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빵카페에서 확인한 성장의 기본
생활수필 - 빵카페에서 확인한 성장의 기본
  • 이재규
  • 승인 2022.03.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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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시간 때울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급격히 늘어난 여유시간을 즐길 ‘여가생활’은 한계가 있었는데, 이를테면 짝꿍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며,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여유 자체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면서 해야할 일은 때를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경제생활 속 자투리 놀이’여야 했다.
나와 짝꿍만의 ‘여가생활’에는 몇가지 더 자잘한 조건이 있었다.

우선 계획을 세워야 가능한 여행 등의 ‘이벤트’는 처음부터 여가생활이 될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빠르고 편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해야 했다. 언제든 원할 때 시작하고 원할 때 끝낼 수 있어야 했다. 아무리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이래저래 벌인 일들이 많아 시간을 정해두고 지켜야 하는 것은 자투리 놀이가 될 수 없었다.
또 언제든 노트북을 펼칠 수 있어야 하지만, 주변은 한적해야 했다.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노트북은 어딜 가든 함께해야 했고, 나의 작업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되면 안될 일이었다.
크지는 않지만 소소한 조건 값이 많다 보니 할 수 없는 일 투성이었다. 골프도 공부도 영화도 모두 충족 조건으로부터 크게 어긋났다.

 

애써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빵카페 순례’다.
우선 짝꿍은 빵순이에다가 드라이버다. 온갖 빵을 좋아하는 짝꿍은 식사 직후에도 디저트로 빵을찾을 정도다. 게다가 운전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드라이브나 갈까?’라는 제안을 외면한 적이 거의 없다. 시간은 여유롭고, 함께 보내는 시간은 늘리고 싶고, 할 일은 놓치지 않고 싶어 시작한 것이 우리 부부의 빵카페 투어였다.
여기저기 서치를 해보니 우리 주변에 빵카페, 빵공장, 베이커리 카페, 제빵소 등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빵+커피 형태의 자영업소’는 의외로 많았다. 규모는 수천평부터 10여평까지 다양했으며 위치도 도심 한복판의 핫플레이스부터 시골길로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빵카페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우선 ‘인서울’은 제외했다. 우리에게는 여유가 필요했지 인스타용 핫플레이스는 필요치 않았으니까. 서울 근교를 둘러보니 의외로 우리가 자주 지나쳤던 곳에도 빵카페가 많았다. 우선 익숙한 마을의 빵카페부터 들러 보기로 했다.

그렇게 틈날 때마다 찾아다니다 보니 빵카페 지도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곳도 많아져 시그니처에 따라 카테고리도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이를테면 석양이 아름다운, 호수나 산길 산책로가 있는, 하나뿐인 빵이 있는, 원두가 특별한, 주변에 맛집이 많은, 고즈넉한 시골과 함께하는 빵카페 등등 우리 부부만의 카테고리는 매일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다.
빵카페 투어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보다 높았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보다 빵의 종류가 다양하고 독특한 맛의 차이가 있었으며 프리미엄 베이커리보다 저렴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위치를 살펴봐도 적당한 거리의 드라이브가 가능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오랜시간 맥북을 펼쳐 놓고 업무를 보아도 누구에게도(심지어 주인장에게도) 불편을 끼칠 일이 적었다.
빵카페는 잠깐의 시간 여유가 있고 독특한 빵과 음료 그리고 한적한 시간을 원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베이커리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매력이 있었다.
다양한 빵카페를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된 것도 있었다.

 

겉보기엔 성공하는 빵카페가 많은 듯하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빵카페는 다른 업종에 비해 영업이익은 적은 것으로 보이는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베이커리시장 동향과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르면 전국의 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1만8000곳으로 2016년을 고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대형화 추세로 가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의 대형화는 빵카페 뿐만 아니긴 하다.
3년간 폐업한 점포만도 전체 매장의 11%가 넘었다고도 한다. 산업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점포당 매출은 3% 감소했다고 한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전체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일부 점포만 호황을 누리는, 일종의 빈익빈부익부 양극화 현상이 심화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잘 되는 집은 더 잘 되고 안되는 집은 더 안돼 결국 적정 이익을 만들어 내는 자영업자가 크게 줄어드는, 일종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 자명해 보여 우울함을 더한다. 특히 전세계적인 팬데믹과 소득 양극화, 플랫폼과 SNS 등 다양한 정보 채널의 발달 등 복합적인 이유로 업종을 불문하고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입지 좋다고, 규모가 크다 하여 무조건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라 하여 무조건 실패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평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현실의 경쟁력은 나만의, 우리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적극 활용해 알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이미 한창이다.

 

과거에는 성공하는 매장의 필수조건으로 입지나 간판, 규모를 꼽았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빵카페 투어를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 매장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적극 개발하고 각종 예약 플랫폼이나 SNS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우리 매장이 어디에 있든, 간판이 무엇이든, 규모가 어떻든 원하는 결과를 지속적으로 얻게 된다는 것을 ‘빵카페 투어’를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이다.

오늘도 나는 배우기 위해 빵카페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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