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맑고 향기롭게
생활수필 - 맑고 향기롭게
  • 미용회보
  • 승인 2018.08.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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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 우리 식구 자고나면 주고받는 말 /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받는 말 /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 맛나지요 /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인데요. /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 나는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 우리 식구 자고나면 주고받는 말 /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받는 말 /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 맛나지요. /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인데요. /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 나는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 사랑 사랑해요.‘


아이가 다섯 살 때였나? 밤잠을 재우는데 어린이집에서 배웠다며 갑자기 이 노래를 한다.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목소리는 작았지만 어두운 방안은 금세 환해졌고 어설픈 음정은 오히려 사랑스러움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했다. 참으로 예쁜 말. 기분 좋은 말.

 


 


나는 언어에 조금 민감한 편이다. 특히 아이의 언어는 맑고 향기로웠으면 좋겠다. 그 뜻도 알지 못하면서 어린 아이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면 너무나 화가 나서 견디기 어렵다. 그런 내게 들려온 한 아이의 언어. “C땡”

서점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허공상실 - ‘나’를 드러내자‘ 수업이 진행된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4학년 아이들로 구성된 우리의 수업은 13명의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으로 작년에 이어 두해 째를 맞이한다. 우리는 우리만의 규칙과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배려하기, 인사 잘하기, 예쁜 언어 사용하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휴대폰 및 장난감은 수업시간 후에 꺼내기가 그것이다.

더 많은 규칙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는데 친한 친구들하고만 자리에 앉다보니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하기도 하고 누가 언니인지 형인지 동생인지도 모른 채 지나기도 하고 속닥속닥 수업에 방해도 되어 3차시부터는 제비뽑기를 통해 매번 자리를 바꾸는 규칙이 더해졌다.

 

 

1년 과정의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에 아이들의 몸짓과 언어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의 입에서 어떻게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담기는지 알 수가 없다. C땡 이라니...
난 순간 너무 놀라고 화가 나서 표정을 관리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안 봐도 비디오다. 조용히 아이에게 다가가 주의를 주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얼굴만 예뻐서 되는 게 아니야. 입에서 나오는 언어가 예뻐야 해~"
아이는 알아들었다는 신호를 보냈고 수업은 다시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 다음 주에도 아이의 언어는 고쳐지질 않았다. 수차례 예쁘지 않은 말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났었지만 직접 들은 것이 아니었기에 반신반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달아 목격된 아이의 나쁜 언어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 비슷한 수업을 하고 있는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모두들 하하하하하! 박장대소하며 오히려 나보러 큰일 났단다. ‘C땡', '존*’ 는 아이들 사이에서 욕도 아니라는 거다. 순간 난 너무 놀라 슬프다고 했더니 앞일이 걱정이라며 도리어 나를 걱정하는 눈치다.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무리의 학생들 입에서 나오는 대화를 들으면 뒤통수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용기가 없는 난 무서워서 귀를 틀어막는다.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도 않는 다는 얘기도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내 아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들만의 언어려니,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모르는 아이들의 무리는 내가 어쩌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아이들 입단속은 시켜야겠다싶어 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책장 사이의 손님용 자리로 옮겨 앉았다. 잠시 눈을 맞추고 숨을 고르고는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아이는 장래희망을 이야기한다.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사용하는 언어도 예뻐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 서점에서 말이야~ 창밖을 내다보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돼. 더러는 마음 불편하게 하는 손님들도 계셔. 그 손님들을 대할 때도 그래. 너도 있지? 쟤는 왜 저럴까? 싶은.......저 어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모두가 다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을 거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도 있어. 처음엔 이것쯤이야 괜찮겠지 했던 일들이 누적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거야. 그 누구도 잘못된 삶을 원하지는 않아.“
그리곤 또 덧붙이기를
“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어떻게 살아야겠니? ” 하는 물음과 옐로우카드를 줬다. 레드카드를 받으면 퇴장해야한다고도 일러두었더니 도리질을 한다.
이제는 나쁜 말 하지 않겠다며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꾸욱 누르면 튕기는 풍선 같지 않게 수긍을 해 줘 고마웠다.

 

맑고 향기롭게 살아야지..
맑고 향기롭게 길러야지..
사랑이 가득한 아이들로..

 

아름답게 자라주길 바란다. 일주일에 고작 한번이지만 배움을 얻어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바른 자세를 잡아주기를 바란다.
원래 그렇다고 다 그런 거라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훗날 아름다운 네 모습을 상상해봐. ”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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