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다. 이곳에서 조는 엉겁결에 지구에서의 삶을 두려워하며 매번 유급하는 아기 영혼인 ‘22(티나 페이)’의 멘토가 된다. 조는 ‘22’를 이용해 지구로 돌아가고자 한다.
‘태어나기 전 세상’은 갓 태어난 영혼들이 성격을 형성하고 태어날 준비를 하는 곳이다. 갓 태어난 영혼들은 이곳에서 멘토를 만나 각자의 ‘불꽃’을 얻어야 지구통행증을 얻고 태어나게 된다. 멘토는 갓 태어난 영혼들이 불꽃을 찾게 돕는 역할을 한다. ‘22’는 태어날 목적을 찾지 못한 영혼으로, 링컨과 간디, 테레사 수녀까지도 포기한 까다로운 유급생이다. 그런 ‘22’는 조의 필사적인 사정을 전해 듣고 그를 돕기로 한다.
<소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태어나기 전 세상’을 체험한 피아니스트 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도록 한다는 점에서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스쳐가는 평범한 일상들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그래서 영화는 종종 멈춰 서서 맛을 음미하고, 소리에 귀 기울이고, 떨어지는 낙엽을 유심히 바라본다. 꿈에 그리던 연주를 마친 후 조는 재즈 쿼텟 리더인 도로시아에게 특별한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도로시아는 하나의 우화를 들려준다.
“어린 물고기가 늙은 물고기에게 헤엄쳐가 말했지. 바다를 찾고 있어요. 늙은 물고기는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어린 물고기는 말했지.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태어날 이유를 찾지 못한 아기 영혼 ‘22’는 스스로 목적이 없고 자격이 없다며 ‘길 잃은 영혼’으로 숨는다. 그런 영혼 ‘22’는 조를 돕기 위해 함께 지구에 내려와 맛을 보고 음악을 듣고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태어날 이유를 찾는다. 조는 ‘22’를 통해 음악만을 향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다.

상상력으로 구현한 ‘태어나기 전 세상’

그런 점에서 제목처럼 소울이 지닌 의미는 자신의 영혼을 찾는 것과 진정한 꿈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흥연주로 이뤄지는 재즈의 정서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재즈 피아니스트로 설정한 이유도 ‘즉흥’에 있다. 피트 닥터 감독은 허비 행콕과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화에서 영감을 받고 주인공을 재즈 뮤지션으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비 행콕은 마일스 데이비스와 협연중 음을 틀리면서 공연 자체를 망치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일스 데이비스는 틀린 음에 맞춰 연주를 이어가면서 새롭게 해석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감독은 이 일화를 통해 계획을 벗어났다고 버리는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을 뭔가 값진 것으로 만드는 데서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은유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무수한 현재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삶은 단 한 번의 즉흥연주로 이뤄지는 재즈와 같다는 메시지다. 늘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삶이니까. 거기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태어나기 전 세상’의 아이디어도 독특하다. 감독은 현재 23살 된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고유한 성격을 지닌 것 같았고 그게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상상한 세계를 표현한 방식도 감탄을 자아낸다. ‘태어나기 전 세상’과 뉴욕의 현재는 다르게 표현됐다. 뉴욕의 모습은 실제 풍경을 디테일하게 그려냈고, 상상의 세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은 파스텔 톤으로 신선하게 묘사했다. 무엇보다 각각 직선과 곡선으로 대비를 줬다.

 

재즈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흑인이 주인공이다. 특히 흑인이 주인공인 첫 픽사 영화다. ‘내 바지 어디 갔어’나 ‘호호만두’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한국어도 쏠쏠한 재미를 전한다. 이는 픽사의 애니메이터로 활약하는 한국인 김재형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본 영화에 앞서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 <토끼굴>도 매력적이다.
<소울>은 어찌 보면 현재에 충실하라는 상투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으로서 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시대를 힘겹게 견디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갈 길을 잃은 어른들에게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위안을 준다.


 

신대욱
현 주간신문 CMN 편집국 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123 미용회관 5층
  • 대표전화 : 02-585-3351~3
  • 팩스 : 02-588-5012, 525-1637
  • 명칭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 제호 : BeautyM (미용회보)
  •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한미용사회중앙회.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