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과 알맹이
무의식과 알맹이
  • 박창준
  • 승인 2023.09.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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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세 종류다. 하나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다. 나머지 둘은 적외선과 자외선으로 사람 눈으로 볼 수 없다. 가시광선은 파장의 범위가 대략 380~780나노미터이다. 가시광선보다 큰 파장은 적외선(라디오)이며, 작은 파장은 자외선(X선)이다. 소리도 빛처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의 음파를 가청 영역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것과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 공존한다.
인간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뇌는 경험을 저장한다. 저장된 경험도 떠올릴 수 있는 것과 떠올릴 수 없는 것으로 나뉜다.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은 기억 또는 의식이다. 기억(의식)으로 떠올릴 수 없지만 우리의 내면에 저장된 경험이 있다. 프로이트는 의식으로 떠올릴 수 없게 깊이 저장된 경험을 무의식이라고 불렀다. 달리 표현하면 비의식(unconscious) 또는 잠재의식(subconscious)이다. 혹자는 의식적 기억은 뇌에, 무의식적 기억은 근육에 저장될 것으로 가정하여 근육기억(muscle memory)이라고 하는데 뇌과학으로는 틀린 표현이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는 의식 기억에 저장한다. 반복에 의해 경험이 쌓이면 무의식으로 내려간다. 숙달 또는 숙련이다. 초보 시절이 지나면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즐긴다. 판단과 선택은 무의식이 한다. 의식은 그 (무의식적) 판단을 수행하며, 합리화 또는 정당화 한다. 궁궐에는 주인(황제)과 노예가 같이 산다. 내 안에도 주인과 노예가 동거 중이다. 주인 역할을 하며 사는 주체적인 나는 무의식이다. 노예 역할을 하며 사는 종속적인 나는 의식이다. 무의식이 명령하면 의식은 수행한다. 옳든 그르든 경험을 오래 반복하면 무의식에 저장된다. 잘못이나 실패를 오랜 기간 반복한 사람은 그것이 무의식에 차곡차곡 쌓인다. 가난과 불행도 오래 지나면 무의식에 저장된다. 가난이 대물림 되는 원리다. 마음은 옳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에 끌린다. 무의식은 옳은 것이 아니라 많이 한 것을 저장한다. 무의식을 지우려면 2배 더 노력해야 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무의식을 지우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잘한 연습은 의식에, 잘못한 연습은 무의식에 저장된다. 학습은 명시적 기억으로 남지만 연습과 훈련은 암묵적 무의식에 새겨진다. 독학으로 미용을 배운 선생님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학습 중에 생긴) 실패가 무의식에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학습하고 나중에 훈련하면 이런 (무의식에 실패를 저장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학습의 선행 없이 무작정 실무에 덤벼들면 실패를 훈련하는 꼴이다. 연습은 학습한 것(옳은 행동)을 반복해서 숙달하는 노력이다. 훈련은 신체의 능력을 강화한다. 달리기에 대해서 공부한 후 그것을 반복하면 연습이다. 달리기에 대한 학습이 없이 무작정 달리면 체력 훈련이다. 잘못도 무의식에 저장된다. 연습과 훈련 둘 다 필요하지만 선-연습 후-훈련이 바람직하다. 연습은 정답을 알고 훈련하는 것이며, 연구는 현재까지 없는 답을 찾아내려는 노력이다. 
인생이나 미용에 정답이 없다. 정답이 없다고 아무렇게 노력해서는 안 된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하나의 정해진 또는 획일적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지 답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각자의 무의식과 의식, 환경과 신체조건, 성격과 믿음(신념이나 가치관) 등에 맞게 기초 지식(원리)을 맞춤식으로 적용하면 된다. 인생이나 미용의 답은 기존의 지식(거인의 어깨 위)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조합하면 된다. 인간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서 변한다. 나이가 들고 바뀌는 환경에 따라서 지식의 조합도 계속 바뀌어야 한다. 강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는 시간에 따라 지식의 조합을 새롭게 한다. 

수레바퀴를 여유 있게 깎으면 헐거워 견고하지 않다. 꼭 맞게 깎으면 뻑뻑해서 돌기 힘들다. 헐겁거나 뻑뻑하지 않게 적절함을 유지하는 게 답이다. 현재는 최적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바퀴가 헐거워지는 것처럼 인생과 미용의 답도 세월에 따라 헐거워진다. 이렇듯 세월(시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답이 바뀌기 때문에 지자나 현자라도 자식에게 답을 전수하지 못한다. 성현들은 (예를 들어 다산 정약용) 말로써 전할 수 있는 지식은 책으로 남겼다. 말로 전할 수 없는 지혜는 성현들과 함께 사라졌다. 지식은 책으로 습득할 수 있지만, 오묘함과 절묘함의 지혜(암묵지)는 오로지 땀과 피의 노력으로 자신이 창조해야 한다.
어쩌면 대부분의 지식은 찌꺼기일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주옥 같은 지식이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지식은 쓰레기만도 못하다. 실행하지 않는 앎은 허망함을 준다.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알고 있는 자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책에서 진리를 접했다면 실천해야 한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설치며 ‘그 지식은 가짜야’라고 외친다. 지식이나 기술은 삶으로 증명할 때만 참이다. 실행하지 않는 지식은 다 찌꺼기이며 쓰레기이다. 무의식에 저장된 경험이 삶에 현실로 구현되어야 참 지식이다. 의식의 나는 가짜이며 무의식의 내가 진짜다. 알고있는 나는 찌꺼기이며 하고있는 내가 알맹이다.
-사람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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