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 아름다운 영혼, 시모어 번스타인(1927~)
음악이야기 - 아름다운 영혼, 시모어 번스타인(1927~)
  • 신은경
  • 승인 2024.03.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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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결론을 얻어야 해요. 음악의 마술적 언어가 자신을 감동시켜 눈물로 범벅이 되도록. 그러면 음악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 시모어 번스타인
▲ 시모어 번스타인

음악가는 음악에 감동받은 그것을 다시 관객에게 연결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배우 에단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2014)를 통해 시모어 번스타인을 알게 되었다. 80세가 넘은 할아버지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손으로 건반을 누르자, 아이처럼 맑은 울림이 화면 밖으로 번졌다. 그가 만들어 내는 피아노 울림은 마치 각 영혼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다큐멘타리 속에서 그는 어린이부터 전문 피아니스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 중엔 부축을 받아야 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많은 이들이 그에게 찾아와 가르침을 받으려 하는 걸까?

시모어는 1927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17세, 이른 나이에 “그리피스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피아니스트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은 시모어가 15세일 때, 그에게 자신의 학생 피아노 레슨을 맡기기도 했다. 그렇게 그의 피아노 교사로서의 경력은 청소년 시절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경력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제자들이 그를 찾아오진 않을 것이다. 그가 제자를 대하는 태도는 다음과 같은 말에서 느낄 수 있다.

“여러분은 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제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음악의 모든 것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정서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다른 모든 것은 그 이후의 일입니다.”

가르치는 시모어

그는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 음악만 전하는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에게 음악과 삶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음악을 통해 제자들의 삶이 변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 연주하지 못할 때, 음악가 시모어뿐 아니라 인간 시모어도 통합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몸의 작용이기도 하고 정신과 마음의 작용이기도 하다. 악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적당한 근육이 있어야 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과 컨트롤 할 수 있는 정신이 되어야 한다. 이 중 하나가 어긋나도 연주는 무척 힘들어진다. 그래서 삶이 잘 잡혀있어야 악기 앞에서 뭐라도 할 수 있다. 반대로 악기연주를 통해 자기효능감이나 자신감, 절제나 균형 등, 삶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시모어가 삶의 모든 면에서 정서적으로 반응하게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계절이 바뀌고 싹이 움트고 잎이 자라나는 것, 다채로운 빛을 띠던 잎들이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것, 따스한 햇살과 나의 피부를 스쳐가는 바람 등 그 모든 순간에 내 마음이 함께 존재하라는 의미이지 않을까. 피아노 앞에서 연습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가 속한 세계에 마음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시모어는 생각했다.

“우리는 생산적인 연주와 연습을 통해 영적, 정서적, 지적 세계를 건강하게 돌아가는 신체 내에서 하나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심리학자들의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정신적, 지적 세계가 건강하게 돌아가는 신체라는 틀 안에서 통합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음악을 한다는 것은 정신과 정서, 육체와 영혼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도를 닦는 수련 같다. 그는 재능이 존재의 핵심이라고 믿고 그것을 최대로 발전시키고 싶어했다. 그 발전이 전인적인 인간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재능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나누는 재능 속으로 본인이 사라지는 것이 그의 진정한 목표였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댄서들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동작이 춤이다. 손가락, 손목, 팔, 몸통, 페달에 놓인 다리까지. 우리는 이 모두를 사용하여 적절한 안무 동작을 만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좋은 소리란 무엇일까? 작품마다 적절하게 맞는 소리가 좋은 소리일 것이다. 서양악기는 배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배음들 또한 잘 울려야 한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건반이 닿는 손끝에서부터 손목, 팔꿈치, 어깨, 가슴과 등, 척추, 골반, 다리 등을 인지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피아니스트의 동작을 따라 하면 그 비슷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내가 연주하는 작품에 적절한 소리를 내기 위한 동작을 한 것인데, 관객은 건반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그런데 시모어는 더 나아가 피아니스트가 적극적인 의도로 안무 동작을 만듦으로 음악에 숨은 생각을 드러내라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향해 능동적으로 움직여라!

“연주에서 아름다운 많은 뉘앙스들을 젊은이들이 당혹스러워해요. 자신의 내밀한 세계,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들은 이것을 세련되지 못하게 마구잡이로 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자는 뉘앙스를 살려 연주하는 것을 청중 앞에 벌거벗고 나서는 것에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마치 벌거벗은 느낌이 든다. 음악은 내가 숨기는 것까지 다 드러내기 때문이다. 때로 마음속 내밀한 것을 나 역시 숨기고 싶어 한다. 나라는 인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심리라 해야 할까. 자기 속을 솔직하게 보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또한 인간으로서 안전한 공간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 안의 여러 가지 감정과 경험을 스스로 수용하면서 지금은 오히려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훌륭한 선생을 만난다는 것은 삶의 큰 복이다. 그러니 시모어는 자신의 생애를 통해 얼마나 많은 복을 짓고 있는 것인지. 화면으로나마 이렇게 좋은 선생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배움에 늘 갈급한 나는 주변에 뛰어난 음악가들을 선생으로 삼는다. 그리고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나 역시 음악뿐 아니라 음악을 통한 삶을 전하려 하고 있다. 시모어를 보며 내가 가는 음악의 길이 틀리지 않음을 느낀다. 

화면 속에서 시모어의 눈빛은 건반 위로 옮아가 평안하고 맑은 소리와 마주한다. 
“나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 때마다 같은 답을 얻게 돼요. '우주의 질서'. 음악은 조화로운 언어로 괴로운 세상에 말을 걸어주며 외로움과 불만을 달래주죠. 이 세상 속에서 음악은 우리 마음 속에 있던 생각과 감정을 찾아 그 안의 진실을 일깨워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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