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131 - 하얼빈
이달의 책 131 - 하얼빈
  • 서영민 기자
  • 승인 2024.03.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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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펴냄

1910년 3월26일 청년 안중근의사는 중국 여순 감옥에서 서른 한 살, 짧은 일생을 마감했다. 일제는 신속하게 청년 안중근의 사형을 집행하고 시신을 돌려달라는 가족들의 간절한 요청도 끝끝내 묵살하고 여순 감옥 공동묘지 어디엔가 안중근의사의 시신을 묻어버렸다. 청년 안중근의 뜨거운 죽음이 114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안중근의사의 시신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해방된 조국에는 지난 46년 김구선생의 주도하에 마련한 가묘가 효창공원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3월26일을 기억해야 하고 동양평화를 갈망했던 안중근의사의 선명한 총성을 기억해야 한다. 안중근의 거사의 영향으로 안중근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처 김아려, 동생 안정근 안공근, 사촌 안명근 등등은 힘겨운 삶을 살았다. 자식들인 안분도 안준생 안현생 등도 일제에 의해 감시받고 때로는 선전전에 이용되는 안타까운 굴곡의 삶을 살았다. 
안중근의사는 종교적 갈등과 가문의 장자, 세 아이 지아비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이토의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거사 후 탈출할 계획도 없었으며, 자신의 죽음의 문턱을 덤덤하게 당당하게 넘어섰다. 하얼빈을 방문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족의 번영은 이처럼 숭고한 분들의 희생을 딛고 있다. 2024년 안중근의사는 여순감옥 지하에서 우리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3월26일. 3월26일.           

메이지는 말과 말 사이에 적막의 공간을 설정했다. p14
►► 그 시대 조선의 국왕의 세계사의 변방의 쇠락하는 나라의 군주였고, 일본의 천왕은 세계사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신성이었다. 어쩌다 조선의 국력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기울어져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까지도 사진에 찍힐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토는 혼자서 눌렀다. p52
►► 이토는 언론플레이에도 능한 치밀한 인물로 일본의 입장에서 이토는 제국을 이끌고 있는 첨병이자 영웅이었다. 이토는 조선을 밟고 중국 대륙도 밟고 러시아 유럽까지 진출할 야심을 드러냈다. 

만월대에서 찍은 이토의 사진은 벼락처럼 안중근을 때렸다. 벽락이 시야를 열었다. 몸속의 먼 곳에서 흐린 구름처럼 밀려다니던 것이 선명한 모습을 갖추고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토의 몸이 안중근의 눈앞에 와 있었다. p97
►► 기울어져 가는 고려왕조를 희롱하는 이토의 사진을 보면서 안중근은 조선의 운명이 오버랩되었을 것이다. 민족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 부채감은 마침내 이토를 처단하는 민족정기를 세우고 조선 청년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질러야 했다.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업은 달리는 차창처럼 지나간 풍경과 닥쳐올 풍경이 이어져 있었다. 
p107
►► 예나 지금이나 교통의 욕망을 상징하고 물이 흐르듯이 힘과 권력이 있는 곳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다. 시진핑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또한 형태는 다를지언정 중국이라는 권력의 강화로 작용할 것이고 물자와 자원은 힘의 핵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피로 바다와 땅을 적셔서, 대련, 여순은 제국으로 돌아왔고 만주를 가는 입구가 되었다. 철도는 여순에서 하얼빈으로 가고 하얼빈에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었다. p130
►► 일제는 서양제국주의 영향을 받아 조선이나 중국보다 좀 더 일찍 근대화를 추진하고 제국주의로 나아갔지만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악랄하고 집요하고 치밀하게 조선과 만주를 짓밟았다. 우리 입장에서 지금의 일본 국민들을 증오할 필요는 없지만 그때를 잊을 수는 없다. 안중근의사처럼 죽어간 수많은 넋들의 영혼의 결정체가 지금의 우리 민족이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삼등 객실에 나란히 앉았다. 객실 안에는 러시아인, 중국인, 일본인, 한인들이 섞여 있었다. 다들 두꺼운 중국옷을 입고 있어서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p134
►► 우덕순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안중근과 거사를 함께한 동지이다. 함께 총알을 나누고 하얼빈 전 정거장에서 이토를 기다렸다. 그 당시 만주는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도시였다. 지금처럼 여권과 비자도 없는 시절이었으니 지금보다 왕래도 훨씬 자유롭지 않았을까싶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총구는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 p159
►► 절체절명의 순간, 안중근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세상엔 오직 이토와 총구와 안중근 자신만 존재했다. 첫발을 정확하게 이토의 심장에 겨눠야하고 누가 이토인지 백퍼센트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아낌없이 남은 총알을 날려야 했다. 조선 청년의 기상은 대단했다. 천하의 이토를 처단할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수 억명의 중국이 윤봉길 안중근 같은 인물을 배출하지 못했기에 그들은 절대로 조선을 무시할 수 없다.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인간된 자는 이것을 위해서 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p236 
►► 존재하는 모두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평화이다. 일본은 조선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무너뜨렸다. 안중근의사는 인간으로서 개인의 영달이 아닌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의 외침과 단지로 선명하게 찍힌 손바닥 도장과 그의 총구가 나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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