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 Talk concert 한미서점과 함께 하는 엄마의 책장
생활수필 - Talk concert 한미서점과 함께 하는 엄마의 책장
  • 미용회보
  • 승인 2018.09.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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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축제를 기획중인데 함께 하시죠!”
지역의 대표 문화예술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생각지도 못한 요청이 놀랍기도 하고 어리둥절하여 그저 웃음만 나왔다.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바로 수락하지 못하고 있었더니 꼭 같이 하고 싶다며 우리의 책《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을 읽고 만든 코너라고 열심히 설득을 해왔다. 나서는 것이 영 어색한 남편과 나는 머뭇거리다가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로 수락을 했다. 몇 번의 회의와 리허설 끝에 시작된 Talk concert - 엄마의 책장.

 


 

 

엄마의 책장
엄마는 책을 무척 좋아하신다. 학창시절, 교과서 안쪽에 소설책을 끼워 넣고는 수업시간에 몰래 보시다가 선생님께 들켜 혼쭐이 난 이야기를 털어놓으시기도 했고 시집살이가 고되진 않았지만 어른 모시고 살면서 우두커니 앉아 책을 꺼내보기가 어려워 친정 다녀오신다는 핑계를 대고 도서관 삼아 전철을 수차례 이용하기도 하셨단다. 책이 너무 좋아 한번 손에 잡으면 중간에 덮지 못하니 밤새워 읽는 경우가 많아 책의 첫 장을 넘길 수 없었다고도 하신다.
하지만 나는 엄마처럼 책을 좋아하진 않았었다. 책 욕심은 있었지만 실용도서나 자기개발서만 보았던 시절 우연히 엄마의 책장을 둘러보았다. 솔.바.람.물.결.소.리. 책장 가득한 책을 둘러보다 내 눈이었는지 혹은 내 마음이었는지 내 귀였는지 탁! 하고 걸린 그 책을 꺼내며 엄마께 여쭈었다.
“엄마! 이 책 어때~?”
엄마는 좋다는 말씀과 함께 내게 서슴없이 권해 주셨다. 세로쓰기의 빛바랜 책은 서걱서걱 부서질 것만 같았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울다가,  웃다가, 아프다가....... 한번 읽은 남지심 작가님의《솔바람 물결소리》는 이후 해마다 가을이면 읽게 되는 내겐 최고의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결말은 나와는 어떻게 다른지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는지 궁금해 이전까지와는 또 다른 대화로 이어졌다.

책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 밖의 이야기로 넘나들어 엄마의 꿈은 뭐였는지 기타 등등의 사연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절판되어 구하기도 어려웠던 그 책이 재출간되니 선물로 보내주신다는 것이다. 지인들께 선물 하고 싶어 헌책방을 다니며 애타게 찾기도 했었는데 그 책을 보내주신다니....... 그것도 모자라 작가님과의 식사자리를 마련해 주신다며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인원만 통보 해 달라 하셨다. 난 그 자리에 엄마와 친구와 동석했다.

 

 

엄마는 [     ]다.
이렇듯 책은 책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문화인 책의 자리에 메마른 스마트폰이 대신하면서 감정의 부재로 인한 대화의 단절로 집나간 가족愛가 절실한 요즘, 책을 매개로 시작되었지만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작가님을 만날 수 있었고 엄마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도 된 것이다. 

엄마의 책장에서 꺼낸 책으로부터 엄마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듯 어쩌면 책을 매개로 단절된 가족 간의 관계재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물렀고 그렇게 출발한 이야기로 우린 2016년 지역특성화 지원사업,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엄마의 책장 - 엄마! 우리 바꿔 읽어요!’ 일명 관계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툴렀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 이야기를 엮어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을 만들었는데 그 책을 읽은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에서 축제에 참여 해 달라는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서점 안에서만 진행했던 이야기를 서점 밖, 그것도 오픈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째 어렵게만 생각되었다. 떨리면 어떡하지? 바들바들 떨다가 괜히 민폐만 끼치면 어떡하지? 그러게 왜한다고 수락을 했어! 남편과 서로 타박 아닌 타박을 하고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 간단한 한미서점 소개를 시작으로 남편과 나의 첫 만남부터 서점에서 진행한 수업이야기와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이 출간되기까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엄마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는 [    ]다’를 채웠다.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와 같은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래전 다큐 프로그램에서 ‘엄마는 [    ]다.’ 라는 질문에 대한 중학생 아이들의 답은 내겐 너무나 놀랍고 무서운 충격이었다. 엄마를 관찰자나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표현하는 다수의 언어들 속에서 내가 빈칸에 채운 말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된 지금 훗날 내 아이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기에 엄마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매끄럽진 않았지만 할당된 시간은 지나 우리의 Talk concert는 끝이 났고 평가 아닌 평가가 걱정되어 초초한 시간을 보냈다. 단체의 역량 덕분에 축제는 호평을 받았고 소소하지만 또 다른 축제를 함께 준비 중이다. 걱정 되지만 재밌을 것 같다.

 

엄마는 [    ]다.
당신은 이 빈칸을 어떤 말로 채울지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김시연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 공원연출 및 상품 기획
기업 문화 상품 기획(포스코 外 다수)
웹사이트 디자인(주한 르완다 대사관 外 다수)
엄마의 책장 기록집 <오늘은 고백하기 좋은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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