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생활수필 -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
  • 김시연
  • 승인 2021.12.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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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월 7만 부 이상 발행되는 잡지사에서 원고 의뢰가 들어왔다. 바로 미용잡지 뷰티 엠이 그곳이다. 발행 부수 월 7만 부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거라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잡지에 글이 실린다고 생각하니 과연 내가 그럴만한 역량이 되는가 싶어 고민이 컸다. 남편은 괜한 민폐가 되지 않겠냐며 거절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이라고는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서점에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해마다 한두 권의 책을 내는 것이 전부다. 개인 블로그에 비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고는 있었지만 판이하게 다른 성격이라 바로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나의 실력을 비추어 보건대 잡지에 매월 한 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큰 용기를 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생애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욕심일 수 있지만 재밌겠다는 생각도 더해져 긍정적인 신호가 켜지려는 찰나, ‘넌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친구의 응원이 예쁜 아플리케처럼 덧대어졌다. 갑자기 TV나 만화책에서 보던 글작가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남편의 말대로 민폐가 될 수 있지만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낸 후 거절 대신 수락하는 쪽으로 굳혔다. 

글을 쓰기로 한 후, 국장님이 하신 말씀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한....... 5년 정도 쓴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책 한 권 내실 수 있을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며 웃음으로 답했지만 엄마께는 국장님의 말씀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자랑삼아 말씀드렸다. 엄마는 내가 당장이라도 글 작가가 된 것처럼 기뻐하셨다. 당신이 그토록 쓰고 싶어 하셨던 글을, 당신의 큰 딸인 내가 쓰게 되었다고 하니 남편의 걱정과 저 밑바닥에 깔려있는 나의 불안은 눈치 채지 못하신 채 그저 기뻐만 하셨다.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래, 1년만 쓰자.’ 

그렇게 2017년 7월 첫 글(2017년 8월호에 실린 ‘도깨비가 다녀간 노랑노랑 한미서점’)을 발행했다. 늦은 밤까지 백번도 더 읽고 보낸 글은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기 전까지 얼마나 중얼거리며 읽었는지 모른다. 오죽하면 제 방에 있던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제 그만 읽으면 안 돼?” ‘하....... 괜히 쓴다고 했구나.’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약속을 했고 내가 채워야 할 지면이 있었으니 무조건 써야 했다. 
‘아’ 다르고 ‘어’ 달라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고 또 읽고 고쳐 써 발행 한 글인데, 그동안 쓴 글을 그러모아 정말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볼까 싶어 다시 꺼내 읽어보니, 일기장에나 쓸 글들을 발행했구나 싶어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1년을 목표로 쓰기 시작한 글이 어느새 햇수로 5년이 되어 차곡차곡 책장에 모였다. 총 53권의 뷰티엠 잡지와 53편의 글. 다시 읽어보면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까 싶은 글들도 많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나를 발견한다. 지우개로 지울 수만 있다면 벅벅 지우고 고쳐 쓰고 싶은 글들도 많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글과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는 생각에 처음 뷰티엠 잡지를 받았을 때의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때의 기쁨이란....... 내 손으로 만든 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모니터로 확인했을 때와 종이책으로 읽을 때는 차이가 커 잡지를 받으면 먼저, 내가 쓴 글을 찾아 몇 번을 반복해서 읽는다. 

비록 두 페이지에 쓰는 글이지만 뷰티엠에 글을 발행하게 된 덕분에 브런치 작가(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운영)가 되었고,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 당선되어 라디오 녹음도 했다. 또, 서점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의 작가’ 수업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모두 뷰티엠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 
남편의 말대로 민폐가 되었을 수 있었지만, 그때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감히 글 쓰는 일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끄러워 지우고 싶은 글도 많지만 그것들이 없었다면 조금씩 다듬어지는 글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약속된 5년이 되었다. 뷰티엠과는 헤어질 시간이다. 부족한 솜씨에 글 쓰느라 고생한 나에게,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기 전 내가 쓴 글을 들어보라며 퇴근해 온 남편을 붙들어 놓고 수차례 읽어주었는데 이젠 그런 풍경은 끝이다. 시원할 법도 한데 용감하게도 난 섭섭함이 더 크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글도 쓰고 있어요.”라고 말하지 못할 테니 그것이 가장 아쉽다. 그렇다고 “전에 글 기고했었어요.”라고 말하기는 “글 쓰고 있어요.” 보다 더 쑥스러울 테니 섭섭함이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다니는 우리 동네 미용실 사장님도 뷰티엠 잡지를 보시고는 나를 작가 대하듯 하셨는데 이제부터는 한미서점 블로그에 카테고리 하나 만들어 주기적으로 글을 써야겠다. “자기야! 이제부터 원고료 주세요! 하하하” 

“정말 여기까지 올 줄 몰랐습니다. 잘리지 않고 1년만 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부족한 글을 꾹 참고 읽어주신 분들과, 꾹 참고 53회 동안이나 지면을 할애해 주신 뷰티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한미서점 블로그와 브런치 작가를 통해 하겠습니다. 또 알아요? 어느 날 우연처럼 뷰티엠에 실렸던 글을 책으로 만나게 될는지.......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니까요.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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