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조물주의 위력  
생활수필 - 조물주의 위력  
  • 김하형
  • 승인 2024.03.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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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뭔대요? 전세계 다 가서 봤어요?"
“원상복구는 건물주가 하란대로 하는겁니다?”

13년간 운영해온 인생 첫 매장을 깨끗이 철거했다.
유동인구 많은 지역에 50평대 대형매장, 쌓여있는 고객만 수만명이 훌쩍 넘고, 10년 넘게 아니 20년 넘게 동일 업종으로 운영되어온 그런 곳이였다.
울 조물주는 내가 십수년간 이 건물에서 장사하는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2년마다 심지어 코로나가 한창일 때까지 6차례 꼬박꼬박 임대료를 올렸다.
2021년 코로나로 자영업자 누구나 힘들었던 그 시기에는 ‘설마 올리겠어?’라는 안이하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2주전 급작스런 인상 통보를 받았다. 
최소 2개월전 인상 고지 의무를 위반하였고 법적인 자동 갱신 계약이 성립되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심지어 “코로나가 뭔데요? 전세계 다 가서 봤어요?"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자동 갱신 1년 뒤 나가야 하나 1년간 버티는건 가능하려나? 수많은 고민 끝에 눈물을 머금고 재계약을 했었다. 2년여전 진행했던 인테리어 리모델링이 아까워서였던 듯. 
그리고 다시 2년 뒤인 지난 2023년 9월 계약기간 한 달여를 남기고 건물주는 어김없이 또 임대료 인상을 통보해왔다.
 
에피소드1.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 임대차 종료 의지가 강한 쪽에서 법은 발동된다

항상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저 멀리 있었다. 
건물주가 인상 통보를 할때마다 서울시 상가 임대차 상담 센터를 이용하거나 저렴한 비용으로변호사 자문을 얻을 수 있는 로톡 등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법은 극단적인 상황을 각오하고 전투 준비가 완전하게 된 상황에서 필요할 뿐 내 재산을 지키고 건물주와의 조율을 최대한 해야되는 상황에서는 순전히 즉각적인 내 판단과 대응에 의지해야 한다.
임대료 인상 통보와 관련 곧바로 건물주에게 “더 이상의 인상은 힘들다”는 문자를 보냈고 시간을 계속 지연시키며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건물주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전했다.
갑자기 건물주는 “권리도 안받고 나갈 생각이냐?”며 훈계를 하기 시작하고, 또다시 태도가 돌변해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3개월 전에 인상 통보를 했어야 하는데 한 달전에 말해서 이건 임대차가 자동 갱신 계약이 된거다. 내가 잘 몰랐다”라며 1년을 더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임대차 종료를 원하지 않은 건물주의 의도가 간파되는 순간 법은 발동한다.

“사장님! 임대차가 자동 갱신 계약이 됐더라도 3개월전에 세입자가 계약 종료를 요구하면 법적으로 임대차 종료가 가능합니다” 
계약 종료 날짜에 대해 옥신각신 끝에 4개월 후인 지난 1월말로 기간을 한정하고 정리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중, 종료를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건물주는 보증금이 없다며 한 달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100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도 그대로 내야한다는... 황당함 그 자체. 
싸움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증금 반환 의지가 없고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 때 까지 못나가게 하겠다는 심산.
건물주와 계약 종료 기간 협의에 대한 내용은 미리 녹취를 떠 두었다.
문자로 임대차 종료와 원상복구에 대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냈고 건물주는 답이 없었다. 
내용증명을 꼼꼼하게 써내려갔다. 우선 문자로 발송했다. 
로톡에서 저렴하게 변호사 자문도 받았지만 사건을 수임하면 해결해주겠다가 핵심이였고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원상복구에 대한 건물주의 입장이 반영될 수 밖에 없고, 임차권 등기명령 뒤 판결이 나기도 전에 건물주가 보증금 반환을 할 경우 승소에 대한 변호사 비용을 돌려받는것도 불가능해질 수 있는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참조만 했다. 
예상했던대로 건물주는 심하게 화를 냈고, 기존 내가 내던 임대료에서 보증금을 3000만원 올리고 월세를 330만원 낮춘 파격적인 임대 조건을 내걸었다.

에피소드2.  원상복구는 건물주가 하란대로 하는 겁니다! 

건물주는 이제 내 정확한 의지를 내용증명으로 확인 한 듯 보였다.
철거에 대해 과도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바닥 타일은 내가 손대지도 않은 부분이였는데 전부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바닥 타일이 그대로인 입주 당시 사진을 보여줬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원상복구는 건물주가 하란대로 하는 겁니다! 항상 주변인들에게 말하지만 건물주랑 싸워서 좋을게 없습니다. 세입자가 집니다”
철거 관련해 아무리 물어도 영업 마지막날까지 얼굴 한번을 안비치다 철거 하루 전날 한참 이사 정리에 정신이 없는데 다 늦은 오후에 불쑥 나타난 건물주. 

“바닥 철거는 일 시키키 편하게 제가 아는 업체에 맡겼으면 합니다. 타일 철거하고 그라인더로 갈아서 반질반질하게 해놓으세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철거는 매우 깨끗하게 진행됐지만 건물주는 하나하나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창문이 안맞는다, 배수관 마개가 안되어 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가스관이 어쩌고 저쩌고.
아는 인테리어 업체에 최대한 빠르게 요청했다.  
도어락 비번을 알려달라는 건물주 말에 보증금 받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매장에 들어서자 마자 매장 비번 어찌 바꾸냐며 소리지르는 그 분을 보며 200억대 건물을 갖고도 저리 사시는 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늦은 시간 까지 수리를 마쳤다. 고마우신 분들이 내 주변엔 많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어둑해지는 1월의 마지막날, 건물주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다. 
“보증금 주세요” 
간판 철거비, 일부러 밀린 2개월 임대료, 그에따른 연체료 20% 공제 등 터무니없이 깍인 금액이였지만 어찌됐든 끝맺음을 이뤘다. 

한국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임대차 관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건물주 잘 만나는게 천복이라 할 만큼. 비단 내 문제 뿐만 아니라 많은 자영업자들이 원상복구 문제로 재산상의 큰 손실을 겪는 것으로 들려온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자영업에 있어 최선의 보호막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자영업자가 살아남아 한국 경제의 허리가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권리금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적 환경에 걸맞는 원상복구에 대한 좀 더 실효성 있는 법도 필요할 듯 싶다. 착한 임대인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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