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81] 인생의 밀도
[이달의 책81] 인생의 밀도
  • 서영민 기자
  • 승인 2018.07.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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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밀도
날마다 비우고 단단하게 채우는 새로 고침의 힘

 


강민구 지음, 청림출판 펴냄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이라는 공평한 시간이 주어진다. 누군가는 그냥 흘려보내버린 시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24시간 동안, 역사를 바꾸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행보를 하기도 한다. 첨예한 대립의 현장인 법정에서 30여년을 판사로 일해오고 있는 강민구 판사가 어떻게 하면 밀도가 높은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지 사유하고 터득한 지혜를 담아 책을  선보였다.                       

서영민 홍보국장 yms@beauytyassn.or.kr 


 


 
<스스로를 리부팅하는 시간을 습관으로 쌓아야 한다.>
몇 달에 한 번씩 책상을 정리하다보면 쓰레기가 한 가득 쏟아진다. 10분 안에 찾을 수 없는 자료는 자료가 아니라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가끔 옷장도 일 년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버려야하고 핸드폰 전화번호나 카톡의 친구도 저장된 이름을 봐도 얼굴이 떠오르지 않거나 최근 2년 동안 한 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면 지운다. 모든 것은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비움은 채움의 시작이기도 하다.

 

<“나에게 나무를 벨 여덟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섯 시간을 도끼를 벼리는 데 사용하겠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준비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사람들은 나타난 결과만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고 준비했는지 헤아려보는 것이 현명하다. 독수리는 공경하지 않을 때 발톱을 드러내지 않듯이 주도면밀한 비상과 관찰로 목표물을 정하고 무서운 속도로 공격해 단 한 번에 발톱을 드러내며 사냥을 감행한다. 그렇게 해도 성공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나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힘으로 기록을 꼽는다.>
저자는 우리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과 백범 김구선생이 ‘난중일기’와 ‘백범일지’가 있었기에 민족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전쟁의 한 복판에서 엄격하게 자신을 다 잡으며 써내려간 난중일기나 일제강점기 고난의 임시정부를 이끌면서 써내려간 백범일지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이순신 장군이나 김구 선생이나 기록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세웠을 것이다. 이들의 기록은 종이와 붓이 사용됐는데 생각보다 보존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컴퓨터에만 기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컴퓨터는 아무리 발전해도 기계라는 한계성을 갖기 때문에 순간에 사라질 수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 자신이 관리하지 않는 서버공간이 내 개인컴퓨터보다는 보존 능력이 더 뛰어날 것이고 컴퓨터와 필사나 프린팅 된 종이로 책으로 동시에 기록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디카 사진이 발달한 요즘, 가끔 추억을 소환할 앨범이 더 귀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정약용은 평소 둔필승총(鈍筆勝聰)을 강조했다. 아둔한 기록이 총명한 생각보다 낫다는 뜻이다.>
건물과 토지 집 등의 소유를 증명하는 부동산 계약서를 기록인 문서로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기억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시간은 늘 망각 편이니. 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나이가 들면 총명함은 시나브로 사라지지만, 기록은 보존만 된다면 기록한 순간을 그대로 반영한다. 아둔한 기록일지라도 그 아둔함마저 담아 내지 않는가.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질문은 내가 정말 모르는 것이나, 타인의 생각과 의도를 알고 싶을 때 한다. 자신에게 묻는 질문들은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가?” “내가 하는 결정이 정말 옳은 것인가?” 등등 자신을 다잡고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지침이 되는 질문인 경우가 많다.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이 채워주지 못하는 가치들을 아날로그에서 찾을 수 있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주지 못하는 효율과 속도를 디지털에서 얻을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상호 보완관계로 디지털이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아날로그 향수를 그리워하고, 아날로그 사회에서는 디지털 세상을 꿈꾸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끈끈한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아날로그의 감성으로부터 싹을 틔운다. 진보와 보수의 양날개처럼 세상은 이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날개로 날아간다. 어느 한쪽의 날개를 잃으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세상이 되고 만다.

 

<사람의 아날로그 관계망은 150명이 적정한도라고 한다. 이른바 던바(Dunbar)의 법칙이다.>
영국의 문화인류학가 로빈 던바는 원시부족들이 구성원 형태가 150여명 안팎임을 근거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숫자가 150여명이라고 주장했고, 최근 던바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SNS 친구 1,000명이 넘는 사람들도 보통 150여명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20여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느슨한 인간관계망과 끈끈한 인간관계망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취향의 문제이다.

 

<매는, 미리 절망하지 않았다. 그것이 매가 가진 격이다.>
절망은 도전의식을 갉아먹는 좀벌레와 같다. 미리 절망하게 되면 머뭇거리게 되고, 기회를 놓치거나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할 수 있다. 매에게는 매의 품격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품격이 있다. 밀도가 높은 삶을 살아가는 사는 사람에게는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품격이 있다.

 

<지금까지 인생을 관통하는 법칙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적자생존’을 비틀어 기록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跡者生存’으로 이야기해왔다. 지금 여기에서 적자생존을 나눔으로써 선을 쌓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積者生存’을 다시 변주하고자 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말하는 적자생존을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환경에 적응하는 적자와 기록하는 적자, 나눔을 실천하는 적자. 모두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옛말에 부자가 3대를 가기 어렵다고 했지만 경주 최부자 집은 3대를 넘겨서도 존경받는 부자로 자리 잡았는데 집안의  전통은 진사 이상의 벼슬을 금지했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고 했다. 찾아오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못하게 했고,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했다. 최 부잣집의 1년 쌀 생산량은 약 3천석이었는데 1천석은 사용하고, 1천석은 과객에게 베풀고 나머지 1천석은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오늘날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재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타인은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언젠가 진심은 전해진다’는 말을, 나는 여전히 믿는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쟁이야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동종업계에서 공멸하는 경쟁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도 인구구조에 따라 경쟁의 강도가 점점 완화될 것임에 틀림없다. 사회적 흐름 또한 경쟁에서 다소 탈출하고 싶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욜로’ 라든지 ‘소확행’이라는 단어도 경쟁과 한발 떨어져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표현하는 말이다. 언젠가 진심이 전해지겠지만 전해지기 전에 관계가 단절되거나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이 봐 왔다. 그래서 난 진심을 전달하는 기준을 세 번 이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세 번 이상 전달했을 때도 통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상처받기 때문이다.

 

<(리더의)진심은 (구성원의)감동을, (구성원의)감동은 (조직의)기적을 만든다.>
결론적으로 리더의 진심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리더란 그런 존재다. 리더로 나서는 사람이나 리더를 선출하는 사람이나 신중하고 냉철해야 할 이유이다.

 

<49재를 겪어보니 이 의식은 망자를 위한 기원이 아니라 남은 자들을 다독이는 과정이었다.>
세상은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구조로 격식을 갖추고 인류의 역사는 전진해왔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 인간이라면 모두가 경험하는 피할 수 없는 산이다. 망자의 죽음을 내가 애도할 수도 있고, 내가 망자가 되고 타인이 나를 애도할 수 있다. 주체와 객체가 바뀌지만 죽음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은 관계의 깊이만큼 슬픔의 파고를 몰고 온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처럼 허망하게 가는 게 인생일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간 하루를 기억하며 온 하루를 정리하고 올 하루를 맞이한다.>
그렇게 간 하루는 과거와 역사가 되고 온 하루는 밀도 높게 살아가야 할 현재의 선물이고, 올 하루는 현재의 성찰을 통해 삶의 지향을 결정해야 하는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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